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대종사관」의 정립 과제

우리인류가 창생한 이래, 원시적인 자연의 생존형태에서 점진적으로 발전하여 「유사시대」를 형성하고 이것을 오늘날에까지 이끌어 온 것은 겨우 5천년 또는 6천년에 지나지 않은 기간이라 한다. 이 5 ㆍ 6천년의 역사시대는 저렇듯 일체생령이 무시광겁으로부터 살아온 이른바 「광겁」이라는 무한의 시간성에 비한다면 그것은 실로 일찰나, 滄海一粒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5천년 혹은 6천년의 유사시대 역사시대를 인류 자각의 역사, 인류자각의 과정이라고 보는 것은 매우 뜻 깊고 함축성이 있는 정의이며 견해라 할 것이다.
우리 인류가 주어진 그대로, 내던져진 그대로, 그런대로의 자생적인 형태를 못 벗어난 채로 다만 생존하는 동물에 지나지 않은 것이라면 여기에서 다시 무슨 말이 필요 하겠는가 만은, 인류가 다른 동물이나 일체의 자생적인 존재와 구별되는 것은 다름 아닌 이 「자각」이라는 행위 때문이다. 스스로 깨닫고 스스로 하는 그것이 씨앗이 되어 역사의 터전을 이룩하였고 마침내는 문화의 꽃을 피우기에 이른 것이다.
인류자각의 진도는 나아가고 더욱 발달하여 자연과 인간 등 그 원초적인 발견으로부터 개인 가정 사회 국가 세계의 유기적 질서의 형성, 그리고 물질의 개벽을 일으킨 과학의 창조적 기능의 개발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지혜와 능력은 가위 한 개인이나 온 세계를 뛰어넘는 힘을 발휘할 뿐만 아니라, 감히 이 우주와 맞서고 능가하려는 위세마저 과시하게 되었다. 인간의 다양하고 출중한 지혜와 능력이 인류의 자각이 역사의 뿌리가 되고 그것이 문명의 원동력이 되어 온 것은 사실이지만, 그대로가 온 인류의 공동이상으로서, 무시이래 일체생령의 궁극적인 소망, 그 원대한 원력 안으로 스며들어 기여하는 원천적 흐름은 되지 못했다.
그래서 5 ㆍ 6천년의 유사시대가 과연 인류의 문화적 자각의 공동이상을 이끌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역사시대의 주제는 무엇이며 그 방향은 어디인가에 대하여 극도의 의문을 일으키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역사세대. 문명세대라고 내세우는 그 시대 자체의 실체, 유사이래 현대에까지 이어져 내려온 유산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이겠는가, 그것은 두말 할 것도 없이 이 시대와 이 역사의 찌꺼기의 누적인 불평등, 부조리, 이데올로기의 분열, 남북분단, 강대국의 팽창, 자원과 산업전쟁 등으로 지적되는 것이다.
이렇듯 5 ㆍ 6천년의 인류사가 저마다 지녀온 삶, 그 비극의 대안을 굽이쳐 흐르는 숨 가쁜 와중에도 이 인류가 사는 동양과 서양에서는 역사의 향방을 뚜렷하게 가리켜주고 인류의 나아갈 길을 바르게 이끌어 주는 몇 차례의 「정신개벽」의 대역사가 있어서 기울어져 가는 세상을 바로 잡아주었고 좌절하는 인류의 이상을 바로 세워주었으니, 우리 소태산대종사 대각의 동맥은 실로 면면한 인류자각의 역사 속에서 그 생생한 맥락을 이어주었고 또한 그렇게 이어가고 있는 진리적 생명의 등불인 것이다.
소태산대종사께서 이 땅에 오시고, 대각하신 뜻은 무엇이겠는가.
제69회 대각개교절을 맞는 이 마당에서 대종사의 역사적 성격, 역사적 대종사관에서 대종사가 이 세상에 오신 뜻 그 대각의 의미는 정립되어야 한다고 촉구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소태산대종사는 그 보편적인 존재양식을 통하여 성취한 것이, 무시이래 일체생령의 원력으로써 가름하는 그 총체적 인격의 표현이라는 사실이다. 소태산대종사가 대각한 일원의 진리가 이러한 대종사의 전인격의 실상을 조명해 주고 있다. 사실상 이 일원은 무시이래에 다지고 이끌어온 일체생령 총체적인 삶이며 그 삶의 현장이다. 역사의식과 현장인식은 일원상의 근원적인 숨결이라 할 것이다. 그것이 들어서 숨쉬지 않는 일원상은 허구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일원의 진리는 모두가 다 저마다의 입장에서 스스로가 하나 되는 뜻을 입증한다. 진리가 하나이며, 생명이 하나이며 역사가 하나라는 사실, 우리들은 다름 아닌 이 새로운 우주공동체라는 사실을 일러주고 이 뜻을 전해주기 위해서 대종사는 오셨고 대각을 성취하신 것이다. 원불교가 이 역사 속에서 존재하는 이유는 대종사 대각의 중심으로 하여금 불생불멸의 이 진리의 등불을 온 우주에 일체생령 온 인류 마음속에 밝혀주는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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