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자축의 의미

원기 68년 대각개교절이 한달 앞으로 다가섰다. 양력 공용의 원칙에 의하여 기정된 대각개교절이 4월28일이라는 것은 그동안 누차에 걸친 교정원 당국의 공식 발표와 홍보등을 통하여 이미다 알려진 사실이다. 그래서 대각개교절 일자 변경이후, 돌아오는 4월28일은 금년들어서 처음 맞게되는 대각개교절이다.
지난 제2백2회 임시원의회는 중앙총부와 각교구에 대각개교절 봉축위원회를 구성하고 서로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여 보다 뜻깊고 바람직한 봉축행사를 수행하기로 하였다. 이어 발족된 중앙봉축위원회와 교정원에서는 그동안 여러차례와 합동 공식 모임을 갖고 봉축행사의 기본지침을 마련하였으며 이를 각교구와 기관에 시달하였다.
중앙봉축위원회가 발표한 지침에 따르면 개교표어인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를 금년 대각개교절의 주제로 정하고 개교정신의 선양, 현대사회의 병리적 문제의 해결, 종교상호간의 이해의 증진, 대사회 봉공활동등 네가지의 목표를 설정했다.
새삼스러운 이야기 같지만 돌이켜 보자면 우리들은 금년으로 68회의 대각개교절을 맞이하는데 대각개교절의 주제와 목표를 정하여 대각개교의 정신을 기리고 그 참뜻을 실현하기 위한 상당한 계획과 다양한 활동이 추진된다는 것은 그리 흔하게 있는 일이 아니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지금 우리들이 시행하려는 일들이 크게 괄목할만한 가치가 있다거나 또는 대각개교절에 바치는 그 전반적인 봉축의 선물로서 진선 진미의 작품이냐 할 때 반드시 수긍되는 만족한 평가를 기대할 수도 없을 것이다. 대각개교절은 아직 전 국민이나 전 인류가 다함께 기리고 송축하는 국가  세계의 경축일이 못되고 다만 원불교의 거교적인 명절이면서도 진정 원불교의 대각개교절답게 거교적이고 뜻있는 봉축행사를 가져보지 못하고 조용한 자축에 그치는 것이 예사처럼 돼왔다.
이 종요한 자축의 행사라는데 무슨 결함이 있다거나 또 다른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안으로 함축하는 자세, 밖으로 넘치지 않고 과장하지 않는 자세가 진지하고 겸허하다 할 수 있다.
그러나 조용한 자축행사라 하는 것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별로 다른 뜻도 없고 따라서 별다른 일이 없이 정해진 의식이나 거행하는 것으로 되풀이가 되는 정체적 타성이어서는 안된다. 아직 우리들에게 있어서 대각개교절 봉축은 원불교 교단 자체의 조용한 자축행사라는 객관적 사실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지만 그런 중에서 우리들은 진정 대각개교의 바른 뜻과 그 새로운 소망을 찾고 그것이 구체적으로 실현되는 모든 일과 모든 역사속에서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사명의식을 흘려버리지 않고 스스로 일깨워 나가는 자각의 힘을 길러야겠다.
아직도 우리교단사의 진행단계는 지키고 이루어나가는 과정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지만 그러나 항상 안으로 체득하면서 밖으로 끊임없이 베풀어 주는 이 쌍전과 병행의 운동은 이제는 자리가 잡혀갈 줄도 알아야 한다. 우리들이 끊임없이 체득해야하고 동시에 끊임없이 베풀어주어야 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과연 무엇이겠는가.
그것은 이미 우리들의 이념으로 정립된 바도 있는 진리는 하나 세계도 하나 인류는 한 가족 세상은 한 일터라는 무한한 사랑 무한한 생명 역사공동체 의식을 꿰뚫어온 진리 정신이다. 대각개교의 실상을 말한다면 이 또한 이러한 무한한 진리정신의 대하가 여기에서 소태산 대종사의 대각을 통하여 크게 마주치고 크게 열린 것이라 할 것이다. 그래서 오늘날 우리들로 하여금 분명히 지니지 않으면 안될 것이 이것이요, 동시에 베풀어 주지 않으면 안될 것이 또한 이 정신이다.
이 정신이 주축이 되지 않는 어떠한 인생  세계관 종교나 과학 그리고 어떠한 삶의 내용은 그것은 허구요 어둔 세상의 낡은 잔재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이미 설정된 대각개교절의 목표들이 이제 조화있게 이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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