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록도에서의 보은활동

 소록도, 나환자들의 격리지, 더럽고 무서운 곳
 이전까지 가지고있었던 소록도에 대한 나의 선입견이었다. 그러나 금번 여의도 교당 청년 추계훈련 및 보은활동을 통해 나의 이러한 생각은 완전히 바뀌어졌다.
 서울에서 소록도로 이동하는 긴 여정동안, 소록도는 과연 어떠한 곳일까? 난생 처음 만난 나환자란? 나는 그곳 소록도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 등등 여러 생각을 하며 기대와 두려움이 엇갈렸었다.
 보은활동 첫날, 병원과 새마을 방문에 앞서 소록교당 양세정 교무님의 설교를 들으면서 내게 가장 와 닿았던 말씀 중의 하나는 그분들의 외모를 보면 코도 눈도 손가락도 없습니다. 그러나 그 모습을 징그럽다고 외면하지말고 저처럼 훌륭한 조각품이 또 어디 있을 가하고 바라보세요 그러면 정말로 그렇게 생각될 것입니다하는 내용이었다.
 그래! 사람은 외모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내면을 봐야 하는 것이 라고 마음가짐을 단단히 하고는 병원을 향했다. 그런데 병원에 들어선 순간 너무도 놀랐다. 나환자가 이처럼 우리들의 모습과 다르리라 곤 상상도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분 두분 차례로 만나면서 놀랐던 마음은 차차 수그러들고,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서울에서의 삶이 얼마나 이기적이었는지, 육교에서 벌벌 떨며 엎드려 있는 사람이 있어도 외면하곤 했었다. 내가 별로 해 줄 수 있는 것도 없을뿐더러 그 사람을 보게 됨으로써 생기는 무거운 마음을 짊어지기 싫어서.
 그러나 여기 소록도에서 절실히 깨달았다. 이렇게 남에 의해 소외당하는 이들이 나와 무관한 남이 아니라, 모두 내 동포이고, 내 형제임을, 지금은 이들을 이해 특별히 무엇을 해 줄 순 없지만 항상 따뜻한 눈으로 바라 보아줌으로써 그들이 희망을 잃지 않게 해 줘야겠다고 결심했다.
 우리들이 거창하게 보은활동 이라는 명목으로 방문하면서 빵 한개 음료수 한 병 주는 것이 그 분들에게는 오히려 상처가 되지 않을까 염려스럽기도 했다. 자기들이 또 한번 구경거리가 되는구나라고 서글퍼하진 않으실 지. 그러나 소록교당 교무님의 그분들은 이렇게 한번 왔다 가는 것만 해도 고마워하고, 대화 할 수 있는 상대가 있어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안심이 되었다. 또한 이렇게 원불교 교도인 우리가 기독교가 깊게 뿌리박혀 불교도 발을 들여놓지 못한 이곳에 원불교를 인식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도 된다고 하셨다.
 그분들에게 또 한가지 배운 것이 있다면 자기의 조그만 재주라도 버리지 않고 계속 키워나가 남을 기쁘게 해준다는 사실이었다. 환자 분 중 어느 분은 손가락도 몇 없는 손으로 스펀지를 이용해 조각품을 만드셨다. 소, 돼지, 말 등, 그 솜씨가 나보다도 훨씬 나았다. 난 거의 기대도 하지 않고 그 조각품 중하나를 갖고 싶다고 했더니 웃으며 선뜻 내주셨는데, 너무나 고마워 뭐라 말할 수가 없었다. 정말로 큰 선물! 난 그 때 보은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다. 보은이란 일방적으로 베푸는 것이 아니라 서로서로 도와주는 것이라고. 나는 그 분들의 손과 눈이 되어 드리고, 그 분들은 나태한 내 삶에 채찍질을 해주고, 지금도 그 소조각품을 보면서, 조그만 것에도 정성을 다하시는 그 분을 생각하며내 생활을 반성하곤 한다.
 2박3일이 길지 않은 훈련기간이었지만 너무나 많은 것을 깨달았다. 그러나 소록도의 열악한 환경에 마음이 무겁지 않을 수 없다. 겉만 그럴듯한 병원, 너무나 지저분한 마을, 기독교를 신앙하지 않으면 소외당하는 소록도의 현실! 보다 나은 소록도의 환경을 빌어본다.
<여의도교당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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