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기름진 밑거름
유재범
 입소하기 며칠 전부터 가슴부위가 따뜻한 기운으로 휘감기는 느낌이었다. 몸 컨디션이 좋아져서 막혔던 기운이 열리면서 나타나는 일시적 현상으로 생각하였다.
 막상 삼동원 훈련에 임해보니 그것이 단순한 육체적 현상이 아니고 새로운 인연에 대한 상서로운 예감이었다는 느낌이 든다. 원장님과 교무님들 그리고 여러 차과장들과의 만남이 이전부터 아주 오랫동안 지속되었다는 느낌이 든다.
 아주 짧은 2박3일간의 시간이지만 그동안 잃어버렸던 내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유지범이라는 이름으로, 동원증권 차장이라는 직급으로 등등 수 없이 많은 에고의 껍데기에 가려져 본래 면목으로서의 소중한 나, 그 텅빈 하늘처럼 형체도 냄새도 없는 커다란 나를 얼마나 오랜 세월동안 버려왔던가?
 인생의 진리를 깨닫기 위해 뒤적거렸던 수많은 서적들. 그 속에서 너무나 훌륭하고 감명 깊은 내용 등을 보아왔지만 바로 똑같은 내용을 몇 미터 거리를 두고 직접 체험으로 듣는 교무님의 말씀은 그동안 닫혀 있던 내 가슴을 활짝 열어 놓았다.
 이제는 조금은 알 것 같다. 여기 계시는 교무님과 여러 차과장님 그리고 나, 삼동원 밖에 있는 모든 사람들, 잠자리, 도마뱀, 수풀 , 저 푸른 하늘과 눈부신 태양이 모두 남이 아닌 하나라는 것을.
 같이 얼기설기 얽혀져서 결국은 허공 속으로 녹아든다는 것을.
 지금 2박3일간의 짧은 교육이 앞으로 남은 나의 인생에 그리고 그 후로 천년만년 수없이 이어지는 영원한 삶의 수레바퀴 속에서 아주 기름진 밑거름이 될 것을 결코 믿어 의심치 않는다.
 살기가 힘들다는 핑계로 나 자신을 버려 두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 다짐하면서 새로운 인연에 대해 깊이 감사한다.

편안하고 자유로운 교육
차진규
 처음 연수받으러 올 때는 매우 찜찜했다. 왜냐하면 기독교인인 내가 원불교에서 웬 교육을 받는가 하고.
 하지만 3일간의 연수기간 동안 간혹 나는 기도원에서 연수받는 것이 아닌가 하고 착각들 때도 있었다.
 편견 및 선입감이란 참 우스운 것인 것 같다. 그리고 이 교육이 종교를 불문하고 자신을 성숙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 같아 좋았다.
 공기도 맑고 바람도 시원하고 햇빛이 따뜻한 자연 속에 위치한 삼동원이 참 좋은 것 같다.
 그리고 교무님 말씀도 좋았다. 아무튼 이렇게 간단한 프로그램을 가지고 사람을 이렇게 편안하고 자유롭게 만드는 교육은 처음 받는 것 같다.
 다시 한번 나를 뒤돌아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던 것 같고, 좀 더 나의 삶에 참을 채우기 위해 정진해야겠다. 그리고 더욱 더 아내를 사랑하고 사회와 세상을 사랑하여야겠다. 세상은 참으로 쓸만한 곳임을 아니까.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