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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 단절의 아픔 씻는 재회
사설 / 단절의 아픔 씻는 재회
  • 원불교신문
  • 승인 1983.07.16
  • 호수 3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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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가족 38년의 세월
해방과 함께 나라가 분단된지 38년이고 6.25동란이 일어난지도 어느덧 33년이니 이른바 이산가족 단절의 세월도 어김없이 한 대를 넘기고야 말았다. 6월30일부터 한국방송공사가 영상매체를 통하여 벌인 이산가족 찾기 운동이 연십일째를 맞는 이즈음, 이산가족을 찾는 신청자 수가 무려 6만을 넘어서고 재회를 이룬 가족만도 천오백을 헤아리는(계속 늘어날 것이다) 실정으로 그 처절한 충격의 울부짖음은 나라안은 말할것도 없고 전세계에 뜨거운 메아리가 되어 모든 인간 가족들의 마음을 적셔주고 잇다. 어느 외신은 한국 이산가족들의 그 통곡에도 지쳐버린 몸부림을 보고 금세기 인류 최대의 비극의 상징이라 했다.
그 아픔과 한, 그 통곡과 단절은 어찌 이산가족이나 당하는 이들만의 비극이겠는가. 난리가 나자 지금의 이산가족들은 자기네들의 보금자리인 가정을 지키고 살아나갈 수가 없어 난리를 피하여 길을 떠날 수 밖에 없었다. 그 피난길에서 밀치고 죽고 다치고 흩어지고 잃어버리고. 그리고 이제는 영영 묻혀버린 듯한 한 핏줄의 숨결이 어언 30여성상이라는 긴 시간의 흐름속에서 그 어떠한 응답이라도 있어야 한다는 이 자생적인 계기야 말로 그토록 절실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이 십대 내외의 어린 나이로 어느 고아원 아니면 낯선 거리를 여기저기 방황하며 살아온 이들의 나이가 그 모질게도 쓰라린 만고풍상을 겪는동안 30을 넘고 40도 넘고 상대적으로 이들과 헤어진 부모 친척들 또한 60  70이 넘어버렸으니, 이 사람은 누구인가, 이 사람의 얼굴을 알아보는 이 누구인가, 이 사람의 목소리를 알아듣는 이 누구인가, 그 누가 이 사람들로 하여금 얼굴도 주소도 이름도 나이도 모른때 여기 이렇게 서서 울부짖게 하였는가, 봇물이라도 한꺼번에 터지는 듯한 설음, 무슨 꿈도 드러머 같은 것도 아니고 그것은 진정 가슴을 찢는 듯한 생생한 이 인간의 현장, 이 역사의 조명은 마치 30여년전의 무서운 혼돈의 도가니에 빠져드는 비극이 재현이라도 되는가 싶어 만감이 교차하는 것을 누르지 못한다.
진실로 그리워 한다는 것, 만난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가. 그리움의 극치에 이르러 그 만남은 그들의 마음속에서 응어리진 한과 피맺힌 단절을 해소하고 진정 그 터엉 비인 마음 오로지 기쁨과 보람으로 가득히 채우는가. 그렇듯 그리움과 만남을 이루는 이들의 얼굴은 지극히 아름다운 것이었고 이들의 목소리는 지극히 순수한 것이었다. 어쩌면 그 아름다운 얼굴은 한국의 아름다운 얼굴의 원형인 듯 싶고, 그 순수한 목소리는 한국의 순수한 목소리의 원색을 읽는 듯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은 적어도 이 시대의 온갖 고뇌와 좌절 방황속에서 더불어 살아온 한조각의 양심의 거울이 그렇게 스스로 되어가는 그 밑바닥을 흐르는 원리를 떠올리는 것이다. 그래서 이미 그것은 이 역사의 거울에도 뚜렷히 드러난 우리들 자신 모두의 가장 진실한 얼굴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언제까지나 우리들은 금세기 인류 최대의 비극의 상징으로 남을 작정인가. 어떻게 하여 우리들은 이 아픔 이 통곡 이 단절의 비극을 모조리 해소해 버리고 진정 이 인간과 세상이 함께 거듭나는 그야말로 전 우주적인 그리움과 만남의 기쁨을 이 분단된 국토에서 이루어보겠는가.
분단으로부터 38년이나 살아온 우리들은 벌써 불혹의 장년에 접어들면서 결코 언제까지나 감상적일 수도 없으려니와 통일에 대한 우리들의 철학과 경륜은 이미 성숙한 인격, 성숙한 생활이 되어 여기에서 늘 밝은 내일을 살아가야 한다. 그 길은 곧 우리들의 마음속에서부터 우리들의 가정, 우리들의 사회, 우리들의 나라, 우리들의 세계 그리고 우리들의 교단에서 분열의 요인과 단절의 요소를 해소하고 진리의 뜻으로 이 시대의 양심을 밝혀 한국의 가장 아름다운 얼굴을 스스로 조성해내는 것이다. 지금 우리들의 신앙의 대상인 법신불 일원상은 끊임없이 밝고 새로워가야 하는 인류세계와 일체 만상의 얼굴 그의 지극한 원형인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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