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자리판에서
인농(人農)의 터전에서 최선 다하는 농감(農監) 되리

원기 62년 4월 29일 동산선원에 도착하였다. 교화계에서 교육계로의 출발이 시작된 것이다. 교단 인재양성의 요람지인 선원에서 어떻게 후진을 교육할 것인가ㆍ 모두가 미지수이다.
나는 5월 1일 일요일 법회를 통해 부임인사를 하였다. 나는 이때 동산선원 원장이 아니라 인농(人農)의 농감이라고 말하고 『옛 말씀에 농사는 못자리에서 반농사가 되어 진다는 말씀이 있다. 그래서 못자리에서 충실해야 한다. 만약 못자리에서 병이 들면 실농하기 쉬우니 특별히 조심해서 잘 가꾸어야 하겠다.』라고 말하였다.
나는 그동안 생각해왔던 선원생들(여학생) 복장문제에 대해 단안을 내렷다. 검정치마 흰 저고리에 뒤로 묶은 머리 모습을 좀 더 활동적인 현실감을 첨가하여 양장으로 바꾸게 하였다. 머리는 커트하여 단정이 빗도록 하여 일정한 옷감으로 양장점에서 일제히 맞추었던 것이다. 그래서 6월 1일 대재를 기해 착복하게 했던 것이다. 이때의 옷감은 종로교당에서 챙겨주신 전별금으로 하였다.
8월 16일 선원 뒷산에 올랐다. 문득 이인의화님께서 대종사님을 모시고 이 동산에 올라 받들었던 법문이 떠올랐다.
『내가 오늘 만년의 초가 되는 땅을 정하였노라. 저 동으로 솟은 산 이름이 미륵산인데 옛날부터 명산이라 이름 하나니, 그 산의 혈맥과 정기가 흐르고 통하여 이 동산이 되었으며 저 앞으로 무변광야가 서로 터져있고 이리시내가 일목요연하니 진실로 만년기지라 저 넓은 들에 문화주택이 차차 증설되어 그 집에 3천신도가 살게 될 것이고 십여 년만 지나면 이곳에 고등선원을 짓고 성자가 이곳에 나와서 무상대법을 설하며, 공부인의 공부등급을 관찰할 것이다.』라고 하신 말씀을 원광 제4호에서 읽었던 기억을 하며, 이곳 선원생들의 공부하는 것을 지켜보며 힘 미치는 대로 도와주며 자신공부에 힘쓰며 살고 있음을 크게 다행이라 생각하였다.
어느 덧 가을이 되었다. 아주 상쾌한 계절 9월 10일 나는 법당 옆 큰 나무 밑에 서서 눈을  감고 단전호흡을 하였다. 내 마음이 점점 커지고 내 몸도 점점 커진다. 내 심신이 함께 커지며 함께 없어진다. 한참 후에 다신 눈을 떠보니 내 앞에는 큰 기계 한 대가 나타났다. 그 기계 소리가 굉장히 컸다. 나는 대단히 궁금했다. 그래서 물었다.
『이 기계가 무엇 하는 기게요ㆍ』
『이 기계는 성현 불보살 만들고 범부중생도 만들고 금수 곤충도 만들고 빈부귀천도 만드는 기계요.』
『지금은 무엇을 만들고 있습니까?』
『부처님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 부처님은 언제나 완성됩니까?』
『만들기에 달려 있습니다. 원(願)이 크고 신(信)이 독실하며 염(念)과 의(疑)와 성(誠)이 철저하여 쉬지 아니하고 정성스럽게 만들면 쉽게 완성될 것이나 만약 원이 희미하고 신이 약하며 욕심이 많고 게으르고 어리석음이 중하면 언제 완성이 될지도 모릅니다.』
이 기계는 과연 무슨 기계일까? 우리가 마음 깊이 한 번 생각해 보자. 이 기계는 나에게도 있고 육도 중생들도 다 가지고 있는 것이다. 곧 마음과 마음이다. 일체 선악을 다 이 몸과 마음으로 만들어낸다. 그리고 또 눈앞에 있는 이리시내를 바라보니 수없이 많은 기계가 돌아가는 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우리 육신의 심장이 뛰고 맥박이 뛰는 소리가 우리 귀에는 들리지 않지만 의사의 청진기를 대로 들으면 굉장히 크게 들린다. 부처님께서 진리의 청진기를 가지고 내 자신이나 만인에게 대고 들으면 각자의 성격대로 각양각색으로 다 들을 것이다. 성현 불보살 만드는 소리, 범부 중생 만드는 소리, 금수 곤충 만드는 소리를 다 들을 것이다. 우리가 공부를 하는 것도 법회를 보는 것도 다 이 심신의 기계 돌리는 방법을 배워 잘 돌려서 불보살 성현을 만들기 위해서이다.
인생에 있어서 가을은 50세가 넘으면 되는 것이다. 나는 60세가 되었으니 첫 겨울을 맞이한 것이다. 인생이 겨울을 맞이했을 때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일생사를 총 결산하고 전적으로 다음 생을 준비해야한다.
나는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 대종사님께서 밝혀주신 일원대도를 몸으로 실행하고 마음으로 증득하여 만고후세에 이 법통이 끊이지 않도록 크게 노력해야겠다. 그리고 현재 가지고 있는 물건이나 내 몸까지도 내 것이 아니니 참 내 것 쌓는데 혈심 노력하리라. 참 내 것은 수양으로 쌓은 정력(定力)과 연구로 쌓은 계력(戒力)과 정신, 육신, 물질로 베푼 모든 것은 나의 것이 되는 것이다.
본 선원에는 체육실이 없어 활발한 운동을 하지 못하고 아쉬움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종로교당 특지가의 희사로 30평의 체육실을 3백만 원에 신축하게 되어 11월 16일 준공식을 가졌다. 그리고 선원 식구들의 식량이 될 논을 확보하기 위해 도로변에 있는 1천2백 평의 논을 매매하고 본래 있는 논 옆에 5천1백99평을 매입하여 도합 8필지를 장만하게 되어 식량해결과 경상비에 도움을 갖게 되었다.
이듬해인 원기 63년 3월 28일 춘천교당 조지석 교도회장님께서 잣나무 3천주를 희사해 주셔서 여래봉에 식수하였다. 5월 6일은 동산선원 개원 25주년 기념일이었다. 오전 10시 기념식을 거행하고 이어 백일장, 바둑대회, 체육대회 그리고 밤에는 음악 감상회를 열어 자축행사로 하루를 보냈다.
<수위단원 ㆍ 동산선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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