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2막 새로운 시작, "은퇴는 없다"

▲ 행복한 일자리에 활기찬 노후를 보내는 익산시니어클럽 어르신들이 잠시 일손을 놓고서.
"일하는데 방해되게 왜 자꾸 사진 찍어~!"
올해 101세 김일순 할머니는 4년 동안 하루도 결근하지 않고 전북익산시니어클럽 공동작업장에 출근한다.

또 익산 모현동에 거주하는 이효순(73) 할머니도 일하는 즐거움에 대해 큰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이 나이에 출근할 수 있는 직장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당게요."
일을 통해 노인복지를 실현시켜 가는 전북익산시니어클럽(백종환 교도, 43·동영교당)은 최근 컨버스 회사에서 대량 작업을 수주 받아 작업장을 확장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백종환 관장은 "매일 출·퇴근하는 어르신 직원이 50여명이 넘는다"며 "이처럼 고정된 일자리를 창출하기까지는 몇 안 되는 직원들의 수고로움과 초창기부터 함께 해 온 어르신들"이라고.

시니어클럽 진행 사업 다수

사회복지법인 삼동회 산하 전북익산시니어클럽은 2003년 익산노인인력지원기관 전라북도 지정으로 시작됐다. 어르신들에게 일과 재미, 자존감을 향상시켜 새 삶과 새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또한 일을 통해 긍정적인 마인드로 노년에 찾아 올 수 있는 각종 부작용들을 완충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전북익산시니어클럽에서 현재까지 진행 되는 사업은 16종에 이른다. 공익형 사업단으로 급식 및 환경도우미, 교육형 사업단은 어르신강사 파견사업, 복지형 사업단은 아이사랑 보육도우미 사업, 시장형 사업단은 다와분식과 비둘기일터 공동작업장, OK6070 아파트택배 사업, 즉석구이김을 판매한다. 또 인력파견형 사업단으로 시험감독관, 주유원 파견, 경비원 파견, 농촌일손 돕기를 진행 중이며, 창업모델형 사업단으로 익산시니어클럽 OEM전문작업장과 깨끗한 학교 만들기이다.

▲ 백종환 관장(오른쪽)과 이야기를 나누는 이효순(중앙)·엄옥순 할머니(왼쪽).
전북익산시니어의 고유사업으로 반찬배달사업인 '참맛손맛소담', 참기름사업으로 참깨랑들깨랑, 세탁물사업-하얀세상세탁방을 운영하고 있다. 세탁방에서는 지역 내 헬스클럽과 숙박업소 세탁물 대행과 아파트 입주청소와 상가청소 등을 대행하고 있다. 특히 시니어클럽에서 만든 참기름은 최상의 통깨를 어르신들이 직접 가공하여 참기름, 들기름, 볶음참깨를 제조, 판매하고 있다. 또한 반찬배달은 지역 내 상가와 병원에 점심과 저녁반찬을 배달 해 어머니의 손맛을 활용하여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전북익산시니어클럽은 이외에도 크고 작은 작업들을 진행하며 어르신들의 일자리 창출과 맞춤형 일자리 제공으로 보람을 제공하고 있다.

일하는 노년, 활기찬 노후

백 관장은 "기존에는 소모성 일자리가 많았다"며 "그런 일은 지원이 끊기면 자생력이 사라지고 지원을 받아야만 가동되는 비효율적 일자리였다"고 말했다. 그래서 백 관장은 임가공 사업을 구상한 것. 임가공 사업은 재료비가 안 들어가 이윤을 고스란히 어르신들에게 되돌려 줄 수 있어 많은 어르신들을 고용할 수 있고, 수익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점과 지원과는 무관하게 자생력을 갖고 고용창출을 이어 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노력한 결과 현재 330여명에 이르는 어르신들이 시니어클럽을 통해 일자리를 찾아 활동하고 있다.

백 관장은 "시니어클럽 작업장이 익산 서부와 남부권에 집중 돼있어 동부권 어르신들이 일자리를 찾는데 다소 어려움이 있다"며 "올해는 동부권에 작업장을 마련하여 컨버스 회사의 일을 함께 해 갈 전망이다"고 말했다.

또한 백 관장은 "익산시와 지역 내 기업 간 시니어클럽과 MOU협약을 통해 체계적으로 일자리 창출을 해 갈 계획"임을 밝혔다.
▲ 익산시니어클럽의 최고령자 101세의 김일순 할머니.

노년의 행복과 일하는 보람 커

백 관장이 시니어클럽 일을 진행하며 가장 보람찬 일은 어르신들이 건강을 되찾을 때이다. 백 관장은 "7·80세 된 어르신들이 처음에는 지팡이를 짚고 출근을 하시죠. 일은 둘째치고 친구 사귀러 오신 분이 많아요. 그러다가 차츰 건강이 회복되어 지팡이를 놓고 돌이다니는 어르신을 보면 참 기쁘고 흐뭇하다"고. 어르신들은 처음 일을 하며 적잖은 수입이 생긴다. 자신만의 통장을 갖고 매달 쌓여가는 통장 잔고를 보며 기쁘기 이를데 없다고. 이러한 기쁨들이 정신건강에 도움이 돼서 육신도 덩달아 건강을 되찾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엄옥순(76·팔봉동 거주) 할머니는 "올 1월부터 작업장에 나오기 시작했다"며 "작업장까지 걸어다니다 보니 살이 빠지면서 입맛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또 "내가 번 돈으로 친구들과 해외여행도 다녀오고 나니 일하는 보람이 더욱 커졌다"고 말했다.

전북시니어클럽에서 일하는 어르신들에게 다양한 재미가 있지만 그 중 으뜸인 재미는 점심식사 시간이다. 또 점심식사 후 남는 시간에 함께 운동하며 비가 오는 날에는 남·여 별 편을 갈라 윷놀이를 하기도 한다.

권송화(83·서광동 거주)할아버지는 농사를 지으면서도 시니어클럽에 나올 정도로 건강하다. "여름에는 해가 길어서 5시 퇴근하고도 농사를 할 수 있고, 새벽에도 들에 나가 일을 하고 출근해도 충분하다"며 "오토바이로 출·퇴근을 하면서 건강도 좋아지고 또 친구들을 많이 사귀니 날마다 즐거움이 배가된다"고 말했다. 그 말을 인정하기라도 하듯 얼굴에 있는 잔주름도 모두 웃는 낮으로 기러기를 닮아있다.
▲ 작업에 여념이 없는 시니어클럽 할머니들.


'은퇴는 없다'는 큼직한 말이 작업장 입구에 붙어있다. 어르신들에게 얼마나 큰 희망을 주는 말인지. 모두가 그 문을 드나들며 용기를 얻어 활기찬 노년을 즐기고 있다. 그 모습이 흡사 작업을 하면서도 놀이를 하는양 평화롭기만 하다. 인생 2막이 시작되는 곳 전북익산시니어클럽은 오늘도 지역사회를 위해 작업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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