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의 섬, 소록도
봉사의 겉모습만 흉내내기보다
참된 인간적 사랑을 보이고 싶어

 매년 여름이 되면 봉황은 육지와 매우 가까운, 그러나 우리 사회와는 너무나도 먼 소록도를 향해 떠난다. 벌써 12년 동안이나 계속된 행사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작은 사람의 섬으로 향했다.
 작년에 참가하지 못했던 나는 올해 약간 흥분된 마음으로 소록도에 발을 내딛었다. 소록 교당까지 가는 길을 걸으며 너무나 평화롭고 아름다운 소록도를 보고 노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생각했던 희망을 잃은 처참한 죽음의 섬이 결코 아니었다.
 질료 첫날, 난생 처음으로 나환자를 보았다. 처음에는 잘려 나간 손발, 일그러진 얼굴을 보며 조금은 두렵기도 하였다. 그러나 놀랍도록 평화롭고 깨끗한 그 분들의 표정 때문인지 시간이 지날수록 처음 가졌던 두려움은 차츰 없어지고 좀 더 자연스러운 몸짓으로 그 분들을 대할 수가 있었다. 편한 마음으로 그분들을 대하기 위해 나보다 더 많이 환자 분들을 대하셨던 이 곳의 간호사 분들과 우리 선배님들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그리고 나의 행동과 비교를 해 보았다. 과연 나도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소록도를 떠난 지금, 다시 한번 내 자신을 뒤돌아보니 나는 너무나 흉내내기에 급급하였던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이 그 분들과 피부를 맞대니까 나도 따라 하였고, 그 분들을 부축해 주니까 나 역시 그대로 행동하였다.
 우리가 소록도를 찾은 목적은 몸이 불편하신 분들을 치료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분들의 육신의 치료에 앞서 내 마음의 병을 치료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분들의 겉모습만을 보며 두려워했던 나, 흰 가운을 걸치고 뭔가 위해 있는 듯한 느낌으로 그 분들을 대한 나, 나의 무의식 속에는 분별심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분들을 위해 봉사한 다며 떠났지만 해 드린 것은 별로 없고 너무나 많은 것을 배워 왔다. 다음 소록도 의료봉사까지는 1년이 남았다. 다음 기간동안은 무의식 속의 잘못된 나를 반성하고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참된 인간적인 사랑을 그분들에게 보여드려야겠다.
 마지막으로 나를 아들 삼고 싶다는 할머니께 선뜩 어머니라고 부르지 못했던 r서이 너무나도 부끄럽다.
이용우 <원광대 한의과 대학 원불교 동아리 봉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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