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주년 법인성사

7월26일 법인절을 맞는다.   이번 법인절은 예순세번째 맞는 기념 경절이며 그동안의 음력관용으로는 올해가 마지막이 되는 셈이고 명년부터는 태양력 기준인 8월21일을 공식 법인절로 돼 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혈인기념 행사가 맨 처음 실시된 것은 원기 40년 정관평 재방언 공사를 시작하면서 7월26일을 기념하자는 제의(원광제9호 사설)를 받아들인 것이 그 공적인 동기가 되어 동년 9월20일(음 7월26일)에 중앙총부에서 기도식을 거행했고, 이듬해인 원기41년 8월20일(음7월26일)에는 혈인기념식을 가졌으며 동년 교정위원회(당시 교무연합회)는 이날을 본교 요일로 결정함에 따라 정산종사는 이날을 법인절이라 명명했다.
원기42년에는 법인기념을 양력 7월26일 시행하기로 하는 한편 이를 신정절, 대각개교절, 석존성탄절과 아울러 원불교 4대 경절로 확정하기에 이르렀다.
법인은 곧 법계 인증을 이름이다.   법계는 또한 진리의 세계 전체의 세계라 할 것이다.   원불교 창립의 최초 멤버인 9인 선진들은 한결같이 법계의 인증 즉 진리와 전체의 인증을받은 새 사람이었다.   이 진리와 전체의 인증은 내가 바로 진리로서 스스로 나고, 전체가 이 나로부터 일으켜 세우는 그 자체를 입증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진리의 세계 전체의 세계야말로 새 시대의 질서내용이며 이 전체와 함께하는 진리의 공동체를 그대로 구현하는 첫 장으로서 법인절의 뜻은 주어졌다.
저마다 저 자신이 새 진리 새 생명 새 역사이 공동체로서 거듭나는 이 정신의 의미를 진실로 체현하는 그 삶 아니고는 그 어느때 그 어디에서나 진리의 숨결, 전체가 다같이 살아나가는 길은 열리지 않는다.
진리와 전체 이것은 세계가 하나되는 새 시대의 주체적 명령이다.   전체가 되지 않고는 하나일 수 없고 하나 아니고는 진리를 이룰 수 없다.   전체와 진리는 하나의 뜻이요 생명이다.   뜻과 생명은 스스로하는 그것이며 그렇게 되는 그 자체이다.   전체 아니면 내가 서지 못하고 진리 아니면 전체는 살 수 없다는 것이 이제 새 역사의 본질적 내용으로서 그 뜻 그 일을 일으키기 위하여 새 시대의 명령은 사뭇 절실하고 준엄한 것이었다.   아홉분 한뜻으로 써올린 증서 / 죽어도 다시 여한 없겠나이다 / 마지막 일심으로 찍은 백지장 / 감응도 새로울 사 혈인의 자취(원불교 성가38장)
여기 혈인의 그 자취는 새 시대의 명령을 증거하고 그리고 마무리하는 하나의 징표였다.   죽어도 다시 여한이 없다는 여기에서 새 시대로부터 영원을 맞이하는 생명과 새 시대의 주체로서 살아갈 자격을 보장받는 계기가 주어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이것은 그 누구가 시켜서 하는 일도 아니요, 반드시 그 무엇을 바라는 것이 있어서 애써 저지르는 것도 아니다.   정말 무엇 때문에 누구를 위해서 되는 것은 더더구나 아니다.   다만 스스로 하는 것이요 저절로 나선 것이다.   여기에 법인성사의 그야말로 성사다운 특징이 있다.
그래서 법인성사의 나타난 결과라는 것을 밖에서 살펴보자면 참으로 그것은 하잘것없는 것처럼 느끼는 것이다.   무엇이 어떻게 된 셈판인지조차 알 길이 없다.   60여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법인정신이 무엇인가하고 묻는이가 있다면 물론 그것은 단적으로 이런 것이라고 관례적으로 이룰수는 있겟으나 그 참 실체는 바로 이렇다고 손바닥에 구슬을 굴리듯 확연하게 보여주지는 못한다.   그 일은 곧 정신의 작업이기 때문에 그 정신의 배경으로써만 서로 만나지고 또 그러한 만남이 없이는 새 역사의 주체자로서 면면밀밀하게 이 생명의 대하를 이어나갈 수 없다.   언제나 일의 결과라는 것은 현실의 인간에게 그때 그때의 욕구를 만족시켜 주고 마는데에 그치지만 그일 자체를 드러내는 정신이라는 것은 육체의 인간을 넘어서서 보다 정신의 사람에게서 길이길이 살아 작용하여 산 역사를 이루어 간다.   이것이 정신이라는 한줄기 맥락이 갖는 성질이며 그 역사(정신사)라 할 수 있다.   정신의 출생지는 곧 정신 그 바탕이며 정신의 그 바탕에서만 정신은 일으킬 수 있다.    법인정신 그것은 모든 정신의 바탕이 되는 정신을 일깨워낸 최후요 최초의 그 계기를 시사한 것이다.
그 정신은 무엇일까.  법인정신이라고 다룰것도 없는 것이다.   말하자면 그것은 우주 인생을 꿰뚫는 그러한 일관된 정신일 따름이지 그밖의 다른 조작이라는 것도 있을 수가 없다.   이 천지와 일월성신 자연만물이 저절로의 뜻과 지은바의 됨됨으로써 살아가고 풍운우로가 순행하며 새 울고 꽃 피고 사람이 사람노릇 하게 하는 그 정신이 법인을 일으킨 것이다.   그리하여 진리와 사실의 의미와 나와 전체의 자리를 더욱 확연히 밝혀줌으로써 새 시대가 나아갈 새 생명 새 역사 새 진리의 공동체를 9인이 하나요, 이 공동체와 내가 또한 절실한 한 몸인 줄을 법인절을 기하여 더욱 깨닫고 다져 나가야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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