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적인 뒷받침을 기대한다.
우리 교단은 개교 반백년 대에 이미 사대 봉공회에 관한 취지를 종법사 유시를 통하여 발표하였고 이후 봉공회의 발족에 따라는 공식 비공식적인 논의가 산발적으로 계기되어 왔으며 중앙총부를 위시하여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등 유수한 교구에는 근년에 이르러 봉공회 조직과 그 발기하는 모습이 조용한 가운데 비쳐지기 시작하였다.
종법사 유시(원기 54)에서 공시하고 있는 4대 봉공회는 출가 봉공회, 재가 봉공회, 국가 봉공회, 세계 봉공회로 되어 있다. 여기에서 잠간 4대 봉공회의 취지를 들어 말하자면 봉공회의 기본 정신은 궁극적으로 일원세계를 바탕으로 하는 삼동윤리의 이 한 길임을 밝혀주고 있다. 우리들은 서로가 서로를 떠나서는 살 수 없는 공동체이다. 우리들은 진리의 공동체(동원도리)이며 생명의 공동체(동기연계)이며 역사의 공동체(동척사업)로서 종극적으로는 평화를 지향하는 공동체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의 자각적 진화는 아직 여기에까지 미치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진리를 초개같이 버리고 생명을 경시하며 역사의 반론 길을 가로막는 사건들이 지금 도처에서 세상을 뒤흔들며 인간의 생존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 오늘날 이른바 빈곤 무지 질병 재해는 다 같이 약육강식의 생존 경쟁과 인류의 불평등 원인에서 빚어진 것들이다. 다시 말하자면 이것은 자기만을 위하여 또는 자기의 집단만을 위하는 이기적 사고나 행위가 전공동체의 의무를 저버리고 공익을 짓밟는 데에서 오는 결과인데 우리들은 이러한 사태에 대하여 중시하지 않을 수 없고 그 책임에 있어서 회피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봉공은 곧 인류 공동체의 사랑이 실천을 의미한다. 우리들은 이 봉공활동을 통하여 진리 생명 역사로 이어진 사랑과 평화의 공동체를 회복하는 것이며 또한 봉공은 어디까지나 자기의 전체를 오로지 다 바쳐주는 것으로써 성취되는 절대의 보람인 것이다. 그래서 봉공은 항상 무아에서 출발하는 것으로 전체의 입장에서 전체를 위하여 자아를 다하는 이타적 행위로서 공익을 위해 사회적으로 실천하는 궁극적인 기여이다.
따라서 봉공은 궁극적인 진리와 전체 생명과 중생의 역사 안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사랑의 실현 과정이며 구체적으로는 인간의 고뇌와 불행을 극복하는 현실에서 해결되어야 할 문제이기 때문에 여기에는 어떠한 공리공론이나 관념의 미화로써도 이것은 충족될 수 없는 것이다. 만일에 종교의 궁구(窮究) 목표가 개인적으로 안심입명 하는 이기적인 경향에만 치우쳐서 세계적인 차별 속에 나타난 무지 빈곤 질병에 얽힌 중생의 참담한 무명의 상태를 도외시하는 것이라면 종교를 아편이라 주장하여 왜곡화하는 저 유물론자들의 공격을 막을 도리도 없지 않은가 한다. 물론 세속적인 그것은 인간의 욕망을 합리적으로 추구하며 그것을 충족시키는 데 있고 종교는 이와는 정반대의 경지에서 마땅히 탐· 진· 치를 버리는 것이 그의 본분인지라 여기에서 상반되는 두 개의 개념이 대립될 수도 있지만 일단 아닌 것 버릴 것(탐· 진· 치)은 모조리 버리고서야 내가 없는(무아(無我)) 평등의 사랑으로 떳떳이 일체(전체(全體))를 수용함으로써 서로가 잘살 게 되고(상생(相生)) 나아가서는 전체인 자기로서 향상을 기할 수도 있다.
종교는 교단 안의 종교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교단은 어디까지나 발전 과정에 있어서 종교의 한 윤곽(輪廓)이지 그의 본연의 모습과는 전연 다른 것이다. 그래서 종교는 교단에 집착하지 아니 하고 항상 교단이라는 울을 넘어서서 끊임없이 베풀어주는 것이 종교의 역사적 사명이며 봉공으로 뿌리를 내려 세상과 중생의 전체 사랑을 위하여 오로지 그 밑거름이 되어줌으로써 종교가 이 세상에 정착해야 될 절실한 이유를 비로소 깨닫게 된다. 진리의 뜻 생명의 뜻 역사의 뜻 평화의 그 참된 뜻은 인류 공동체를 꿰뚫어 나가는 아낌없는 봉공을 통해서만 이루어진다. 살아있는 종교의 실체는 진정 진리의 뜻을 깨닫고 생명의 뜻을 깨닫고 역사의 뜻을 깨닫고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물질적으로 전력을 기울여 다 바쳐주는 봉공의 기틀에서 찾아야 된다. 인류 공동체에 뿌리를 내린 자체 확립의 늘 새로운 자각과 동시에 전체적 상생과 보은의 봉공적 기능이 마비된 종교는 이미 종교로서의 존래 이유를 상실하고 있다.
삼동윤리의 그 목표가 밝혀주고 있는 진리와 생명과 역사를 통한 일원공동체는 곧 우리들의 존재와 사랑 은혜와 조화의 실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하며 4대 봉공회는 이 세상에 참된 자유와 평등과 평화를 실현하기 위한 기틀이라는 것을 재인식하고 보다 적극적인 봉공활동에 깊은 관심과 폭넓은 참여가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교정원 당국은 교단과 4대 봉공회가 하나의 활로를 지향하고 있다는 관점에서 이의 착실한 정착을 위하여 그 조직과 과업 등에 관한 면밀하고 구체적으로 정책적 뒷받침이 끊임없이 베풀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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