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계의 인증으로 내어딛는 출가 壯途

원기 69년도 출가식이 2얼25일 오전 중앙총부 기념관에서 엄숙히 거행되었다. 아직도 이른 봄의 꽃샘추위가 감도는 조촐한 축가식장에는 교단원로와 대학 ㆍ 선원의 은사 ㆍ 후배들 그리고 출가자의 가족 친지 유연교당 교무등 다수가 자리를 함께 하고 출가장도를 지켜보며 만강의 축의와 격려를 보내주었다. 금년도 출가자는 총 52명, 그 중 교립 원광대교학대학 출신이 32명, 동산선원 출신이 20명이며 남녀별로는 남자 17명, 여자 35명이었다.
출가자는 해마다 거행되어 왔다. 출가식은 이제 교단의 년례적 행사가 되어 버렸다. 그러나 출가는 출가식이라는 행사를 치루었다고 해서 완성된 것은 아니다. 물론 출가라는 한 형식은 교단의 제도를 통해서 갖추어진다. 출가식은 출가자의 출가의지를 공식적으로 포명하는 중대한 절차인 것은 말할것도 없다. 출가의지 출가서원의 주체가 먼저 자신의 내면에서 이루어지지 않고서는 출가가 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 교단은 거금 70여성상의 교단사를 이끌어오면서 오늘날까지 약 1천여명에 달하는 출가자를 배출해왔다. 앞으로도 이 출가자의 전통은 면면히 이어질것으로 믿는다. 원불교 출가의 역사적 기원은 교조 소태산 대종사와 대종사 최초의 법제자인 9인 선진으로부터 그 대동맥을 형성, 첫걸음을 내딛게 되었다. 원기 4년(1919년) 8월 법인성사에서 보여준 9인선진의 생사를 초월한 그 지극한 혈인 서원등 일련의 사실들은 그대로가 다시 이것은 마땅히 원불교 출가의 역사적 전통으로서 계승되어야 할 새 생명의 장이라 할 것이다.
「그대들의 마음은 천지신명이 이미 감응하였고 음부공사가 이제 판결이 났으니 우리의 성공은 이로부터 비롯하였다. 이제 그대들의 몸은 곧 시방세계에 바친 몸이니 앞으로 모든 일을 진행할 때에 비록 천신만고와 함지사지를 당할지라도 오직 오늘의 이 마음을 변하지 말고, 또는 가정 애착과 오욕의 경계를 당할 때에도 오직 오늘일만 생각한다면 거기에 끌리지 아니할 것인즉 그 끌림이 없는 순일한 생각으로 공부와 사업에 오로지 힘쓰라」(원불교 교사 ㆍ 백지혈인의 법인성사)
이것은 젊은 대각자인 소태산 대종사가 그의 최초의 제자들에게 이르신 생생한 목소리다. 그대들의 지극한 정성(사무여한)에는 천지신명이 이미 감응하였고 음부공사가 이제 여기에서 판결이 났다고 하였다. 천지신명이니 음부공사의 판결이니 하는 표현이 매우 토속적인 향취를 짙게 풍기고 있는 가운데 한 아름의 새 생명을 안겨주고 있다. 우리들의 몸은 시방세계에 바친 몸이다, 그리고 우리의 성공은 이로부터 비롯하였다고 소태산 대종사는 9인의 법제자들에게 돌아오는 새 시대의 뜻을 밝게 자신있게 전망하였다. 오늘날 우리들의 출가는 무엇인가, 법계와 진리의 말씀으로 인증을 받고 세계와 역사의 심판이 지침하는 그 바른길 ― 참신한 기대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는가. 소태산 대종사의 생생한 목소리가 그 언제 그 어디에서나 우리들의 넋을 혼을 울려주고 있는 스스로의 감응을 깨닫고 있는가.
출가란 무엇인가. 넘어서자는 뜻이다. 넘어서자는 것은 걸림이 없다는 것, 우누만물 허공법계, 시방세계 일체생령과 더불어 하나가 되자는 것, 그러한 자각, 그러한 일대서원으로 살아가자는 그 뜻이 오로지 출가에 있을진대 출가는 다만 집을 나서고 세속을 떠난다고 하는 형식적 가치에 있는 것이 아니다. 全生 ㆍ 全人을 꿰뚫어 나가는 구도와 함께 전체의 삶, 일체생령의 무한한 원력을 저마다의 고뇌속에서 깨달으며 헌신과 희생의 윤리를 조용히 더욱 꾸준히 실천해 나가는 그 가운데 있다할 것이다. 대종사 종법사는 「전무출신의 도」에서 밝히고 있다. 「시방세계 육도사생의 전생명이 나의 생명이요, 전체 행복이 나의 행복임을 알라―」이 말씀 이 뜻을 생활하는 것이 원불교 출가자의 정통본분일진대 새 출가자가 여러분으로서도 새 출발의 이 장도에서 다시한번 이 말씀을 새롭게 새겨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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