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의 기능 재정비

중앙총부와 산하 각 기관의 행정 감사가 실시되고 있다. 감사 기간은 9월 14일부터 26일까지 13일 간이다. 감사당국이 밝힌 이번 감사의 목적은 교단이 제 분야별 실태와 문제점 파악, 교정 시책 및 업무 계획 추진 점검, 교정의 합리화 및 행정 체제 확립 모색이며 감사의 범위는 기본 운영 계획 시행에 관한 사항, 명령 규칙 정립의 적법 여부에 관한 사항, 재정 운영에 관한 사항, 인사 관리에 관한 사항, 교령 지시 시행에 관한 사항, 문서의 처리 및 관리에 관한 사항, 사무실과 시설 부품의 관리에 관한 사항, 사무 간소화에 관한 사항 등이다.
우리들에게는 살림살이라는 게 있다. 살림살이, 곧 사는 일이다. 살아가는데 있어서 이 살림살이라는 것은 우리들에게 없지 못할 하나의 기본적 구조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살림살이의 최초의 단위가 가정으로부터 시작하여 군거(群居) 집단과 사회 국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복잡해질 수밖에 없지만 그러면서도 그 가운데에는 저마다 살아나가는 방향이 있고 질서가 있으며 방법이 있다. 자기 혼자만이 아니고 여러 이웃과 수많은 사람들이 다 같이 함께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저마다 지향하는 궁극적 목표와 저마다 추구하는 궁극적 가치는 그것이 바로 삶의 내용으로서 정당하고 합리적이어야 할 것을 말할 것도 없다. 삶 그 자체가 다름 아닌 공동체인 것은 익히 체험하는 사실이다.
오늘날의 살림살이는 그저 먹고 입으며 사는 일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생존과 생활의 개념이 별개의 뜻일 수 없듯이 우리들은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우리들이 살아가는 이상의 방향과 우리들이 추구하는 현실적 가치가 과연 괴리감 없이 일체가 돼 있는가. 혹은 얼마만큼이나 조화를 이루고 있는가의 그 집약된 실체가 바로 살림살이라는 그 자체의 표현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무리 그 살림살이가 윤활하고 활기에 차있다 하더라도 거기에 정당한 방향으로서의 목표의 설정이 없다면 그것은 별 수 없이 다른 사람이 삶을 위협하는 무기나 다름이 없는 것이다. 진리를 갖는 이에 있어서 그 살림살이는 곧 그 자체가 오로지 진리로 화현할 수 있어도 진리를 버리고 현실적 가치만을 추구하는 자에게 주어지는 살림살이는 그것이 바로 그들이 추구하는 목적의 전부일 수밖에 없다는 것은 자명한 논리다.
교단이라는 존재도 사회적으로는 하나의 집단이다. 집단인 까닭에 어쩔 수 없이 살림살이라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종교의 집단은 사회 일반의 예사 집단들과는 엄연히 그 성향이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금의 경향을 말한다면 종교 집단이라는 것도 사회 안에서 사회 대중과 공존해야 되기 때문에 별 수 없이 다른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이나 조금도 다를 바가 없는 집단 이기주의의 틀을 못 벗어나고 있다는 비평에 대하여 범연ㄴ히 간과할 수만은 없게 되었다. 물론 이러한 경향을 여기에서 전적으로 수긍하는 것도 아니요, 반드시 우리 교단도 저와 같은 범주에 속할 수밖에 별 도리가 없는 것이라고 체념을 해 버리는 것도 아니다. 이와 같이 비인간적 물질 만능으로만 내닫고 있는 어려운 때일수록 종교인들은 마땅히 종교 본연의 자세를 끊임없이 되돌아볼 줄 알아야 하고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새 시대의 외침을 올바로 깨달아서 물질적 노예생활을 극복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정신의 세력을 확장해 나가는데 저마다 주체성 있는 활동을 펴나가야 하리라고 본다.
행정 감사는 말하자면 살림살이의 방향이 바르게 확립되어 있는가, 그 질서 또한 바르게 행해지고 있고 그 방법이 올바르게 철저히 활용되고 있는가의 기능을 재점검함으로써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여 문제점을 진단, 시정할 것은 시정하도록 그 대책을 강구해야한다. 감사의 기능이 연례행사나 요식 행위로 그쳐버릴 수도 없으려니와 감사를 받는 측에 있어서는 감사를 받기 위한 일종의 체재 정비가 일시적으로 되어서는 안 되고 평상시의 기능이 그대로 꾸준히 활성화되어 있는 그대로의 상황이 스스럽게 펼쳐지도록 해야 할 것이며 교단의 각 분야별 특성을 일목요연하게 읽을 수 있게 일상의 생활에서부터 합리적으로 정리되어져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은 이미 상식에 속하는 이야기다. 아무튼 감사를 맡는 당국이나 감사를 받는 총부와 각 기관이 다 같이 사실성과 합리성을 저버리지 않고 결과주의적 효용만을 바라보지도 말고 두루 살피고 깊이 꿰뚫어서 실질적이고 올바른 감사가 되도록 다 같이 협조해야 할 줄 믿는다. 아직은 감사 결과가 나오지 않아서 그 총체적인 마무리를 할 수 없지만 구태여 말하지 않더라도 이미 모든 문제의식이나 미진한 교단적 과업은 우리들의 지혜와 역량을 기다리고 있다. 살림살이란 무엇 하자는 것이냐, 그것은 우리들의 정신력을 키우는 데 있음을 이 기회에 다시 한 번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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