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교단 창립의 배경을 이루고 있는 역사적 정신의 주류는 곧 「정신개벽」이라는 네 글자로 집약할 수 있다.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역사적 자각을 통하여 온통 열리고 모두가 새로워지자는 것이다. 열리고 새로워진다는 것은 결국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그것은 우리 모두가 다 같은 하나의 생명으로, 하나가 되는 뜻으로, 그리고 그 하나가 되는 진리의 실체로 거듭나고 거듭나며 그 언제 그 어디에서나 늘 이와 같이 거듭나고 거듭남으로써 끊임없이 새로워지고 새로워지자는 것이다.
「처처불상 사사불공· 무시선 무처선· 동정일여 영육쌍전· 불법시생활 생활시불법」- 이것은 교조 소태산 대종사의 정신· 사상 전반을 꿰뚫어 집약한 표어라 할 수 있고, 나아가서는 정신개벽의 진체이며 대체이기도 한 것이다. 이 정신개벽의 첫 실천과제로서는 이미 초창교단이 벌인 새 마음· 새 생활운동이라 불리울 수 있는 조용한 운동을 들지 않을 수 없다.
이 조용한 정신운동은 사실상 그 무슨 운동이라고 이름마저도 지을 수 없을 만큼 그야말로 무위이화로 벌어져가는 새 바람 새 물결 그것이었다. 청년 대각자 소태산 대종사를 중심으로 당시 여기 모인 사람들은 스스로 새 마음의 소유자가 되었고 새 사람 새 생활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은 오늘날에 있어서는 너무나도 당연한 명제가 아닐 수 없다 하겠으나 이미 60여 년 전인 당시로써는 진정 묵을 껍질을 벗어버리고 거듭나는 아픔을 겪지 않고는 어려운 일이었으리라.
정신개벽 또는 새 생활 운동의 일환으로 세워진 것이 우리교단 초기의 「저축조합」이라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저축조합은 서로 서로의 신용과 협동의 바탕에다가 「이소성대」의 뿌리를 내리는 복밭(복전(福田))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 저축조합의 기초적 자력(資力)이 저 정관평 방언의 개척 사업을 일으키는 경제적 동기가 되어주었다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이치이다. 「세상의 모든 사물이 작은 데로부터 커진 것 외에는 다른 도리가 없나니 그러므로 이소성대는 천리의 원칙이니라. 이 세상에 크게 드러난 종교의 역사를 보더라도 처음 창립할 때에는 그 힘이 심히 미약하겠으나 오랜 시일을 지내는 동안에 그 세력이 점차 확장되어 오늘날 큰 종교들이 되었으며 다른 모든 큰 사업들도 또한 작은 힘이 쌓이고 쌓인 결과 그렇게 커진 것에 불과하나니 우리가 이 회상을 창립 발전시키는 데에도 이소성대의 정신으로 사심 없는 노력을 계속한다면 결국 무위이화의 큰 성과를 보게 될 것이요…」 이소성대는 모든 창립의 기본정신이라 할 수 있다. 신용과 협동의 바탕, 이소성대의 뿌리, 이것은 오늘날 우리 신용협동조합의 생명이 아닐 수 없다.
우리 교단에서의 신용협동조합 운동은 초창 교단에서 일시적으로나마 혜성처럼 나타났다가 사라졌고, 정말 오래간만에 이제에사 그 혜성은 다시 비치기 시작한 것이다. 그 존재가 말하자면 중앙총부의 신용협동조합을 비롯하여 광주와 부산교구, 그리고 정토회관에서 관장하고 있는 원광 새마을 금고이다.
이들은 각각 2· 3억 정도의 자본을 형성하여 아직은 착실하게 그 상호 신용의 토대를 다지며 성장해 가야 할 단계에 놓여있다. 이 신협의 육성책이라면 정책적인 특수여건을 제외하고는 따로 묘책이 있을 수 없다. 말하자면 앞에서 말한 대로 신용과 협동의 바탕이 그 전부라 하겠으며 이소성대의 원칙만 잘 행해진다면 꾸준히 성장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 전반적인 실태에서 바라볼 때 신용협동조합 운동은 매우 활발하다. 제2의 금융권 가운데 대표적 서민금고인 신협의 저축고(貯蓄高)는 무려 2천 1백억 원대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조합원은 도시의 영세민이나 농어촌 서민, 그리고 각 직장의 근로자들로서 대개가 소득이 낮은 층들이다. 우리나라에서 신협운동이 시작된 것은 21년이 넘는다. 신협 연합회는 지난해의 불경기를 감안, 출자금과 예탁금 등을 합쳐 1천 8백억 원으로 낮춰 잡았는  데도 실적은 2천억 원을 넘어섰다는 것이다. 그리고 최근에 와서는 그 성장세가 해마다 배가되는 추세에 있다고 한다. 살기가 어려운 때일수록 근검절약해야 한다는 서민가계의 알뜰한 심리적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이 신협운동이 교당이나 교회를 비롯한 직장 단체나 마을 등 생활 공동체를 중심으로 저변 확대되어가고 있으며, 따라서 서로 잘 알고 믿을 수 있는 사람들끼리의 신용과 협동을 기저로 하는 조합으로서 발전하는 것이 신협이 지난 특수성이기도 하다.
우리 원불교 신용협동조합은 그 본래의 큰 뜻과 신협일반의 특수성을 잘 조화시켜 먼저 대내외적으로 공신력을 다져나가면서 저변으로 그 성장세를 확대하여가야 할 것으로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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