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술보다 중요한 기술은 인화의 기술이다"

이웃교화·사회교화는 출가교도들의 역량이 좌우
원불교100년 맞아 국제화 감각 필요
초창기 교화단 원형과 역사 전승돼야

▲ 원남교당 김윤성 교도회장이 근무하는 국립 경찰병원 진료실. 순환기 분과 전문의로 종사하면서 14개 언어를 구사하는 그의 책상 위에는 일원상과 대종사 진영이 지구본과 나란히 놓여있다.

바람이 제법 쌀쌀하다. 길거리의 많은 사람들이 동동 걸음을 친다. 서울시 송파구에 자리잡은 국립 경찰병원 별관 2층 진료1부에 들어서자 순환기 분과 전문의인 김윤성(호적명 영중·60)부장이 반갑게 맞는다. 추위가 가시는 듯 하다. 잠시 그의 책상에 언 듯 눈길이 간다. 원남교당 교도회장이기도 한 그의 책상 위에는 목각 일원상과 대종사 진영, 지구본이 자리잡고 있다. 자리에 앉자마자 그 이유를 설명했다.

"간혹 아침 5시에 못 일어 날 때가 있습니다. 점심시간에 맞춰 1시간 정도 기도를 하지요. 1시간 기도가 23시간에 영향을 주니까요. 기도를 통해 여유로운 생활과 온전한 체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사물함을 연 후 바나나가 든 봉지를 보여 주었다. 점심 식사를 못할 때를 대비하기 위해서다. 이처럼 기도생활은 그에게 활력과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그는 기도생활에서 많은 에너지를 보충 받는다. 이 기운이 그대로 환자들에게 전달된다. 환자들은 그와 대화를 통해 많은 위안을 받는다. 이것은 그가 인연의 소중함을 알기 때문이다.

"의술보다 중요한 것은 인화의 기술이다"는 그의 말이 예사롭지 않다. 그러기에 환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이 인기는 1985년부터 경찰병원에 근무한 이래 계속되고 있다. 그는 퇴근 후에는 주역원문을 비롯 고전 라틴어와 티벳 불교문화를 사숙하고 있다. 이처럼 계속되는 외국어에 대한 열정 또한 누구나 쉽게 흉내 내지 못한다.

프랑스어를 비롯 14개 언어를 할 수 있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이처럼 업무 및 일상과 관련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의 신념과 교화에 대한 열정이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 생활신조는 무엇인지
인술(仁術)을 익히는데 숨 가쁘게 달려왔고 지금도 연수교육 학점을 이수해야 한다. 그러나 인화가 우선되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인문·사회·종교·철학·언어·예술 등을 보완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인간 사회를 폭넓고 깊게 바라볼 수 있다고 본다.

이를 통해 진료시작 전에 환자수준에 맞추어 대화를 이끌어 갈 수도 있고 코멘트를 하기도 하고 의견 공유할 수도 있을 때 자기 환자가 된다. 소통이 잘되면 좁은 진료공간이지만 터진 공간에 서 있는 것 같다.

지산겸(地山謙)괘의 땅 속의 산처럼 아랫 사람이라도 접하게 되면 겸손하려고 한다. 바람이 후(厚)하지 않으면 큰 새를 못 날리고 물이 후하지 않으면 큰 배를 못 띄우듯이 나이가 드니 지(知)의 예리함 보다 덕의 후함을 보완하려고 모든 힘을 경주하고 있다.

- 순환기 분과 전문의로서 해주고 싶은 말은
나이가 들면 혈관 내에도 콜레스테롤 등 지방이 붙게 되어 막히거나 좁아진다. 마치 세월이 지나면 강 밑바닥에 퇴적층이 쌓이는 것 같다. 이에 대한 예방으로 평생 지속할 수 있는 알맞은 다이어트와 체중감소가 우선되어야 한다.

비만은 우리 몸의 비루와 같은 것이다. 비만이 되면 고지혈증, 지방간, 당뇨, 동맥경화증, 고혈압이 같이 오게 된다. 비만에 따른 이런 합병증들을 모아서 신드름X라 부른다. 그러므로 체중은 6개월에 걸쳐서 5kg정도 줄이는게 좋다. 무리하게 체중을 줄이면 되튀김 요요현상이 일어난다.

출퇴근시에도 한 두 정거장을 걷는 것을 권하고 싶다. 하루 45분정도 걷는게 생리적으로 좋다. 갑자기 산에 가거나 걷는 일이 생겨도 근육에 무리가 없고 금새 회복된다.

기호식품인 커피는 설탕과 프림을 빼고 마시면 탄수화물을 줄일 수 있고 담배는 되도록 줄여야 한다. 술을 피할 수 없다면 전날 두부 단백질을 미리 먹어 두면 메티오닌 등이 간을 보호해 준다. 표준체중 유지하는데 올인하면 가슴이 아프지 않고 치매가 없는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

- 심장과 화의 관계는
심장은 잠시도 쉬는 적이 없다. 삶의 모든 일을 추진하는 원동력을 주는 기관이다. 심장은 오행으로 보면 화(火)에 해당하지만 불기운을 알맞게 유지하면 우리 몸을 열정있게 유지해주는 동력장치이다. 심장은 너무 느려도 문제지만 너무 빨라도 병이다. 거문고 줄이 너무 팽팽하면 줄이 끊어지고 너무 느슨하면 소리가 안 난다. 완급이 골라 맞아야 소리가 나는 것처럼 심장맥박수도 정상(正常)과 평상(平常), 항상(恒常)을 유지해야 균형있는 삶을 살 수 있다.

심장의 정상 맥박수는 60~100회/1분 이지만 화를 내게 되면 부신피질호르몬이 분비되어 심장도 빨리 뛰고 혈압도 올라간다. 화를 잘 다루어 평상심을 갖는 것은 오히려 심장에 화(和)를 준다. 산에 오를 때 10의 힘 중 6의 힘으로 꾸준히 올라가야 정상에 오를 수 있듯이 화를 잘 관리하여 평균수명까지 살 수 있게 해야한다. 어찌하면 좋을꼬 하는 노심초사로 애간장 태우는 일 없이 심지의 요란함과 그름을 잘 관리하여 자기 본성자리에 돌아갈수 있게 해야 하다.

- 화를 다스리는 방법을 교전에서 찾는다면
화나는 경계에 부딪혔을 때 원래 요란하지도 그르지도 어리석지도 않은 본래 자성의 자리로 돌리고 세우는 공부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원시반본으로 돌아가는 사상이다. 평소에 수승화강 단전주법인 좌선과 기도생활을 해야 가능하다.
대종사께서는 변의품 6장에서 사상(四相)을 없애는 질문을 받고 인상(人相)은 육도윤회로 몸을 바뀌는 이치를 알아야 하며 수자상은 원래 성품이 나이와 무관하다고 하였다.

무무역무무, 비비역비비와 이사구 절백비(離四句 切百非)처럼 부정과 부정의 반복을 통해서 강력한 긍정을 얻듯이 화가 심지에 원래 없고 없다는 공부를 계속한다면 대산종사의 말씀처럼 사사에 마음이 끌리지 않는 일원의 위력을 얻는 상태가 되고 사사에 마음의 번뇌가 끊어져 일원의 체성에 합하도록 까지 된다.

또 정산종사 법어처럼 탐진치 삼독에 끌리지 말고 염심(廉心)·공심(公心)·명심(明心)이 충만 되도록 수행해야 한다.

-교화를 활성화 시키기 위해서는
폐의 기능적 단위가 폐포이고 신장 하나의 기능적 단위는 600만개의 사구체이듯이 나무의 잔뿌리가 활성화 되어야 교화가 살며 퍼져 나갈수 있다. 재가 출가교도들도 전방위에 걸쳐 공격적 교화를 해야 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중요하다. 우선적으로 혈연교화를 체질화할 필요가 있다. 명절대재와 육일대재에 참석하는 사람들은 교화해야 한다.

국내 이슬람 신도들도 혈연교화를 하고 있다. 또한 유치원 교화와 청소년 교화를 해야 하다. 기성세대 교화는 상황에 따라 변수가 있다. 이와 달리 유치원과 청소년 교화는 스폰지에 물이 빨려 들 듯이 무조건적이다.
이외에도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인터넷 교화를 해야 한다. 교당 카페지기로는 한계가 있다. 콘텐츠와 디자인을 전문가에 의뢰하여 홈페이지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홈페이지는 청년 교도들이 유지보수와 관리를 담당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것은 1인 1도가 아니라 1인 10도가 되게 한다.

토마스 프리드맨의 말처럼 세계는 뜨겁고 평평하고 붐비는 세계로 되어 있어 녹색혁명으로 돌아가듯이 우리 교단 특유의 10인 조직의 원형을 살려야 한다고 본다. 특히 이웃교화, 사회교화는 출가교도들의 역량이 좌우 한다. 환경과 생명 메시지를 지구촌에 심어 줄수 있어야 한다.

- 교단에 제언하고 싶은 내용은
작년 1월에 인도 남부 티베트의 세라사원을 티베트스님과 함께 인도 남북 종단하여 성지순례를 다녀왔다. 사원 맞은편 언덕에 올라 저녁노을을 보고 있었는데 천자문 외우는 소리처럼 경 외우는 소리가 하늘과 땅에 메아리쳐서 천상의 소리처럼 울려왔다. 한시간 동안 계속 되었다. 교단 초창기의 모습이 상상되었다.

태양전지 등 아래 모여 앉아 토론하는 모습과 새벽에 경 외우는 소리는 고3 공부하는 자세였다. 저녁 8시경에 논리학 시간에 특유의 손모양과 발을 구르면서 주장, 반박, 해결의 과정을 거쳐 혜두를 단련하는 것을 보았다. 원시불교의 원형을 눈으로 보는 듯 했다. 이처럼 교화·교육·자선으로 세계적인 교단으로 나아가는 원불교도 교단 초창기의 좋은 조직과 역사가 전승되고 잘 보존되었으면 한다.

인도를 여행하면서 느낀 것이 있었다. 인도는 다민족, 다언어 국가이지만 국가적 공통언어는 힌디어와 영어이다. 이 때 같은 자리에 앉은 델리 대학생과 종교 얘기를 하게 되었다. 어느 때 어느 곳에서나 원불교 교리를 체계적으로 영어로 말할 수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달라이라마도 세계에서 모인 사람들에게 영어로 법설한다.

미주선학대학원에서 영어로 강의하듯이 재가 출가 교도들이 국제화 감각을 갖추어 원불교의 세계화를 이루었으면 좋겠다. 원불교100년을 맞아 세계적인 교화를 하기 위해서는 영어 하나만이라도 완벽하게 할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영문판 교전도 수준에 따라 다양화한 버전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김윤성 교도회장은 …

- 대원회 활동
- 서울대 의대 졸업
- 서울대 의학 박사
- 순환기 분과 전문의
- 현) 국립경찰병원 진료 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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