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에 즈음하여

5월은 가정의 달, 청소년의 달이다.   어린이 날, 성년의 날, 어버이 날, 스승의 날 등 어른과 청소년을 기리는 축제가 다 5월달에 들어 있어서 우리네 전가정의 존재와 그 정체를 여기에서 다시 되돌아 보게 하고 있다.   계절적으로도 5월은 신록이 피어나는 싱그러운 모습으로 그 성장의 발랄한 생기를 베풀어 주는 것이어서 우리들은 다같이 생명의 진화라는 한결같은 궤도에 실려서 나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5월중에도 5일은 어린이날이며, 이 어린이날은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제정(어린이 헌장도 세계유일) 되었고, 또 우리나라에서 처음 일으킨 어린이 운동이 어느듯 60년 회갑을 맞았다하니 참으로 감개가 무량한 것이다.   우리는(어린이) 겨레의 꽃 세계의 보배라고 원불교 성가(제24장)는 어린이를 찬송하고 있으며 어린이는 나라와 겨레의 앞날을 이어나갈 새 사람이므로 그들의 몸과 마음을 귀히 여겨 아름답고 씩씩하게 자라나도록 힘써야 한다고 어린이 헌장은 그들의 보호를 강조하고 있다.   어린이는 장차 이 나라와 이 세계를 이끌어 나갈 미래의 주인이다.   그래서 어린이야말로 그 무엇보다도 티없고 구김없이 무럭무럭 자라나야 한다.   마음껏 가슴을 펴고 뛰놀아야 하며 떳떳하게 배우고 씩씩하게 커가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주변을 돌아 볼 때 어린이에 대하여 부끄러운 생각을 금할 수가 없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어린이의 인격은 존중되고 있고 이들에게 참된 애정을 기울여 화육을 다하고 있는지는 아무도 자신있게 말할 수 없는 처지다.
우리는 어른으로서 어린이에게 잘못된 것, 미진한 것이 무엇인가를 깊이 반성해야 할 것은 물론이고 우리의 아들 딸들이 더욱 바르게 튼튼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정성을 다하여 보살펴야 할 것이다.
8일은 어버이의 날이다.   부모가 자식을 생각하고 자식이 부모를 생각하는 것은 어찌 일정한 날에만 한한 정이라 하겠는가.   사람이 갖는 인정은 끊임없이 교류하고 감응하기 마련인 것이어서 어른은 반드시 어디에서나 예같이 일방통행을 원칙으로 해야한다는 존재가 아니라, 오히려 어른은 아랫 사람을 항상 넉넉한 덕화와 도량으로써 감싸주고 베풀어주며 이에 대하여 아랫 사람은 어른에게 효도와 공경의 정성으로 받드는 것이다.
비유하면 부모는 나무의 뿌리와도 같이 땅에 묻혀 자식의 생명의 근원이 되어주고 있는 것이다.   나무의 뿌리에 의하여 생명력을 지탱하고 있는 가지로서의 자식은 이 살벌한 세상에서 그 누구보다도 가장 믿고 의지하게 되는 것이 어버이에 대한 사랑과 그 두터운 혈육의 정인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도 오늘날 효도의 정신이나 경로사상은 시류에 따라 점점 희박해져가고 있다.   고도의 문명화와 더불어 의술의 발달은 인구의 고령화를 촉진하고 있는 실정이며 이와같은 추세는 어버이와 노인을 가정의 테두리를 넘어선 국가 혹은 세계적인 차원에서나 그들의 노후에 따르는 안녕  복지 문제는 추구되어야 한다는 사회적 과제를 낳고 있다.
어쨌든 현대사회 일수록 근원에 사무쳐서 도덕문명의 자기 주체를 올바로 확립해야 하는 이 마당에 효도의 문제는 실로 절실하지 않을 수 없다.   언제나 자기의 생명으로 돌봐주시고 가꿔주신 부모님이시오, 자식이 위급을 당할때마다 목숨을 걸고 붙들어 주고 구하여 주신 그 어른들이 이 세상에 살아계심을 든든히 생각하고 늘 그이로 하여금 자식들과 함께하는 즐거움으로 살아나가도록 대화와 접응의 기회를 가져 효의 길을 열어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교육당국은 그동안 끊겼던 스승의 날을 오는 5월 15일부터 부활키로 하는 한편 사도헌장도 마련할 계획이라 한다.   최근 교사상이 땅에 떨어져 선생은 많아도 스승은 덦다.   학생은 많아도 제자는 없다.   학교는 많아도 교육은 없다는 풍토를 개선하기 위해 스승으로서의 규범이 없을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규범을 세우는 일과 함께 스승을 찾고 그 은혜에 대하여 고마움을 되새기는 마음을 지니게 하는 사회적 토양 역시 더욱 중요하다 할 것이다.
그래서 스승도 제자도 다같이 사제의 중한 사랑과 밝고 드높은 도리를 자각하여 이 길은 마땅히 존중되어야 하고, 이 길이 곧바로 잘 행해지고 있는가에 대해 스스로가 거리낌없이 수시로 반성을 게을리하지 아니하여 항상 서로의 자세를 가다듬어 올바르게 세워가기를 힘써야 하겠다.
교육공학만 범람해 가지고는 참다운 스승상도 교육의 의미도 살아날 수 없고 먼저 교사의 가치규범이 올바로 세워져서 사도를 일으키는 곳에 교육이 또한 제 궤도를 찾아들게 되리라는 것은 하나의 순리가 말해주는 상식이다.
앞에서 말한 어린이, 성년, 어버이, 스승의 모든 존재인연은 곧 가정이라는 자리로 되돌아와서 생각하게 한다.   말하자면 가정은 이 세계 그대로의 축소판이요, 그 핵이기도 하다.   이 모든 인연들은 한결같이 가정에서 부터의 출발이기 때문이다.   가정이 올바로 서는 것이 곧 세계의 길이 된다.   진리의 핵가족으로 일원가정으로, 세계의 가정을 재구성해야 하는 것은 곧 바로 저 자신을 살려 세계를 일으키는 길이 될 것이다.
끝으로 5월의 축제가 무슨 요식행사로만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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