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화우선 인사정책과 재가교도 참여폭 넓혀야
청소년 교화에 적극적인 관심과 투자 아쉽고, 교육현장과 교화현장의 긴밀한 협조 필요

 나의 입교연원은 어머니
-성곡학술문화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그동안 우리나라 물리학의 기초를 다지는데 커다란 공헌을 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물리학을 선택해 공부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으셨습니까?
 현장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젊은 사람들이 많은데 이미 연구일선에서 물러난 사람이 이런 큰 상을 받게 돼서 여간 쑥스럽지 않습니다. 물리학을 선택한 특별한 이유는 없습니다. 우연히 그렇게 된 거죠. 어렸을 적부터 과학을 공부하고 싶었는데 물리학이 과학중에서도 가장 기본적인 학문이라는 생각에서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거죠.
 -그동안 교리를 과학적 시각에서 해석하려는 시도도 몇차례 하신 줄로 알고 있는데.
 어떤 종교의 교리든지 과학의 탐구영역과 중복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세계가 어떻게 이루어졌고 어떻게 변화해 가는가 하는 세계관의 문제 등이 바로 그것이죠. 따라서 우리 교리중 과학의 영역에서 논의 될 수 있는 문제로 몇가지 논문을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인과보응의 이치와 불생불멸의 원리를 과학적 시각에서 검토해보려고도 했고, 또 사은사상에 나타난 세계관과 과학적 세계관과 비교를 시도해보기도 했죠.
 -원불교에 입교하신 동기는.
어머니의 영향이 컸죠. 어머니의 철저한 신앙 수행생활은 저희 가족 모두의 신앙생활에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어머니는 무슨 일이든지 시작하시면 남보다 몇배나 되는 일을 해내시는 억척스런 분이셨는데 이 공부를 시작하신 후로는 그 동안 내가 너무 탐욕에 물든 생활을 했다며 일체를 놓으시더니 이 법 만나 다행이다시며 해탈하신 모습으로 생활하시다 91세에 열반에 드셨는데 열반시 까지 정신이 조금도 흐트러짐이 없으셨습니다. 이런 어머니의 신앙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교당에도 가고 대종사님도 뵈며서 원불교와 인연을 맺게 됐죠.

교단의 변화 방향
 -재가교도로서 수위단원을 역임하셨는데 수위단 운영에 대해 하실 말씀이 있으시다면.
 우선 수위단의 역할이나 위상이 너무 복합적이어서 합리적 운영에 문제가 많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대종사님 당대에는 교단의 규모도 작고 친정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수위단의 기능과 역할을 명확히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최근 수위단이 점차 최상위 교화단으로서의 위상을 강화해가고 있는 듯합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이 출가와 재가단이 뚜렷이 구분되어 있는 상황에서 수위단만이 출가 재가가 하나의 단으로 구성되어 최상위단의 위상을 갖는다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봅니다. 차라리 교화단을 출가 재가 구별 없이 운영하면 모르겠지만요. 지난번에 청운회에서 수위단에 재가교도 30%가 들어갈 수 있도록 해달라는 건의를 했을 때 이를 반대하는 대부분의 수위단원들이 출가교화단의 단장을 수위단원이 맡아야 한다는 이유로 재가교도의 수를 늘릴 수 없다고 했습니다. 이를 뒤집어 말한다면 현재의 수위단이 최상위단으로서의 위상을 갖는데도 문제가 있다는 말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수위단회가 출가 재가의 혼성으로 이루어지는 교단의 최고의결기관으로서 사회와 교단이 현실을 바르게 진다하고 교단의 장기적 발전을 모색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기를 바라고 싶습니다.
 이와 아울러 수위단회의 회기에 관한 문제도 지적할 수 있겠습니다. 일주일 또는 한달에 한번씩 갖는 지금의 회의 구조로는 늘 산만하고 소비 지향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회기제를 도입할 경우 현안의 문제에 대해서 충분히 공부해 가는 가운데 지속적이고 심도 있는 논의가 가능하게 될 것입니다.
 -교화가 정체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자주 됩니다. 교화활성화를 위해 선결돼야 할 것이 있다면.
 교화 활성화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일은 교화현장에 우수한 인력을 많이 배치하는 일입니다. 지금처럼 모든 일들을 교무님들이 다 하려고 하지말고 재가들에게 맡길 수 있는 일은 과감히 넘겨주고 교무님들은 교화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와 더불어 교화에 임하는 교무님들은 교화에 대한 철저한 사명을 가지고 임해야 할 것입니다. 교화를 하기 위해 배치된 교무님들이 학업을 한다든지 외학에 종사한다든지 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되겠죠. 또 교화를 위해 배치된 교무님들은 교화에 대한 적극적인 자세를 견지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3년 아니면 6년만 살면 되지하는 안이한 태도로 현장에 임한다면 전혀 교화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해외교화 구체적 접근 필요
 -그동안 해외교화의 활성화에도 많은 역할을 해주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해외교화를 위해 해 오신 일이나 해외교화에 대한 견해가 있으시면 밝혀주시지요.
 제가 이번 워싱턴교당 봉불에 도움을 준 것은 막내가 갑자기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게 되어 그 기념사업으로 뭔가를 하려 했는데 어른들이 워싱턴교당을 냈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그 말씀을 따른 것입니다. 그 아이를 미국에서 낳은데다가 워싱턴이 미국의 수동인 까닭에 미국교화를 정착시키는데 워싱턴교당의 봉불이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죠. 그렇다고 혼자한 일은 아니고 주위에 계시는 많은 분들의 정성을 모아 심부름을 좀 맡은 것 뿐 입니다.
 또 해외교화에 대해서는 교단적으로 뚜렷한 비젼이라든가 계획을 가지고 장기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초기에는 국내교화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교포들을 중심으로 교화를 시작한 것이 사실이지만 요즈음 들어 이러한 교포교화는 한계에 봉착하고 있습니다. 미국만 하더라도 이민인구가 크게 줄면서 한창 붐을 일으켰던 한인교회가 지금은 많이 문을 닫고 있잖아요? 지금은 현지인 교화를 위한 구체적인 비젼이나 대안을 찾아야 할 시기라고 봅니다.

개방적 현실적 교육 절실
 -교육자로서 평생 한길을 걸어 오셨는데 교단의 예비교역자 양상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우선 교화가 잘 돼야지요. 무엇보다 지망생이 많이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때문에 청소년 교화에 대한 관심과 추자가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할 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다음이 교육문제인데 좀 더 개방적인 교육, 좀 더 현실감각에 치중된 교육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교수님들이 교리적 학문적 지식뿐만 아니라 현실감각을 가진 교역자들을 양성할 수 있으면 합니다. 뿐만 아니라 원불교학과 교수들이 교육현장과 교화현장을 순환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장애인복관을 운영하시면서 어려웠던 점이나 보람된 일이 있으셨다면.
 장애인복지관 사업은 우리 교세에 비해서 매우 벅찬 사업입니다. 장애인을 돌보는 일은 특수 전문인력을 필요로 하는 사업인데 반해 우리 교세가 아직은 열악한 상태여서 교도들만으로 운영하기엔 아직 역부족인 탓이죠. 그래서 비교도이거나 타종교를 가진 직원들과 마찰이나 갈등의 소지가 있고 이러한 문제들을 조절해 나가는 일이 어렵다면 가장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나 보람도 없지 않습니다. 장애인들이 이곳을 거쳐나가면서 재활하는 모습을 볼 때 가장 보람이 큽니다. 게다가 우리 복지관은 모든 직원들이 열심이어서 이제는 들어오려는 장애인을 반밖에 받지 못할 정도로 점차 명성을 얻어 가고 있어 무엇보다 자랑스럽습니다.

정리 오정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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