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생명 진실 찾는 구도의 몸부림

 금년 출가식이 12월 8일 중앙총부에서 있었다. 근래에 들어서 출가식은 정남정녀 선서식과 더불어 경건히 올려졌고 또 앞으로도 끊임없을 것이다. 초기교단에서는 출가식이니 정남정녀 선서식이니 l하는 것은 물론 없었다. 그런 의식이나 특별한 절차 없이 그냥 자연스럽게 출가하였고 각자의 내면적인 서원을 서로 인증하여주는 것으로써 정남정녀의 삶은 영위되었다. 우리회상 신정예전이 정한 예법절차에 의하여 오늘날 우리회상 출가식과 선서식은 어느 보편적인 법절 보다도 정중하고 장엄한 위상으로 정착된 셈이다.
 한 교단이 이 세상에 이루어지는 근본요소는 출가와 재가라고 하는 양립된 주체로서 그 실체를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출가와 재가라고 하는 이 양립된 주체는 다 같이 인류와 중생 역사의 궁극적 인원 력과 이상을 구현하고 현창하기 위하여 출가의 지표와 서원의 길을 향하고 있는 것은 더 말할 것이 없다. 중생의 일대원력과 인류의 일대 이상 그것을 성취하고 완성해야 하는 것은 출가 재가의 역사적인 일대공동과제라는 인식으로부터 한 걸음을 먼저 출발한 서원이 바야흐로 출가의 모습이었다. 이리하여 그 언제 그 어디서나 우리출가의 진정한 자세는 이 시대와 이 역사 이 중생 속에서 항상 스스로 하고 이룩하며 깨어 있는 선진과 선각의 길에서 묵묵히 행하고 그대로를 보여주는 삶이어야 할 것이다.
 일찍이 대종사께서는 출가의 한 길을 열어 주시면서도 출가 전무출신의 공덕과 허물, 성공과 실패 등 양가적인 평판으로써 항상 경계를 주셨다. 먼저 전무출신서원을 할 때에는 오직 깊이 생각하는 바가 있어야 한다고 하셨다. 「만일 몸과 마음을 이 공부 이 사업에 오로지 바치며 성불 제중하겠다고 허공법계와 대중의 앞에 맹세하고 중도에 마음이 변하여 개인의 사업이나 향락에 떨어진다면 이는 곧 천지를 속임이 되므로 진리가 용서하지 아니하여 결국 그 앞길이 막힐 것이요」하셨다. 이어 말씀하시기를 「대중을 지도하는 처지에 서게 되면 더욱 깊이 생각하는 바가 있어야 하나니 혹 대각을 하지 못하고 대각을 하였다 하여 모든 사람의 전도를 그릇 인도한다면 이는 곧 진리를 속임이 되므로 또한 악도를 면하기 어렵 나니라」하셨다.
 우리의 출가서원은 그 어떠한 절차나 형식에 의하여 나와진다 하더라도 그것은 오로지 자기마음의 중심발원으로 하여금 이 천지가 앞에서 이 역사와 중생 앞에서 이 허공법계와 진리를 모름지기 울려주는 행위라 할 것이다. 그러한 지중한 자기전신의역동적인 몸부림이 행여 만에 하나라도 본래의 서원을 거스리는 갖가지 행위가 되어 이 천지와 진리에 배신하는 결과로 미친다면 일대사에 크나큰 파탄을 초래하게 되는 것이라고 간절히 일깨워주신 대종사의 뜻이 오늘날에도 예나 다름없이 역력히 조명되고 있는 이때에 우리 출가교단의 부단한 돌이킴으로 또한 여기서 새로워지는 향상이 아니면 안 된다.
 이 진리 앞에서 이 역사 앞에서 떳떳하지 못한 것은 비단 출가서원에 있어서의 허위의식이나 그 제도와 형식의 기계화 휴지화 되어버린 전형을 놓고만 하는 소리가 아니다.
 그러나 이 허공법계와 우주사 앞에서 출가본연의 양심과 진실의 창조적 회복이 아니면 우리들은 이제 다시 무슨 양심도 무슨 진실도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그 만큼 우리 출가교단의 존재와 현실은 이 세상을 지키는 그 전체적인 마지막의 등불이며 보루가 되어있는 것이라고 믿는다. 우리 출가 교단의 도표가 말하여 주듯이 「시방세계 육도사생의 전체생명이 나의생명이요 그 전체 행복이 또한 나의 행복인 줄 알라」는 출가적 인식의 주체와 방향은 변함이 없고 출가의 이 한길은 무시광겁으로 열려 있는 생명의 이 한바탕이다.
 그러나 오늘날 출가라는 명분과 그 제도상의 집착이 목적이 되는 것은 아니다. 격변하는 시대적 전환기에서 우리의 사람은 파탄을 일으키고 있다. 송두리째 뿌리 뽑힌 존재 상황 속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이렇듯 세기말적인 현상과 함께 침몰해 가면서도 포기하거나 좌절하지 아니하고 삶에 대한 눈부신 화두와 우주와 세계 중생과 자아의 역사인식, 이와 같은 진정한 문제의식에서 더 나아가고 돌이킬 수 없는 절박한 관문을 꿰뚫으며 새 생명의 진실을 찾는 절실한 구도의 몸부림으로 우리 출가 장도는 이 시대와 역사 앞에 엄숙히 결단하는 것이 아니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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