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한 술에도 사랑과 웃음이 넘쳐요"

▲ 대부분 20~30대로 구성된 용안은혜마을 재활교사들. 금요법회 후 밝게 웃고 있다.

겨울 잔설이 남아있는 용안은혜마을은 맑은집, 밝은집, 훈훈한집이 다정하게 모여있다. 이런 용안은혜마을은 함열에 소재하고 있다. 특히 맑은집은 0~6세의 장애영유아 생활시설로 사회복지의 사각지역에 있는 중증차상위, 저소득층 장애인에게 전인적인 재활서비스로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있다. 장애영유아 생활시설로 전국에서 8군데 중의 하나이며 전라도에서는 유일한 곳.

맑은집은 거의 응급실에 가깝다고 소개한 박용민 교무는 "제일 마음 아픈 곳이 여기다. 어렸을때 장애 발생으로 입양도 안되고 부모로부터 버림받고 소외된 아이들이다. 부모가 있는 아이는 15%도 안되니까 호적이 없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다"고 강조했다.

지난 수술일정표에는 안은지(가명) 다리기형 관련 3차수술, 박지영(가명) 두 개열 1차 수술, 이희은(가명) 손가락 합지 분리 수술, 박지민(가명) 인공와우 수술 등이 빼곡이 적혀있다.

박 교무는 "어렸을 때 장애발생은 중복장애를 가져온다"며 "수술이 1~2회로 끝나는게 아니라 성장하는 동안 계속적인 수술을 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선천성 청각장애를 앓고 있는 유 모(4)군은 원광대학교 의료지원으로 인공와우 수술을 받았다. 인공와우 수술은 달팽이관의 손상으로 소리를 듣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달팽이관 기능을 대신할 수 있는 전자장치인 인공와우를 이식하는 수술이다. 수술후에도 장기간 언어재활치료를 해야하는 경제적 부담감이 따른다.

박유영 사무국장은 "수술을 하게 되면 또다른 장애를 예방할 수 있다"며 "아이들이 수술 후 경과도 좋고 밝게 자라는 모습이 흐뭇하다"고 말했다.

▲ 혼자서 밥을 먹는 아이 모습에 교사들은 "감동이다"고 말한다.

또한 희귀질환으로 수술을 받은 정 모(4세)양은 선천성 기형인 두개골 조기유합증이었다. 손발 합지, 구개파열, 머리뼈 이상 증상을 가지고 있었다. 수술도 성형외과, 신경외과에서 이루어지는 대수술이어서 수술비와 입원비, 간병비가 만만치 않았다. 박 사무국장은 아이들이 입원할 때 어려움이 가중된다고 언급한 뒤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은 늘 병을 달고 있다. 겨울이 되면 호흡기와 폐 기능이 약해 입원 횟수가 잦아 어떤 때는 소아과 병동에 5명이 입원한 적도 있다. 그러면 병원과 시설을 오가는 교사들의 업무는 과중될 수 밖에 없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아이들 대수술은 서울아산병원에서 이루어지기에 시·도에 위치한 장애시설일 경우 간병비 지원이 급선무다.

아이들의 증상도 다양해 식사도 6가지 종류다. 위관식, 죽식, 진밥식, 일반식, 아토피식, 저염식. 식사를 할 때도 손이 한 번 가는 게 없다.

아이의 컨디션이 안 좋을때는 식사시간이 20분 이상 소요된다. '젊은 엄마'라고 지칭하는 재활교사들은 어깨와 허리도 아프지만 더불어 요령도 생긴다고 한다.

지민(가명)이에게 죽을 먹이는 한아름 교사는 "처음 밥을 먹일때는 오래 걸렸는데, 이제는 아이와 호흡을 맞추면서 하니까 서로 교감이 된다. 말은 통하지 않지만 밝은 표정과 옹알이로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한다"고 말했다.

또한 슬플 때 보다 기쁠 때가 더 많다는 강미승 교사는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을 볼 때의 기쁨은 이루 말할수 없다"며 "누워있던 아이가 기어다니고 혼자서 제 손으로 밥을 떠먹을 때는 감동이다"고 뿌뜻해 했다.
▲ 아이에게 전해주는 밥 한 술에 사랑이 전해진다.

맑은집 주요 사업은 개별화된 프로그램과 장애아동 진단 검사로 생활서비스 지원과 조기교육, 가정위탁, 사회적응훈련의 교육서비스지원, 소아 물리치료와 작업치료, 의료진단 등 의료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모든게 물질적인 후원과 봉사로 이루어지기에 후원자의 도움없이는 유지가 어렵다.

김주희 교사는 "처음에 장애인을 대하다 보면 두려움과 거리감을 두는 것이 너무도 당연하다"며 "그러나 계속 접하다보면 아이들이 너무 예쁘기에 많이 접해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맑은집은 전 연령층이 자원봉사를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초등학생은 또래 친구가 되고, 청소년은 장애인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나며, 일반인은 엄마와 아빠처럼 부모가 된다. 그리고 어르신은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어준다. 그래서 인근에서 자원봉사를 많이 온다. 용안중학교 학생들은 수업을 마치면 아이들의 밥을 먹여주고 집에 가며, 엄마를 따라서 온 한 어린이는 자신이 모은 저금통을 쥐어주고 갈 정도.

맑은집은 올해 '가정초청 사랑나누기' 사업을 펼치고 있다. 장애영유아들의 정서적 나눔과 삶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서다. 대체로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유아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와 같은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정서적 지지자와의 만남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한 사무국장은 "아이가 병원에 있을 때 외롭지 않게 건강을 빌어주고 함께 해 줄 부모를 맺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용안은혜마을은 장애에 대한 인식 개선과 지역사회의 공동체를 형성하기 위해 지역주민을 위한 무료건강검진은 물론 영화상영 등으로 문화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이에 이성호 교무는 "우리 모두가 하나라는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다양한 연대를 하고 있다"며 "지역 내 주민들의 건강생활 지킴이 역할도 하겠다"고 말했다.
▲ 선천성 청각장애로 인공와우 수술을 받은 아이의 눈이 참 맑다*본 기사에 사용된 사진들은 본인 및 보호자의 동의아래 사용됨.

용안은혜마을은 '웃음과 사랑으로 더욱 큰 희망을 만들어가자'는 원훈 아래 밝은집은 장애실비생활시설, 그리고 훈훈한집은 지적장애인생활시설로 원기92년 6월에 합동으로 개원했다.

더불어 살아가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맑은집 아이들은 중한 상태이지만 굉장히 밝았다. 원훈대로 밝게 키우고 있었다. 20~30대로 구성된 생활재활교사들의 표정도 밝고 힘찼다. 장애인시설이 어두운 조명아래 아이들의 미소만은 그대로가 맑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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