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성지 사업회는 지난 19일, 영산성지에서 종법사님 임석 아래, 교단 중진과 3천여 내외 호법 대중이 모인 가운데 「대종사 탄생가」(복원)와 「영모전」의 준공 낙성식을 성대히 거행하였다. 대종사 탄생가는 대종사의 어린 시절 9세 시까지 살던 집으로 오래 전에 허물어져 없어진 것을 이 마을(영촌) 촌로(90· 최복경 노인)의 고증을 토대로 하여 전형적인 산간 초가의 옛 모습을 되찾아 그대로 조성한 것이다. 영모전(영산원 경내)은 총 82평 크기의 한옥형 철조 콘크리트 건물로서, 여기에는 대종사와 열위의 위패 십상 성도(聖圖) 및 유품을 봉안하며, 영산성지 순례자들을 위하여 이를 수시고 전시하기로 하고 있다.
성지의 성역화 사업은 비단 오늘날 그 어떤 일시적 계기에 의해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진정 새로운 생명의 자각과 새로운 정신의 양식을 찾는 모든 인류를 위하여 여기에서 무엇인가를 기여해야 한다는 사명을 깨닫고, 항상 그 진선(盡善) 진미(盡美)의 가치를 제현하는 데 주장을 삼아야 할 것이다.
「원불교 성지」의 개념은 이미 정산종사께서 정립하여 놓은 「대종사 십상」의 배경에서 대종사 전 생애의 발자취를 따라 정리되었다. 대종사 십상을 들자면, 관천기의상 구사고행상 삼령기원상 강변입정상 장항대각상 영산방언상 혈인서천상 봉래제법상 신용전법상 계미열반상이다 이 십상을 통하여 곧 바로 알 수 있는 것은 「기의(起疑) 고행 기원 입정 대각 방언 혈인」등의 대종사의 일대 행적이 대종사 탄생지인 영산에서 이루어졌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영산성지를 연원으로 하여 봉래(부안 변산)의 제법성지, 신용(이리)의 전법(열반에 이르기까지) 성지를 아울러서 원불교의 삼대 성지라 일컬으는 것도 새 종교 형성의 사적 맥락에서 당연한 규정이 아닐 수 없다. 이와 같이 대종사 십상의 배경으로 나타난 상황에서 원불교 성지(성역)를 찾아보자면, 이제 복원된 대종사의 탄생가를 위시하여 영촌마을 일대의 자연(산천) 환경과 삼밭재(삼령)의 마당바위, 선진포의 나룻터, 노루목(장항), 정관평의 언답, 구인선진의 기도봉, 그리고 부안 변산의 석두암 터와 현재 중앙총부가 위치한 그 일원이라 할 수 있다.
앞에서 열거한 원불교 성지와 대종사께서 재세 시에 끼쳐주신 발자취들은 대부분 보존되어 있고 기념 시설도 아직 충분한 것은 못 되지만, 제대로 되어 있는 편이다. 그러나 연원성지인 영산권 내에는 아직 미비하고 석연치 않은 것들이 없지 아니하다. 대종사께서 구도과정의 기도 드리셨던 삼밭재의 마당바위, 대종사께서 반일자망(半日自忘)인 채 장승처럼(입정(入定) 상태) 서 계시던 선진포의 나룻터, 정관평 언답, 혈인성사의 현장과 구인선진의 기도봉 등의 보존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ㅅ다. 이들의 보존에 따른 여러 조건들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모르는바 아니겠으나 영산성지 사업회는 여기에 대하여 적절한 계획과 대책(장· 단기적으로)을 세워서 어떻게 하든, 이 문제를 구체적으로 하나씩 해결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이대로 접어둔 채 어느덧 세월이 흐르고 나면 성지의 참 모습과 그가 지닌 가치를 영영 잃어버리게 된다. 제일 튼튼한 근원적 조처는 우리 교단이 필요로 하는 「성역」의 땅을 합법적으로 환보하여 거기에 어떤 표주(標柱)나 여러 다른 징표 또는 기념시설을 통하여 성지로서의 가치를 보존해야 마땅할 것이면서도 이게 말과 같이 용이하지 않다는 것이다. 정관평 언답에 있어서도 현재는 현상 보존이나 유지는 물론 가능한 것이지만 장래에도 이게 어떻게 될 것인지의 장래에는 이게 어떻게 될 것인지의 귀취(歸趣)도 미리부터 측정해서 적어도 이 나라 개척사의 선구적 유산으로서 우리 구인 선진의 차원 높은 희생적 공덕이 결코 헛되이 묻히지 않도록 현명하고도 합리적인 대비를 하고 나가야 할 것이다.
대종사 성역의 성덕화나 유적보존 사업을 그가 목적하는 그대로의 일일 따름이다. 오늘날 유행되고 있는 관광지의 개발사업과는 그 질에 있어서 물론 다른 것이다. 관광의 명소를 찾는 관광객이 가령 만 명이 모이는 성황을 이룬다 할지라도 그들은 어디까지나 객일 뿐이다. 그러나 성지를 찾는 경건한 신앙의 순례인이 단 한 사람이라도 그는 이 성지의 주인으로서의 긍지를 갖는 것이다. 대종사 성지의 성역화나 그의 유적의 보존사업은 진실한 소수의 구도자들의 신앙적 순례를 위하여, 그것이 과거적인 생명으로 고정되지 아니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샘물을 길어 올리는 가치로 현창(顯彰)되어서 늘 현재에 생동하는 삶의 보람과 함께 미래를 살아나가는 영원한 이상적 원천으로 여기에서 마주치게 하는데 그 뜻이 있고 목적이 있다 할 것이다. 대종사께서 우리들에게 밝혀주시고 보여주시고 끼쳐주신 생명과 진리는 언제나 영원불멸하는 하나의 실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그 생명과 진리의 시간성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얽매이는 것이 아니다.
과거는 속절없이 흘려버리기 쉽고 현재는 부질없이 집착하기 쉬운 것, 그리고 미래는 또한 걷잡을 수 없이 방황하기 쉬운 것, 그래서 결국 뜻이 있는 곳에서 실상은 살아난다. 현상은 실상의 그림자다. 실상이라는 그릇이 아니고는 생명과 진리의 시간성은 영원일 수도 새로울 수도 없다. 대종사 성지의 성역화나 그의 유적의 보존 사업은 이 실상을 찾아 불멸의 시간을 창조하는 바로 그 작업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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