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림받은 환자 노인들에게 사랑 심는곳
환자수발하다 몸을 다치는 경우도 많아

선홍빛 접시꽃이 살랑거리는 총부 뒤편. 조그마한 길을 따라 한참을 걷다보면 붉은색 벽돌로 지어진 2층집이 눈앞에 다가온다. 정원에 들어서면 뜨거운 햇살에도 아랑곳 없이 갖가지 꽃들이 화사함을 뽐내고 있는 곳.
 원광노인요양원(원장 유정완, 익산시 신룡동 235-1번지)이라는 현판이 걸린 현관 옆으로 몇 개의 휠체어가 조만간 돌아올 주인을 기다리듯 뎅그러니 앉아 나른한 7월, 눈부신 햇살을 즐기고 있다.
 이 집에 사는 사람들은 사회에서 소외받고 버림받은 노인들, 그것도 이제 더 이상 밀려날 공간조차 없는 중증환자들이다. 어쩌면 이곳은 그들에게 있어 마지막으로 삶을 정리하고 헐벗은 가슴에 사랑을 심는 곳일지도 모른다.
 원광노인요양원이 처음 문을 연 것은 지금부터 9년전(원기 71년 12월), 양로 시설에 수용할 수 없는 65세 이상의 독립생활이 불가능하고 치료를 요하는 무의탁노인과 생활보호 대상노인을 수용하는 요양시설을 갖추자는 교단적 요청 때문이었다.
 유 원장은 현재 우리 요양원에는 76명(남 9, 여 67)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계십니다. 치매자 18명, 거동 불가능자 12명, 지체불구자 5명등 직원들이 식사를 날라 주고 수발해야 하는 노인이 20여명이 넘습니다. 운영은 정부에서 보호비 100%와 운영비 90%를 보조 받고 재단에서 운영비 10%를 보조받아 합니다. 그러나 지원되는 하루식비가 1인당 1천 7백15원밖에 되지 않는 등 제반 지원금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설명한다.
 이곳에 있는 노인들은 임종이 가까워왔음을 아는 탓인지 신앙심이 특별하다. 거동하는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조석 심고에서 저녁 염불, 법회를 빼지 않고 참석한다. 특히 천도재에 대한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관심은 매우 커서 더욱 참석율이 높다고 한다.
 이 곳의 직원들은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분주한 하루 일과를 보낸다.
 아침에 출근하여 할머니 할아버지 기저귀를 갈아드리는 일부터 시작합니다. 기저귀만도 대개 2시간에 한번씩 한분당 하루에 8번정도 갈아드려야 하고 방청소, 식사수발, 환자치료, 빨리 등을 하다보면 하루 해가 어떻게 다 갔는지 모르게 지나갑니다. 특히 야간근무가 있는 날이면 전날 9시에서 다음날 저녁 6시까지 꼬박 근무를 해야하니 더 힘들어요. 더욱이 환자들을 안고 옮기기라도 할라치면 허리를 다치거나 많이 사용하는 신체부위를 다치는 일도 종종 있구요이곳에서 일하는 한 조무사들의 말이다.
 하지만 이 곳 직원들의 급여는 그들의 노고에 비해 매우 낮은 형편이다. 조무사들이 처음 이곳에 오면 받는 보수는 32만 5천원, 1년이 지나면 1만원정도가 더 가산되는 정도다. 하지만 현재로서 그 해결책을 마련하기는 요원한 실정이다.
 이러한 열락함 속에서도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올여름을 편안히 나기 위해서는 모기약도 필요하고 기저귀도 많이 필요한데 정부보조만으로는 매우 부족한 실정이라며 오히려 노인들의 생활을 걱정한다.
 우리 사회가 좀 더 따뜻해지기 기원한다는 한 조무사의 조심스러운 말속에는 따뜻한 정이 숨수고 있었다.
(전화 0653-54-0383).
오정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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