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정책적 배려긴요

해외교화라는 말은 그 쓰이는 용어 자체가 근원적으로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세계가 하나라 하고 인류가 또한 하나라 하는 입장에서 국내교화니 해외교화니 하는 이분법은 당초부터 성립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지역 인종 언어 풍속 문화 전통 등이 저마다 다른 것이 엄연한 현실이기 때문에 다만 교화 방법상의 문제로서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자래로 종교는 이러한 지역 인종 언어 풍속 문화 전통을 넘어서서 자비와 사랑으로 여기에 적응하며 보편적인 진리를 베풀어준다. 종교가 갖는 특질이 세계적으로 보편화하지 못하고 지역이나 인종이나 전통 등에 얽매어 버리는 것이라면 세계를 위하여 이바지 하고 인류를 구원하는 종교로서의 참된 생명력은 생장하지 못한다. 세계를 한 울안 만들고 인류를 한 권속으로 삼은 것이 원불교의 세계 이상이며 보편적인 가치관으로 원불교 해외교화의 궁극적 목표와 사명이 오로지 여기에 있음은 자명한 것이다.
이제 돌이켜보자면 원불교 해외교화는 원기 29년대, 불법연구회 때에 이미 출범을 하게 되었으니 일본(대판)과 만주에 일원의 법음을 전하게 된 것이 그 첫 시도라 할 수 있겠으나 역사의 흑운에 싸인 식민지 시대의 미약한 교세로써는 자체의 생존관마저 지탱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교화사업 그 일을 결코 뒤로 미룰 수 없다는 그 의지와 방향은 조금도 퇴색하거나 달라진 것이 아니었다. 원불교 해외교화는 1945년 8· 15 해방 이후에도 30여 년이 흐른 뒤인 1970년 대에사 비로소 태평양을 건너서 미주에 정박하게 되었고, 또는 현해탄을 넘어서 일본 본토에도 발을 딛게 되었으니 이제 바야흐로 10년 세월을 헤쳐 나온 것이 그의 발자취라 할 수 있다.
해외교화 상황을 일별하자면 미주의 경우, 뉴욕 시카고 로스엔질리스 휴스턴 캐나다(미국의 인방) 등 다섯 지역에 교당이 설립되어 그곳에서 살고 있는 교포와 고국의 기연을 중심으로 교화를 펴고 있고, 일본에서는 대판 내량 강산 등지에 내국인 유연 동지가 교당을 지키며, 본토인을 상대로 교화를 베풀고 있는 실정이다. 아직은 외형상으로나마 교화 활동이 활발하다거나 그 무슨 획기적인 진전을 보이고 있다거나 때때로 큰 성과가 나타난다거나 하는 식의 부질없는 기대는 할 수 없을 지라도 앞으로의 적극적인 합리적 정상적 교화를 위한 기반을 닦고 있는 오늘의 과업과 그 성취를 향한 보람만은 간과하지 못한다. 지금 해외(미주 캐나다 일본)에 나가 진정 낯 설은 교화 일선에 나서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뛰어들고 있는 교역자 동지의 그 희생적 혈심 노고는 그 무엇으로도 비견할 수 없이 장한 것이다. 더구나 교화활동의 난관 못지않게 긴요하고 절박한 생활의 여반(與伴)마저 아울러 해결하면서 나아가야 될 사정은 말로는 다할 수도 없는 것으로, 복잡하고 무거운 짐을 지고서 먼 길을 가고(임중도원(任重道遠)) 있는 처지이다.
이제 여기에서 해외교화의 그 무슨 실적 같은 것을 평가한다는 것은 성급하고 터무니없는 노릇이다. 더구나 결과 주의적 물량 위주의 경향이 평가의 기준이 된다는 것은 있을 수도 없는 일이며, 그보다 앞서서 해결해야 할 일은 범 교화 인재와 아울러 해외교화 인재의 육성 배출의 문제이다. 교역자를 양성하기 위한 그 정규교육은 제대로 실시되어가고 있다 하면서도 해외교화 인재 육성을 위한 특수교육 문제는 아직까지도 정책적 측면에서 실질적 구체적으로 다루어지지 않고 있다. 해외 교화의 이상이나 기능이 다 같이 중요할 뿐 아니라 마침내는 그 이상과 기능이 원만한 조화를 이루는 교역자상을 보편적으로 기대하면서도 이러한 꿈이 사실상 교육의 현장에서 어떻게 도야되고 자라나고 있는가의 교육과정을 저버리고서 바람직하고 유능한 해외교화의 인재를 바라는 것은 경작하지도 않은 맨 땅에서 수확을 바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교화 교육의 행정 당국과 교육 당국은 여기에 합리적인 교육정책으로 교역자 양성을 위한 정규 교육과정 속에서 해외교화 인재육성의 그 특성적 교육과정 또한 아울러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외교화 인재 육성 방안에 대하여 좀 더 철저한 연구와 적극적인 관심이 요청되고 있는 사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지금 세상은 불신 풍조와 아울러 무종교적 작태가 도처에서 만연되고 있는 상태이다. 이러한 때에 종교인으로서 만약 바른 신앙을 가지지 못하였거나 정의와 불의, 진실과 허위를 투철하게 꿰뚫어보는 진리관과 진정 세계와 인류를 위하여 솔선수범으로 헌신하고 봉공하는 드높은 윤리 정신이 결여되었다면 그 어디에도 설 땅이 없다 할 것이다. 이러한 계제에서 바른 신앙, 투철한 진리관 드높은 윤리정신으로 헌신 봉공해야 도힐 교역자 육성을 위한 체계 있는 교육은 그 무엇보다도 절실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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