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와 민속신앙
토착화 과정에서 무속과 결속
불화는 신앙의 표상이며 대상

○…제4회 한ㆍ일 불교학학술대회가 구랍9~10 양일간 일본 경도 불교대학에서 열렸다. 「불교와 민족(俗)신앙」을 주제로 열린 금범 학술회의에 한국 측에서는 원광대 박길진 총장을 비롯 유병덕, 이상비, 김태곤, 조동원, 홍윤식 교수(이상 원광대)가 참석했다. 이본 측에서는 오래중 교수(대곡대, 문박), 평후사 교수(경도불교대), 이등진철 교수(경도불교대), 죽전청주 교수(동지대), 목전체량 교수(기부교육대) 등이 참석했으며 오래중 교수의 「일본불교의 민속신앙」에 대한 공개강좌가 있었다. 금번 학생회의에서 발표한 한국 측 학자들의 발표내용을 갖추려 옮긴다. <편집자>…○
무속과 불교와의 관계
김태곤 교수
 한국의 사찰은 어느 것이나 그 일우에 산신각 칠성각이 있고 신가에 산신ㆍ조왕신, 문호신, 정신, 수신, 토신, 수신 등의 무속신이 있으며 불전에 제물을 올리고 소망을 기원하는 무속과 같은 현실적 이익추구의 공리적 신앙관을 가지고 있다. 무속에서 석가여래, 제석, 보살 등의 불교신을 신앙하며 무가 속에 천수경을 비롯한 불경요소와 염불이 도처에서 발견되고 장삼과 가사가 무복으로 사용된다. 또 망인을 저승으로 보내는 오구굿, 씨름굿, 진오기 등의 천도굿이 불교의 극락을 전제로 하여 그 과정이 불교의 49재, 백일재와 거의 같다. 불교 속에 내재한 무속적 지반위에 전래한 다래의 불교가 한국의 토경 속에 뿌리를 뻗어 토착화해 가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무속과 결탁하지 않으면 안되었던 문화의 수용변용(한국적 변용) 관계로 생각된다. 그리고 무속에 내재한 불교적 요소는 불교가 토착화한 후 불교의 종교적 위력을 차용하여 자신의 종교력을 강화하려는 무속의 폭넓은 수용성에 있는 것이라 생각된다.
무속에 나타난 불교영향
이상비 교수
 한국교유의 무속이 삼국시대에 이르러 유, 불, 선의 유입에 따라 차츰 변화하게 된다는 것은 우리가 다 아는 사실이다. 「조선여속고」에 전하는 설화 등의 내용은 「지리산 고암천사에 있던 법우여화상이 천왕봉정에 사는 성모천왕과 부부가 되어 살았는데 슬하에 8녀를 두었다고 하였다. 그런데 그 8녀의 자손이 번식하여 무술을 가르치며 사는데 지금도 천왕봉 밑에는 백무촌이 있어서 한국무당의 요람이 되고 있다. 무격은 본래 단군에서 비롯되어 신라대에 와서 남해차차웅 또는 자충은 단군의 부인 단웅에서 유래된다고 보는 이도 있다. 桓은 寒과 음이 같으므로 한을 훈해하여 Cha로 풀어서 차차웅이라 하였다는 것이다. 민간의 제석신사는 「제석푸리, 제석굿」이라하는데 이것도 불교와 깊은 관련을 갖고 있으며 한인(단군의 조부)도 할 수가 없다. 무속은 불교처럼 특별한 신앙의 대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떤 신이든지 접신에 의하여 성립되는 것이므로 신앙의 주체보다는 의식인 「푸리, 굿」이 중요시되는데 의식에 있어 위엄과 격식이 큰 작용을 하므로 불교의 신앙이 아니라 새로운 의식을 받아들임으로써 무속의 의식을 보다 충실화 하고 위의를 갖추는 방향으로 발전했으리라고 보는 것이다.
麗代 풍수도참 사상에 대한 고찰
조동원 교수
 여대의 풍수도참사상은 국운의 성쇠에 중점을 둔 것이 그 특색이라고 볼 수 있다. 즉 국도의 지덕의 성쇠를 따라 국운이 좌우되는 것이며 지덕이 왕성한 곳에 천도하든지 국왕이 자주 순주하면 국운이 융성하여 국조가 연장된다는 것이다. 풍수도참사상은 중국으로부터 나말에 도선이 당승일행의 설을 준수하여 크게 퍼뜨렸다. 특히 여대의 불교는 재래의 신앙과도 관계를 가졌던 것이니 불도가운데는 신, 사, 무당과 같은 저속한 미신적 행사에 관여하였으며 불신도로 공불에 종사하는 한편 무격을 신봉하기도 하였다. 여대의 풍수도참사상은 명승 가운데에서도 적지 아니하니 여초에 도선이 이것을 창도하였으며 뒤에 보우도 참설을 들어 한양 천도를 공민왕에 권하여 관궐을 크게 수축케 하였고 자초가 이태조의 왕사로서 풍수도참에 조선왕조의 도선의 역할을 하였다. 여대의 이러한 풍수도참사상은 국운의 융성, 기업의 연장, 다국의 내항을 염원하던 고려인들의 강렬한 국가의식 내지 호국사상을 엿볼 수 있는 것이다.
한국불교와 민속신앙
홍윤식 교수
 한국불교의 신앙의 성격은 한국사원 전래의 불화에 잘 나타나 있다. 왜냐하면 한국의 불화는 신앙의 표상이요, 또한 신앙의 대상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불화의 유형구조는 상단불화, 중단불화, 하단불화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분류는 한국불교 신앙의 삼단불단법 유형구조에 근거를 둔 것인데 즉 상단불화는 불교의 근본신앙내용을, 중단불화는 호법선신의 신앙대상내용을, 하단불교는 망인의 영가천도를 위한 신앙내용을 도설화한 것이다. 민속신앙에서 제신은 일차적으로는 불교의 호법신으로서 불교에 포용되고 다시 이 같은 제신은 한민족의 구체적 願望에 따라 각각 독립된 형태를 지닌다. 한국불교의 토착화 내지 민속화는 결국 밀교적 성격의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한국불교의 민속신앙화는 한국민족의 구체적 원망의 전개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불교의 민속화가 불교의 발전을 저해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날의 구체적 원망이 없기 때문에 무기력해지는 것이라 본다. 오히려 오늘날의 구체적 원망이 무엇이냐 하는데 귀를 기울여야 된다고 본다.
<사진> 일본 제4회 한ㆍ일불교 학술회의에 참석한 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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