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년도 하계 훈련을 맞으면서

중앙훈련원은 지난 6월 16일 교수협의위원회의를 열고 금년 하계교역자 및 교도 훈련의 일정과 과정을 확정하였다. 올여름 훈련의 구체적 훈련 대상은 수위단 법사단(재가 제외) 원장, 부원장, 기관장, 기관교무, 각 교당 회장· 요인단, 전국 대학생 연합회, 청년· 어린이 지도자(예비 교역자· 현장 지도자)들이며, 일정은 7월 초순부터 8월 하순에 이르는 2개월간이다.
교단 원로 및 수위단을 위시하여 출가· 재가의 각계와 각층을 망라한 이번 여름 훈련은 확실히 거교적 동원령에 의한 참지(參至)로 이루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 교단의 모든 훈련이 물론 여름 한 철에만 한하는 것이 아니고 봄· 여름· 가을· 겨울 할 것 없이 연중무휴(無休)의 상태로 계속도어가고 있다는 것은 이제 새삼스럽게 언급할 필요도 없고, 다만 훈련은 원불교인이라면 그 누구를 막론하고 절대적 필수적인 의무라는 것과 훈련하는 교단의 줄기찬 맥박, 눈부신 기능을 통하여 끊임없이 생동하는 새 생명으로 새 종교의 특징을 삼는 것이 지금 우리 교단의 동향이라 할 수 있다.
원불교 훈련은 다시 말할 것도 없이 그대로가 다 새 종교로서의 원불교적 특색을 보여주는 것이다. 초창기, 주경야독의 소박한 일상의 과정에서부터 시작하여 오늘날의 산업 문명  사회의 기계적 현장에 이르기까지의 교단사적 발전의 이면에는 이 훈련의 의지가 일관되어왔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원불교 훈련법은 상시와 정기로 양립하여, 상시와 정기를 동정(動靜)간 서로 떠날 수 없는 시간으로 연계하면서 상시의 훈련에서는 동(動)할 때 공부의 작업취사를 주체 삼아 정기공부의 자료를 준비하고, 정기훈련에서는 정(靜)할 때 공부의 수양· 연구를 주체 삼아 상시공부의 자료를 준비하게 함으로써 이 두 과정이 서로서로 도움이 되고 바탕이 되어 재세 출세의 공부인으로 하여금 일분 일각도 떠날 수 없게 하는 것이 이 훈련의 전기능이어서, 이사병행, 동정일여, 영육쌍전 등 궁극적으로 이질화 할 수 없는 동체대비(同體大悲)의 한 몸이 되고 한 생명체를 이루는 진리의 과정을 상시와 정기의 훈련을 통하여 스스로 점검하고 확인하게 되는 것이라 하겠다.
원불교 훈련은 하나의 세계 하나의 인류를 지향하는 원불교의 이상과 가치관을 근거로 하는 진리적 기능을 닦고 기르는 데 그 뜻이 있고 목적이 있다. 지금 이 세계와 인류가 갈망하고 요구하는 것은 다름 아닌 새로운 이상이요, 새로운 가치관이며, 새로운 기능이라 낡은 가치관 남은 기능으로써는 이제는 어찌할 수도 없게 된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낡았다는 것은 이미 살아갈 방향이나 기운을 잃고, 밝은 이상 바른 가치의 기능을 보여주는 이는 그 언제 그 어디에서나 그 보여주는 생명과 진리가 한결같이 살아있는 것이요, 현실적으로 세계와 인류에 대하여 산 교섭을 갖는 것이기 때문에 거기에는 늘 새로운 진보가 있고 향상이 있다. 하나의 이상, 하나의 가치관에 대한 성취를 위하여 우리들에게 있어서 필수불가결의 요소는 진리의 기능이며, 이 기능을 계발하여 끊임없이 갈고 닦는 일이다.
종교의 궁극적 목표가 봉공이요 구원일 수밖에 없는 것이지만, 이에 앞서 오늘날 세계적 위기를 어떻게 건지며 무엇으로써 이 인류에게 참 이상과 참된 가치관을 안겨주느냐 하는 것은 문제 중의 문제일 것이다. 한 말로 말하여 오늘날 세계와 인류를 위해서는 새 종교 참 종교 하나의 종교는 물론 필요하다. 이러한 기대를 가지고 우리 종교계를 바라다 볼 때 벌써 동이 트이는 것이 보이면서도, 왜 이다지도 답답하고 더딘가 하는 느낌이다. 돌같이 굳어지기만 하는 신조와 거기에다 기계적으로 짜여져 버린 경전의 해석, 그래서 새로운 생활 경험이라는 것은 한 치도 용납될 수가 없고 전체 생성적 역사의식이 마비된 채 마침내 화석이 되어가고 있는 현실은 정말 안타까운 노릇이다. 이것은 기성종교에만 해당한 이야기가 아니라, 낡은 이상 낡은 가치관 낡은 기능에서 소생하지 못하는 개개인의 처지에서는 스스로 깨달아야 할 반성의 자료일 수도 있다.
이제 원불교 훈련은 60여 년의 그 생장(生長)적 과정에서 어느 만큼의 틀이 잡혀가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겠으나 틀에 잡혀서 형식화 혹은 기계화되는 것은 늘 스스로 경계하면서 전체적 생장적인 역사의 지향을 파악하여 오늘날 격변하는 세계의 상황에 능동적으로 적응하며 참된 인류의 해탈과 구제의 기능으로 언제나 새롭게 활현(活現)하는 원리를 바로 여기에서 보여주어야 하겠다.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