김효명 교무
「외설악 죽음의 계곡」
죽음의 계곡(건폭포)

이 죽음의 계곡은 일명 「고요의 계곡」, 「건폭골」이라고도 부른다, 이 죽음의 계곡이란 이름이 된 연유는 「한국 산악회」해외원정대 훈련 중 눈사태로 「이희성」씨 등 10명이 조난(69년 2월) 당한 뒤부터 붙여진 이름이다. 우리는 그들의 죽음을 한 산악인의 조난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 나라를 대표하여 힘든 멍에를 지고 오른 그들의 슬픔이 곧 온 국민의 슬픔이요, 아픔인 것이다.
깨끗한 그들이라/ 흙먼지 속에 차마 못 묻어/ 하늘이 설악명산을 골라/ 흰 눈 속에 감추시던가./ 노산 이은상 선생께서 설악 산록에 묻힌 10명의 넋을 애도한 시 한 구절이다.
등산은 탐험정신 없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탐험은 곧 개척정신이요, 개척정신은 나아가서 인류에 공헌하는 공헌정신인 것이다.
이 죽음의 계곡은 특히 겨울에 높이 100m의 「건폭」과 200여 미터의 와폭이 얼면 빙벽훈련 장소로는 국내 제일로 친다. 와폭을 올라 「죽음의 계곡」을 계속 오르다 보면 대소 폭포가 몇 개 나오면서 대재봉(정상) 조금 왼쪽인 화채능선 상으로 오르게 된다.
다시 천불동 계곡 윗머리에서 죽음의 계곡을 버리고 「무네미 고개」를 향해 오르면 우측으로 구 만물상이 나오는데 만상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바위봉이 겹겹이 뭉친 봉우리가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무네미 고개」는 내외 설악을 나누는 분기점이요,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이 고개 하나를 사이에 두고 한 쪽은 외설악 천불동 계곡 설악동을 거쳐 동해로 흘러가고 한 쪽은 내설악 가야동 계곡, 수렴동 계곡, 백담 계곡을 거쳐 서해로 흘러 들어간다. 이 「무네미 고개」에서 북쪽으로 내닫는 능선은 기복이 심한 「공룡능선」(설마능선)이라 부르는데 구 만물상 뒤편 바위봉 3~ 4개를 거치지 않고 올라야 쉽다. 무네미 고개에서 한 시간쯤 거리에서 바라보는 「천화대」일대는 하늘나라의 정원인 양 피어오른 침봉은 언어도단, 또한 무네미 고개에서 남쪽 대청봉 쪽으로 조금 가면 「회운각」대피소가 있다. 동산 와서 조난당한 아들의 명복을 빌고 다시는 이곳에서 조난자가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서 그의 부모들이 아들의 이름을 따서 만든 산장이다.
회운각에서 곧장 오르면 소청봉(1616m)을 거쳐 대청봉(1708m)에 오르는 길이 있고 회운각 건물 뒤로 해서 대청봉에 직접 오르는 지름길이 있는데 대개 하산길에 많이 이용한다.
소청봉에서 봉정골 쪽으로 조금 내려가면 국내에서 제일 높다는, 봉정암이 있다. 봉정암은 석가모니의 진신(眞身) 사리를 봉안한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 가운데 하나, 암자 뒤에 기암 괴봉들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데 왼쪽으로는 독성나한봉, 지장봉이 있고 오른쪽으로는 기린봉, 할미봉, 범바위 등이 버티고 있는데 바위 모양이 범 같기도 하고 중이 장삼을 입고 예불하는 모습 등이다.
대청봉에 올라보면 동해 만 리가 발밑에 들어오는 데 동쪽으로는 화진포, 거진, 송지호, 죽도, 영랑호, 속초, 청초호, 낙산, 양양, 조도, 향호 등등 고을과 마을 그리고 호수와 섬들이 줄지어 한 눈에 들어온다.
다시 서남쪽으로 멀리 태백준령의 오대산, 대관령, 오색령 등등 천야만야 높고 낮고 멀고 가까운 봉우리들이 청봉 무릎 아래 깔려있고, 다시 서북쪽의 높고 검은 산이 있어 지도와 대조해보니 향로봉을 앞에 거느리고 아득한 구름 밖에 높이 솟은 산봉우리는 금강산 비로봉(1938m)과 옥녀봉이 분명하다.
대청봉에서 또 한 가닥 서북으로 뻗은 장대한 산맥을 「서복주 능선」이라 부르는데 이 능선이 남으로 꺾이면서 한계령의 분수령을 이루고 점봉산을 넘어 크고 작은 봉우리를 이루면서 그대로 서북으로 달리는데 이 중 「귓때기청봉」(1578m)이 높이 솟아있고 대수령 건너에는 인산을 솟구쳐 그 맥을 멈추고 있다.
<교정원 재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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