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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 한 그루의 나무를 심는 뜻
사설 / 한 그루의 나무를 심는 뜻
  • 원불교신문
  • 승인 1984.04.06
  • 호수 38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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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히 보전해야 할 지구
이제 화탕한 봄, 4월을 맞는다. 풀릴대로 풀려서 포근히 무르녹은 산하대지, 생동하는 풀과 나무에는 온갖 꽃들이 시새워 피어나고 있다는 소식이다. 여기저기서 새 하늘이 열리는 은밀한 숨소리, 그 은밀하고 떨리는 숨소리들이 서로의 가슴을 열어주고 저마다의 마음을 열어주고 있다.
동양의 옛 선인은 화창한 봄날 새 천지가 열린 기상을 「丈夫之氣像」이라(花爛春城萬化方暢丈夫之氣像) 노래했다. 오늘날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이른바 현대 사람들의 의식구조와는 너무나도 비교조차 할 수 없는 고루한 생각이라고 할른지 모른다. 그것은 물론 그렇다고 할 수 밖에는 없다. 생활환경부터가 다르다. 농경을 하던 세상과 산업화 사회를 살아가는 오늘날의 지혜가 엄청나게 변해버렸다는 사실이다.
우선 우리들은 환란춘선 만화방창의 그러한 고전적인 봄을 깊이 감추어둔 때묻은 동양산수  화폭에서나 찾을까? 이 땅의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가 없다. 설사 그러한 봄이 이 지구상에 있다손 치더라도 거기에서 과연 대장부의 기상을 배워서는 어쩌자는 것인가. 화란춘성 만화방창의 이 대지의 봄은 지금 도시화의 한복판 고층빌딩의 숲들이 우거진 지하심층의 울긋불긋한 전등불빛속의 벽에나 드리워졌는가. 그리고 활달했던 왕석의 대장부 기상은 어느 기계부속품쯤의 기능으로 변질되었거나 아니면 부조리나 공해의 체질로 바뀌었다는 것인가. 아무튼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상실의 현장은 그 어느 것 그 어느 경우이거나 눈을 뜨고도 볼 수가 없는 것들이다.
나무 한 그루 제대로 키워내기 어려운 지구, 어쩌면 지구는 시들어 가고 있다는 이 사형의 선고나 다름이 없는 경고를 지구는 지금 스스로 듣고 있다. 듣는 정도가 아니라 몸부림을 치며 깨닫고 있다.
「되놈의 땅에도 봄은 왔건만 도무지 봄이 온 것 같지가 않구나」(胡地無花草 春來不似春) 했는데 이게 어디 남의 이야기인가. 정작 남의 이야기로만은 들리지 않는다. 「4월은 잔인한 달, 죽은 땅에도 라일락은 자라고....」이것은 금세기 말의 시인 「엘리어트」의 황무지에서 나오는 첫 귀절이다. 황무지는 무너진 전쟁의 실체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전후가 물려받은 비극의 유산이다. 그래도 그 죽은 땅에서는 라일락이 자랄 수 있다는 사실, 이 인고의 땅을 뒤엎고 일어설 수 있는 황무지는 이제는 비극의 유산이 아니라 이렇게 버려진 땅이야말로 절망을 무너뜨리고 산 정신의 불기둥을 일으켜 세우는 새 삶의 근거가 된다는 사실에 눈길을 돌려야 할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의 땅은 화란춘성의 대지의 봄도 아니요, 화초하나 나지않는 胡地도 아니며, 엘리어트가 보여준 황무지의 그러한 상황도 아니다. 지나간 시대의 절망이나 비극 그 어느것도 이에는 따를 수 없는 미증유의 심각한 고뇌를 앓고 있다는 사실이다. 근래 「로마클럽」보거서는 이 지구의 극한적 위기를 선언한 문제보다 더 소중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말할 것도 없이 「평화」이겠지만, 그래도 그 평화만은 절대적으로 누릴 수 있는 저마다의 터전을 스스로 지니고 있느냐할 때 우리의 입장은 진정 난감하다.
선진문명국을 비롯한 모든 나라들이 최후까지 살아남기 위한 생존경쟁을 통해 배설해 놓은 산업공해의 쓰레기로 지구는 지금 썩어가고 있다. 모든 자연의 생태계는 무너져가고 있다지 않은가.
우리의 평화와 함께 또 하나의 소중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우리들이 사는 이 지구라는 별이다. 이 지구상에서 자연 생태계가 파괴되면 과연 선장과 평화를 노래하는 그들 인류 자체가 모조리 멸망하지 않는다고 그 누구가 감히 보장하겠는가. 전 세계가 석유사막으로 온통 변했던들 그 기름을 쓰고 살 사람이 바로 누구란  말인가. 그렇다고 당장 절망할 것은 없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으니 다 같이 눈을 뜨자는 것이다. 이 지구를 살리고 살찌우는 길은 오로지 나무를 심는 일 뿐이라 한다. 나무를 심는 일은 일체생령을 살리고 천지은을 심는 일이다. 4월달 나무심는 달을 맞아 이 뜻을 새기며 온 천지의 봄동산을 여기에서부터 일으켜 세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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