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불교회 발족을 보고
불교는 인류의 정신적 지주
파사현정의 정신으로 정진
교계는 상호총화로 본래 사명 수행

신록의 훈풍이 찾아드는 5월을 맞이하고 보내면서 우리 교단을 밖에서 본 한 가지 소식을 풀이하고자 합니다.
인류가 있는 곳에 희망이 있고 희망이 있는 곳에 종교가 있다고 하였습니다. 개교 57년간의 긴 세월이 지나는 동안 우리 교단은 일희일비(一喜一悲)가 교차되는 만감 속에서 성장 발전하여 왔습니다. 대종사님의 창립정신을 이어 받은 출가 제위의 숭고한 희생적인공심과 재가 호법동지의 참된 신심이 화동 결합하여 인류의 위대한 저인산맥인 종교사에 불을 밝혔으니 이제는 우리 교단이 세계를 향한 종교로서 전진이 있을 뿐입니다. 일원대계 건설의 대 사명을 가진 우리는 새로운 마음의 자세와 반ㄴ성과 준비가 갖추어져야 하겠습니다.
우리 교단은 대종사님께서 대종경 첫머리에 명시한 바와 같이 연원을 부처님에게 정하고 장차 회상을 열 때에도 불법으로 주체를 삼고 완전무결한 큰 회상을 이 세상에 건설하리가 하시었습니다. 그러함으로 원불교는 불교의 한 종파적인 종단이 아니라 범불교적인 견지에서 독립된 교단임은 의심할 여지도 없습니다. 그러나 세상에는 우리교단의 발전을 과념한 나머지 혹자는 불교와는 전연 관계가 없다느니 또는 불교의 한 종파라고 하면서 항상 어두운 모습을 보여 왔습니다. 필자는 평소 이 점을 유감스럽게 생각하면서 불교계의 고승대덕과 자리를 같이 할 기회를 가질 때마다 우리 대종경에 명시된 바를 역설하고 교단의 위치를 정각하여 왔습니다. 그러나 왜곡된 편견을 가진 자들에게는 이해가 가지 못하여 한 때는 종교인의 모임에서까지 거론된 바도 있었으나 생생 약동하는 교단 앞에는 바른 심판이 있을 뿐이지 왜곡된 사견이 존재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이번 국가 유신 사업에 동조하는 전(全)불교계는 교계 일치운동과 상호총화가 역사적인 소명임을 깨치고 구심체가 될 한국 불교회를 구성하여 국내외에 걸쳐 모체가 되도록 창립대회를 지난 5월 3일에 서울 삼보회관에서 그 결성을 보았습니다. 본회의 헌장을 고찰해 보면 회운 자격이 불교의 종단 및 교단으로 구성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이를 다시 세부적으로 풀이하면 전자 종단은 각 종파를 뜻한 것이고 후자 교단은 원불교를 뜻한 것입니다. 본 대회에는 한국 불교 각 종파 단체가 대표하는 대의원 각 10명씩을 제출하여 총 2백여 명이 참석하였으므로 명실 공히 한국 불교계의 전체 회합이었습니다. 뜻 깊이 이 대회에서 우리 원불교가 헌장에 명시되어 대내· 대외적으로 독립된 교단임을 공식 인정받게 되었으니 다년간의 난제가 풀이된 것입니다. 그간 정부에서는 독립된 교단으로 인정하고 있었으나 전(全)불교계에서 추립(推立)한 것은 금반(今般)이 처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바로 우리 교단의 장족적인 발전의 실력이고 결정입니다.
지금부터 2500년 전의 역사를 더듬어 볼 때 석가세존께서 출세하시기 전에 인도에는 우너리를 철학적으로 체계화한 바라문교가 있었습니다. 이 바라문교는 후생(後生)한 불교를 사교시하였고 종교가 아니라고까지 배척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오늘에 있어서 당기 전성했던 바라문교는 명목뿐이고 천시 받은 불교는 전 인류의 정신의 지주가 되어 있으니 이것이 바로 장강에 전개되는 성쇠흥망의 자취입니다. 우리 재가· 출가 호법 동지에게는 파사현정으로 오직 정진이 있을 뿐입니다.
이번 한국 불교회 발족에 있어 초대 이사장이 임무가 막중하온데 우리 교단이 담당하게 된 것 혈중도원(頁重道遠)의 감이 있으나 대 교단의 위치에서 인연의 소작위(所作爲)라고 생각하면서 한국의 불교계에 새로운 등불을 밝히는 길잡이가 되리라고 믿습니다.
<중앙교의회의장·한국 불교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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