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 태극기가 예시하는 것

6.25도 이제 32돐을 헤아리게 된다.   아직도 전쟁을 상기한다는 것은 어처구니 없는 노릇이지만 이것은 어쩔 수 없는 우리네의 현실이다.   남북이 분단된 채 상반된 체제 대립의 양극화 형상이 팽팽하게 버티고 있는 한 전쟁상태를 벗어난 것은 아니요, 그대로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왜 우리는 싸우기 있는가, 어찌하여 우리는 싸워야만 하는가.   도대체 우리는 아무것도 모를 일이다.   우리는 애당초부터 전쟁이라는 것은 꿈속에서도 바라는 것이 아니었고 이 순간까지도 오히려 평화를 간구하는 피의 부르짖음은 끊임이 없다.
사실상 우리는 백의민족이라는 긍지를 세계사상, 또는 전 세계를 향하여 떳떳하게 내세울수 있는 겨레라는 것이다.   우리의 오천년 역사는 차라리 외부로부터의 침략으로 얼룩져 있을지라도 우리들 스스로가 저희나라의 야욕을 앞세워 전쟁을 도발, 다른 나라를 침범하였거나 다른 민족을 지배한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그러한 순수하고 선량한 백의민족의 후예로서 저희들끼리 바로 저희들의 강토에서 실로 엄청난 동족상잔의 전쟁을 도발하였고 아직도 이 브끄러운 싸움의 불씨가 종식될 줄 모르고 계속 심상치 않은 양상으로 변태를 부리고 있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이제 우리는 그 누구를 탓하고 그 누구인들 원망하자는 것은 물론 아니다.   어느쪽이 잘하고 어느 쪽이 못하다는 식의 상극과 흑백의 논리는 상당히 높은 자각의 수준에서는 유치한 것이다.   다같이 수용하고 넘어서는 차원에서 바르고 전체인 생명의 한길을 열어나가는 것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인간에게 지워진 의무요 사명이다.   전쟁도 내 책임이요, 평화도 내가 개척해야 할 책임이 있다.   6.25는 38선 때문에 터진 것이다.   38선은 미  소 양대세력의 판가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적대적 한계였는데, 마침내 우리는 미  소 냉전의 제물이 되어 그들을 대리하여 우리들이 우리들 자신을 죽인 결과가 됐다.   그것도 역사적으로 평화를 애호하고 인륜과 도의를 존중하는 문화민족 저희 혈족들끼리의 분별없는 장난이었으니 6.25가 가르쳐 주고 있는 보다 근원적 진의는 어디 있는지는 우리는 알고 깨닫고 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도대체 6.25젼쟁은 모를 일이었다.   종래의 관념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것이 너무나도 많다는 것이다.   세계 1.2차대전을 훨씬 능가하는 막대한 생명  재산의 재해를 입혔으면서도 무슨 명분으로 해야하는 전쟁인지 선전포고마저 없는 전쟁이었다는 사실, 그러고도 냉젼이니 열전이니 옛날에는 들어보지도 못한 생소한 이름으로나 불리워지기도 햇던 이 전쟁은 그 당시 얼마든지 재조해 낼수도 있었던 원자탄으로도 못할 뿐 아니라 내편에 대적이 있는가 하면 대적속에도 내편이 들어 있는 전쟁아닌 전쟁이라는 것이 6.25의 성격이라 할 수 있는 것이었고 그래서 그 무슨 계급  영토  권익의 목적도 아닌 이 전쟁을 일러 맥아더는 신학의 싸움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원시시대의 싸움은 부족신들의 싸움이었다는데 5천년 문명 이후는 또 원시반종의 회귀에서 발생된 문제로 보아야 하는가.
아무튼 38선의 획정은 그 어디에서나 부당하고 부조리한 것이지만 이것을 어떠한 무력내지 폭력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 6.25가 시사하여 준 그 범연히 헤아릴 수 없는 뜻이기도 하다.   그것은 역설적으로 사랑의 만남으로써만 해결될 선이라는 것이다.   그것은 순리와이성으로써의 조화요 통일의 계기임을 의미한다.   통일이 아니고는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하나의 원리이다.   사실 6.25의 전쟁은 비극으로만 받아들일 것이 아니다.   지축을 뒤흔들었던 폭격소리는 새 시대의 오는 길을 예시하는 신호탄이었다.   그리고 6.25가 분명히 우리에게 증언하는 것은 양극화의 역사적 현장에서 낡아빠진 분열대립의 되풀이는 잘못이라는 것이며 그러한 방식으로 인류의 모든 일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산동교당 뜰 앞의 무궁화와 태극기를 보시며 말씀하시기를 무궁화는 그 이름이 좋으니 무궁은 한량없고 변치 않음을 뜻함이라 이 나라가 새 세상 대 도덕의 근원이 될 것을 저 무궁화가 예시하고 있으며, 태극기는 그 이치가 깊으니 태극은 곧 우주의 원리로서 만물의 부모가 도는 것이요, 태극은 무극이며 무극은 일원이라 일원대도가 장차 온 인류의 귀의처가 되고 그 발원지인 이 나라가 전생령의 정신적 부모국이 될 것을 태극기가 예시하고 있나니라(정산종사 법어 국운편 33)  
이제 우리의 역사에는 정신문명이 그 스스로 하고 그 스스로 나아가는 한 길을 열어야 한다.   그렇게 되어가기 위한 과정에서 무슨 무슨 전쟁이요, 6.25가 아닌가.   앞으로 또 무슨 큰 전쟁이 있거나 말거나 물질문명의 소모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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