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 는 여러 가지 많은 보석으로 넘친다. 예전도 그 귀한 보석중의 하나인데 교단내외에서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그러나 여러종교의 경전이 이처럼 체계적으로 예법을 다룬 예는 많지 않아 보인다.
 우리나라는 옛부터 동방예의지국으로 칭송을 받아왔으나 이제 국제사회에서 일본에 이어 제2의 경제동물(Economic Animal)로 손가락질 당하고 있다. 이는 아마도 6.25의 폐허위에 1960~70년대의 싸우면서 건설하는 개발연대를 경험하는 과정에서 평등주의에 입각한 민주주의 정치제도가 도입되고 사회가 개인주의와 경제적 이익추구가 핵심적인 중요성을 갖는 시민사회로 갑자기 접어들자 그전에 오래 지켜오던 유교적 가치관과 수직적 위계질서 중심의 예의문화가 통째로 무력해졌기 때문이리라.
 앞으로 우리나라는 원기 100년을 4~5년 넘어서면 세계 7번째의 선진국(G7)으로 부상하게 되고, 2002년(원기 87년)에는 경제동물로 취급받던 동방의 두 나라(일본과 한국)가 월드컵을 다정하게 공동개최하게 된다. 그러나 이미 일본은 일찍 이룩한 경제적인 를 바탕하여 일본문화와 예의의 창달에 상당한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일본의 여유있고 섬세한 가 그 좋은 예이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도 무례하고 목소리 큰 자의 우선권이 보장되는 사회로 지칭되고 있으니 창피하다.
 원불교의 예전은 5편 39장으로 편성되어 있고, 일상생활에 널리 통용되는 통례편의 는 바로 공경인바 공경은 사은에 바탕한 처처불상 사사불공의 당연한 표현이라 할 수 있고, 기거ㆍ언어ㆍ방문ㆍ식사ㆍ축하ㆍ소개ㆍ교통 등 모든 일상생활에 걸쳐서 공경을 체로 삼아 자상한 예의범절의 을 잘 밝히고 있다.
 우리 예전은 과거로부터 전해오는 예법이 시대의 변천과 국토의 구분에 따라서 과거에는 적합하던 예법이 현재에 와서는 혹 적합하지 못하는 수가 있다(총서편)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우리 예전은 수직적 위계질서 중심의 예의범절 비중이 높다. 진퇴하는 법에는 어른이나 손님의 그림자도 밟지 말 것을 담고 있으나 요새는 그림자를 밟고 이야기하며 다정하게 걷는게 더 예절바르게 느낀다. 그리고 시대의 변천은 예전 제정 당시의 예상을 뛰어넘고 있는 변화가 더러 있다.
 교통에 대한 법은 버스나 기차 등 대중교통의 이용을 중심으로 전개되어 있고 승용차 운전의 예법이 서술되어 있지 않다. 두 차선이 하나로 합쳐질 때 지퍼식으로 차례를 지키는 것은 자동차 문화와 교통예의의 기본상식이다. 여성의 옷차림 변화도 새로운 예의를 요구한다. 계단으로 올라갈 때는 남성이 앞서고, 내려갈 때는 건방지게(?) 여성이 남성보다 앞서 나가야 하는 것도 새로 정착되어가는 예의의 하나다. 예전의 의제에는 여름철 의복은 과히 야하지 않도록 착용할 것을 주문하고 있으나, 요즈음의 어른들은 가슴이 파이고 짧은 치마로 양장을 한 젊은 여성들로부터 큰 절을 사양해야 할 처지에 있다.
 우리나라는 2002년 국제적 행사를 앞두고 경제동물로 취급받던 두 나라가 축구시합에 못지않게 문화와 예의 시합에 임하게 되었다. 볼만한 세기의 시합이 될 것이다.
 이번이 우리나라가 도덕 종주국이 되고 예의문화의 선진국이 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임에 틀림이 없다. 우리 원불교는 자랑스런 예전을 체로 삼아 시대의 변화에 적절히 부응, 세계에 통용되는 예전을 발전시키고, 이를 토대로 하여 우리 원불교 교단중심으로 범종교차원의 예의문화 세계운동을 전개시켜 봤으면 한다. 시작이 반이니, 총부나 서울에 예의문화 세계운동본부(가칭)를 설립, 타종단에 앞서 기선을 잡고 출발 해보자.
조정재 교도 <원남교당 교도회장, 해운산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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