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기와 상생의 본바탕 되찾아야겠다
봄 3월이다.   이제 봄이라는 말만 들어도 어딘지 모르게 한결 가벼워지는 마음이다.
하지만 새봄 맞은지 벌써 3월이라 하면서도 아직도 봄은 쌀쌀한 것이다.   지난 3월6일의 개구리가 긴 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을 전후하여 대지에는 몽몽히 서린 안개와 함께 촉촉이 봄비가 내리는가 하였더니 이내 기후는 꽃을 시샘하는 거친 바람으로 바뀌면서 갑자기 영하의 추위로 떨어져 봄속의 스산한 겨울운치를 잠시 맛보게도 하였다.
그러나 저러나 이제는 누가 뭐래도 봄은 봄이다.   이달 21일이면 춘분, 봄의 훈훈한 기운이 한창 무르익는 때다.   소스라치듯 깨어 일어나는 생명의 몸부림과 그 고동소리는 누가도 거스리지 못한다.   겨우내 모진 추위에 꽁꽁 얼어붙었던 산하대지가 스스로 풀리기 시작하자 그동안 동면에 잠겼던 온갖 생명들이 부스스 기재개를 켜며 그 두터운 지각을 뚫고 꿈틀거리며 솟는 것을 볼 수 있다.
어디 그 뿐이랴.   요즈음은 영상 10도를 오르내리는 포근한 날씨로 저 남쪽의 섬들에서는 철이른 매화며 벚꽃이 활짝 피었다는 화신도 전하고 보니, 하루가 다르게 온누리 가득히 넘실어올 설레는 봄의 생기가 기다려진다.   아직도 교외의 먼산 깊은 골짜기에는 남은 눈 얼음이 한꺼번에 녹아내리는 그 맑은 물줄기  그 맑은 물줄기가 봄볕에 반짝이며 좔좔 흘러내리는 소리도 이 봄의 회심곡인양 들리는 듯 하다.
도시의 거리마다 줄지어 서있는 가로수, 그 앙상하고 스산한 가지에도 어느듯 새물이 오르고 새싹이 트이는 생명의 입김이 서서이 일렁이기 시작한다.   멀리 바라보이는 산과 들 저쪽 응달진 기슭에는 아직 겨울의 어둔 그림자가 채 사라지기 직전이기도 하지만, 이쪽 양지바른 언덕빼기에는 해묵은 풀밭 사이 사이를 새싹의 눈들이 그윽히 봄빛을 떨치며 돋아나고 있다.   지나간 겨울 영하 20도를 오르내리던 강추위는 이 세상 만물을 마치 얼음의 무덤으로나 묻어버릴 듯 혹심한 기세였으나 계절의 순환은 다시 어김없이 이 강토에 찾아 들어서 이제 만생은 훈훈한 봄의 생기 속에서 거듭 나는 기쁨으로 수런대고 있다.
대자연의 순환 앞에서는 한량없는 감사의 마음으로, 저절로 머리가 숙여질 따름이다.   이렇듯 계절의 변화는 자연에만 그 약동하는 생기를 불어 넣어주는 것이 아니다.   우리들 인간 생활에도 새로운 변화를 일깨워주고 거듭나는 새 생명의 기틀을 선물한다.   온갖 묵은 것들을 훌훌 털어버리고 또 하나의 새로운 시작과 출발을 기약하며 우리들의 마음은 늘 약동하는 저 진화의 꿈으로 기쁨으로 가득 차야 한다.   봄은 곧 생명의 대명사요, 만생령의 화음이다.   그리고 봄은 생동하는 희망으로 만생령의 앞길을 열어주는 그 자체의 상징인 것이다.
우리들의 마음에도 이 따뜻한 봄을 맞아들여야 한다.   우리들의 마음이 행여나 지난 겨울처럼 얼어붙지나 않았던가, 그리하여 인생 세간사를 갈등과 대립 분열 상극으로 대응하며 우리의 마음은 점점 굳어져 가지나 않는지, 지금 나는 그 누구를 미워하고 질투하고 시기하고, 마침내 내가 살기 위해서는 그 아무도 돌아볼 겨를이 없이 경쟁적으로 모든 사람을 앞질러 서고 심지어는 내가 살기 위해서는 너를 죽여야 하고 우리들이 최후까지 살아남기 위해서는 반드시 너희들을 없애야 한다고 마음먹고, 그 세련된 문명의 얼굴들을 돋보이게 하여 저마다 주어진 그 이기를 휘둘으며 그것을 오히려 자랑삼아 살아가고 있지나 않은지.   종교인은 지금 신의 이름을 팔아 마치 집단이기주의가 종교적 지상명령이나 되는 것처럼 하여 봉사와 헌신을 가장하여 독선을 누리는 일은 없는가, 종교인은 마땅히 저 자신의 분수를 깨닫고 철을 아는 사람이어야 한 것이다.
부디 이 봄을 기하여 너와 나 얼어붙은 마음의 응어리들이 속속들이 풀려야 하고 화기와 상생의 본바탕을 되찾아야 하겠다.   생명의 본질은 화기에 있고 상생에 있다.   나에게도 너에게도 우리의 가정, 우리의 직장, 우리의 사회, 우리의 교단에도 진정 이 마음의 창문을 활짝 열어 젖히고 이 훈훈한 봄바람을 맞아들여야 한다.  
그러나 이 화기와 상생의 그 향기는 내가 아닌 저 사람에게서나 그 어떤 다른 사물에서도 구할 것이 못된다.   내가 있는 여기, 나의 마음에서부터 나의 가정에서부터, 나의 직장에서, 우리들의 사회, 우리들의 교단으로부터 몸소 내가 화기가 되고 상생이 되어 오로지 앞장을 서서 베풀어 주어야 하는 것이다.
봄바람은 사가 없이 평등하게 불어 주지마는 산 나무라야 그 기운을 받아 자라고 성현들은 사가 없이 평등하게 법을 설하여 주지마는 신있는 사람이라야 그 법을 오롯이 받아 갈 수 있나니라(대종경 신성품 11장) 산 생명, 산 믿음이라야 만생령을 모두 살려내는 화기가 되고 상생이 되어 이 세상에 평화를 창조하는 원동력을 이루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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