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코 소홀히 할 수는 없다

 지난해의 대각개교절 경축 행사는 교단60년 사상 가장 다채롭고 풍성했다. 합동법회, 사상 강연회, 교도소ㆍ나화자촌ㆍ양로원ㆍ고아원ㆍ우체부ㆍ청소부 위문 등의 각종 사회봉사, 성가대회, 교리퀴즈대회, 체육대회 등의 각종 경축행사가 전국 각 교당에서 화려하게 전개되었다. 국내의 각종 매스컴에서도 이를 상당히 관심 있게 보도했고 곁들여 교단60년사까지도 소개해 주었다. 그래서 사회에서도 「원불교가 이제 상당히 발전했구나」하는 관심을 갖게 되었던 것이다. 어쨌든 지난해의 대각개교절 경축행사는 교단사상 매스컴의 각광을 크게 받았던 것임에 틀림없다. 이제 금년에도 또 다시 대각개교 경축기간을 눈앞에 두고 있다. 금년의 경축행사는 과연 얼마나 풍성한 잔치가 돌 것인가? 우리는 이러한 질문 앞에 선뜻 긍정적인 대답을 하기가 어렵다. 그것은교단의 여러 가지 상황이 경축행상에 주력하기엔 너무나 복잡하기 때문이다. 우선 종법사와 수위단 선거를 비롯한 교단 간부진의 개편, 거기다가 교역자의 대이동 등 금년 3월 총회의 과제가 매우 벅찬 것이다. 그리고 교역자의 이동은 적어도 4월말 내지 5월초까지는 가야만 거의 매듭이 되어질 것으로 보인다. 거기다가 회계연도의 변경에 따라 12월로 원기62년도가 끝나기 때문에 사실상 금년도는 총부와 지방을 막론하고 행정의 공백상태를 면하기 어려운 실정에 놓여있다. 이와 같은 상황 때문에 중앙총부에서도 행정력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지방에서도 교역자의 대이동을 눈앞에 두고 계획을 수립하기엔 너무도 벅찬 것이다. 따라서 금년의 경축행사는 지난해와는 대조적으로 저조상태를 벗어나기 어려운 실정에 놓여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속수무책으로 그대로 있을 수만은 없다. 교단적으로 아무리 복잡한 상황에 놓여있다 해서 경축행사 까지도 소홀히 할 수는 없다. 경축행사는 결코 연례행사가 아니다. 소태산대종사의 정신을 구현시키는 길이요, 원불교가 사회에 봉사하는 일인 것이다. 따라서 전 교역자는 교단의 개편과 인사이동을 의식하지 말고 현재 있는 그곳에서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지난해보다 더 풍성한 행사는 하지 못한다 할지라도 지난해에 비해 너무나 초라한 행사로 그치는 일은 없도록 노력해야만 할 것이다. 그런데 금년도가 행정의 공백기를 면하기가 어렵도록 되어버린 상황에 대해 우리는 그 원인을 냉철히 규명해보지 않을 수 없다. 교단 행정에 기획성이 결여되었다는 점과 인사이동이 연차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몇 년 만에 한꺼번에 대대적으로 단행되어진다는 두 가지 큰 원인을 우선 지적할 수 있다. 교단 행정의 기획부재는 60년사를 통해 누적되어 왔던 것이고 특히 개교반백년 기념대회를 치르면서 통절히 느껴왔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전철을 밟고 있다는 사실은 역사의식의 결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이미 발족한지 여러 해가 되는 기획실의 기능을 금년부터라도 현실화해야만 할 것이다. 다음에 인사이동 제도에 있어서도 내년부터는 단계적 이동을 통해 행정의 공백 기간이 없도록 해야만 할 것이다. 사실 언제부터 일시적 이동제도가 실시되었는지는 몰라도 이는 이익보다는 손실이 훨씬 더 많은 것이다. 단계적 이동제도의 확립을 위해서는 인사관리, 교당관리 문제가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교역자훈련의 일시화가 지양되어야 한다. 이 문제는 훈련원사가 실축되면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훈련원 당국에서는 이 문제에 대한 구체적 연구가 현재에도 상당히 진행되어 있어야만 할 것이다. 아무튼 금년의 교단 상황에서 볼 때 우리 교단은 모든 분양에 있어서 출발점에 놓여 있음을 절실히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위대한 새 출발이 되어야겠고 과거의 아쉬웠던 점들에 대해 다시 전철을 밟는 일이 없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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