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사랑스러운 목각인형


판조각상은  꽃과 사람판, 용수판 있어
상여 장식한 목인은 망자의 극락왕생 염원

▲ 목인.

목인(木人)이란 옛 목조각인형을 통칭한다. 흔히들 나무로 조각한 인형을 목각인형 혹은 꼭두라고 말하기도 했는데, 사람의 모형을 일반적으로 인형이라고 부르는데서 각시 또는 꼭두라고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목인(木人)의 의미를 사전에서 살펴보면, '목우(木偶)'라고도 하며 나무로 만든 사람의 형상을 말한다고 나와 있으며, 우리 선조들이 주술(呪術) 및 벽사 그리고 각종 의례 등 일상생활에 쓰기 위해 제작해 사용해 온 것으로 각각의 그 기능과 역할 또한 매우 다양하다.

예를 들어, 목인을 만들어 사용한 기록이 조선왕조실록의 세종실록에 나오는데, 세종16년(1434년)에 장영실이 제작한 자격루(물시계)에 설치된 자동시보장치(떨어지는 물을 받아 정해진 시각마다 목인이 타종장치를 작동시켜 종이 울리도록 한 장치)에 목인을 제작하여 사용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그 외에도 목인은 주로 일반 서민들이 사용하던 민속조각들로 기록은 많이 남아 있지 않으나, 당시의 생활풍습과 토속신앙 그리고 복식문화 등을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된다.

이 같은 목인을 가장 많이 수집하고 보존하며, 연구하고자 설립된 박물관이 있다. 바로 2005년 서울시 제19호로 등록되어 2006년 3월 개관한 목조각 전문 박물관인 목인박물관이다.

목인이라고 하면 보통 상여에 관련된 것으로 생각하기 쉬우나 자료(유물)가 수적으로 많아서 그럴 뿐,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아직은 연구가 많이 이루어지지 못했으나, 목인전문 박물관인 목인박물관의 소장품을 중심으로 종류와 쓰임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주로 조선 후기의 상여장식용 조각으로 사용되어 죽은 이를 저승길로 안내하고 극락세계로 모시는 역할을 했던 상여장식 목인과 마을의 수호신 역할을 했던 솟대와 목장승들, 그리고 신당의 신상(神像)으로 귀신을 물리치고 화복을 비는데 쓰였던 목인이 있으며, 사찰에서 사용되었던 목불상, 목어와 같이 종교적으로 사용되었던 목인들이 있다. 그 외에도 일상생활에서 쓰였던 각종 목조각 민예품으로 생활 속의 목인들인 떡살, 먹통, 혼례용 목안, 제사용 목어 등이 있다. 이중에서 가장 많이 남아있고, 목인박물관이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는 자료(유물)가 상여장식용으로 사용되었던 목인이다.

상여를 장식한 목인은 조각의 형태에 따라 크게 입체조각상과 판조각상으로 구분할 수 있다. 입체조각상으로는 단순한 인물상과 말이나 호랑이, 해태, 학, 용과 같은 서수(瑞獸)를 탄 인물상 등이 있다.

▲ 호랑이를 탄 신랑 신부 목인.


판 조각상으로는 꽃판, 사람판 그리고 용수판 등이 있으며 주로 상여의 난간이나 상단의 앞뒤에 부착하여 망자(亡子)의 극락왕생을 염원한다.

여기에서 보여지는 목인들은 악공이나 재주를 부리는 남사당패와 같은 광대들과 망자를 저승으로 인도하는 사자가 있는데, 대부분 당시의 생활상에서 존재하는 인물들의 모습을 표현한 것으로 망자의 마지막 가는 저승길을 동행하는 수행자의 역할을 한다.

그 외에도 상여의 난간을 장식할 때 주로 쓰였던 꽃과 새, 그리고 인물의 형태를 그려 넣은 사람판이 있다. 이것 또한 부귀영화를 바라고 액운을 쫓는 벽사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간단히 정리하여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입체조각상은 인물상, 기호기마를 탄 인물상으로 상여장식에 쓰였던 인물상 가운데는 사자나 호랑이, 말, 해태 같은 서수나 봉황, 학을 타고 있는 조각상들이 많다.

인물상(人物像)은 극락왕생을 염원하는 각종 종교적 영향을 받은 신선과 장구, 꽹과리, 바라를 연주하는 악공들, 연주에 맞춰 재주를 넘는 재인이나 남사당패, 망자를 저승으로 인도하는 사자 등 상여를 장식하는 조각상 가운데는 다양한 인물 조각상이 등장한다.

판조각상은 꽃과 사람판, 용수판 등이 있다.꽃과 사람판은 상여의 난간을 장식할 때 주로 쓰였다. 꽃과 새, 그리고 인물의 형태를 그려 넣은 사람판 조각상이 있다.

꽃의 종류로는 불교의 영향을 받은 연꽃과 부귀영화를 상징하는 모란이 주로 표현되어 있다.

용수판은 상여의 상단 앞·뒤에 부착하는 용수판(龍首板)은 방상시와 마찬가지로 잡귀를 쫓는 벽사의 역할을 하며 용의 모습을 하고 있다.

이렇게 상여에 장식되었던 목인은 한때 망자를 위해 만든 조각이라 하여 홀대받기도 하였지만, 우리 선조들의 삶의 일부였으며 생활 속에서 사용되어 온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목인들이다.

그 안에는 우리 선조들의 웃음과 눈물이, 해학과 풍자가 그대로 묻어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나무로 만들어 따뜻한 숨결을 느낄 수 있으며, 조각 하나 하나에 염원과 소망을 담아 만들어진 목인들은 만든 이의 예술적 감각뿐만이 아니라 그 시대의 시대상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한 번 짝을 맺으면 죽어서도 그 사랑이 변치 않는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혼례용 목인이나 떡을 만들 때 문양을 찍기 위한 떡살과 같은 목조각 민예품들은 지금까지도 종종 우리 삶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것들이다.

현대에 와서는 그것들의 쓰임에 있어서 예전만큼 중요하고 깊이 있게 그 의미들을 부여하지는 않지만 여전히 우리의 삶이 평안하고 복을 부르는 삶이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목조각 민예품들과 함께 그 전통이 이어져 오는 것이다.

마을 입구나 길가에 세워 잡귀를 쫒아내고 마을을 지켜준다고 믿었던 장승이나 솟대 역시도 마찬가지이다.

과거 내륙지방에서 생선을 구하기 힘들어서 대신 올려놓기 위해 목수에게 부탁해 나무로 만든 제사용 목어(木魚)와 줄자와 같은 역할을 했던 먹통은 지금은 실제로 쓰여 지고 있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든 것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것들을 많은 사람들이 보았으면 하고 과거 선조들의 정성과 지혜를 알아가기를 바란다.
▲ 목각인형 상여.

상여장식용 목조각, 일상생활에 쓰였던 목조각 민예품, 민간신앙과 그 외의 종교에 사용되었던 목조각 등 지금까지 얘기한 여러 목인들은 우리 조상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덤덤히 보여준다.

그리고 그런 목인을 보고 있으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재미를 느끼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해학과 풍자가 그대로 묻어있는 목인은 우리들의 일상생활을, 우리 주변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것들을 가지고 표현해왔기 때문이다.

서민들의 일상생활에서 사용되어 왔고, 삶의 일부였으며, 무속이나 불교와 같은 종교를 떠나 아름다움과 소망으로 마음을 달래주던 우리의 전통 예술품인 목인(木人).

우리 선조들의 여유롭고 풍요로운 삶이 그대로 배어있는 목인(木人)을 보다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한다.
▲ 유광숙 / 목인박물관 학예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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