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산 종법사 교황 예방의 배경

대산 종법사는 6일 천주교 교황청 한국주재 대사관으로 내한중인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예방하고 한국종교계를 대표한 환영사에서 세계평화를 위한 3대 과제를 제의했다.
이번 대산 종법사의 교황 예방은 한국 가톨릭2백주년 기념사업회(김수환 추기경)의 초청에 의하여 이루어졌으며 한국 천주교2백주년 기념과 아울러 1백3위의 한국순교자 시성제전을 주재하기 위하여 한국땅을 밟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같은 날(6일) 한국가톨릭의 대사제들이 마련한 한 중요한 환영의 모임에서 『나는 한국에 와서 두 가지 것을 배웠다. 그 하나는 「하나의 세계」라는 말이요, 또 하나는 「감사합니다」라는 말이다』하였다고 전한다. 이 두 가지 「한국말」을 교황이 뜻있게 받아들였다는 것은 참으로 반갑고 고무적인 사실이다.
세계정세가 지금 걷잡을 수 없는 격동과 이변속에서 헤어나지를 못하고 있는 불안정한 소용돌이 속에서도 금년 4월과 5월에 걸친 요즈음에는 세계적으로 매우 바람직한 평화의 서광을 드리워주는 일대사건이 있었으니 그 첫째의 소식은 레이건의 중공방문이었고 그 두 번째의 선물이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우리나라 방문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두 지도자가 한 사람은 한 정치의 정상으로서, 한 사람은 한 종교의 영도자로서 각각 정치적인 방법과 종교적인 안목을 지니고 혹은 두 분이 다 같은 서구 사람으로서 함께 동방을 방문하여 한편으로는 인류화합의 메시지와 한편으로는 세계평화의 대제를 상호이해와 신뢰의 바탕, 분위기 속에서 주고 받을 수가 있었다는 것은 정말 그 무엇보다도 고맙고 기쁘기 이를데 없는 경사라 할 것이다.
더구나 우리나라나 중국은 역사적으로 세계적 사상의 근원적 발원지이며 정신문명의 연원지이면서도 일찍이 세계사상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상쟁과 침략 수난을 겪어온 노대국가들로서 금후 제3세계 범태평양 시대의 문화권을 열어나가야 될 세계사적 방향과 그 진운이 반드시 여기 세계사적 빛의 미발지인 동방의 새로운 지혜와 정신적 양식의 보고를 그대로 지나칠리 없다는 것이 오늘날 두 지도자의 뜻 속에서도 지워버릴 수 없는 사명의식임에 틀림이 없을 것이다.
상반된 이데올로기 국가인 미국과 중공, 그리고 발발한 신흥국가인 미국과 잠자는 사자, 아직 큰 소리는 칠 수 없지만 그러나 그런대로 늠름한 체모는 잃지 않고 있는 노대국인 중공 ― 또 헌종이래 대원군에 이르기까지 서교배격의 피비린내나는 우여곡절을 다 겪고 이제 2백년의 세월이 흘러간 오늘날 그때의 처절한 수많은 순교자를 대표한 103위 시성의 그 원숙한 후광을 양어깨에 매고 이 땅에 입맞춤을 하게 된 가톨릭 교황의 한국방문, 어떻게 생각해 보자면 이 동서의 역사적 사상적 혹은 숙명적인 일체의 가치 ㆍ 감정과 이해가 복합적으로 얽히고 설킨 양대입장이 바야흐로 한 자리에 앉게 되어 가지고 과연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가 신뢰하자는 정신적 일치의 분위기가 진정 격세지감을 안겨주고 있는 가운데 저 세계적 석학이었던 토인비의 말씀처럼 고등종교와 고등정치의 만남이 여기에서부터 이루어져야 한다는 역사적 동기같은 것을 마음대로 설정해 본다. 물론 아직은 성급하고 또 그게 반드시 그럴 수 없다는 것이 현실이고 보면 당장의 그 어떤 이해타산적 성과를 헤아리는 것은 옳지 않다 하더라도 미래지향적 밝은 전망이 언제나 우리들의 전체적인 삶 속에서 추상적이 아니라 좀 더 구체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그 생각을 가지고 그 일을 해 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대산 종법사는 공식초청에 의하여 교황을 만나는 기회를 가졌지만 그 보이지 않는 이면이 역사에는 세계적 최고의 전통종교와 아직 1세기 이내의 금세기에 태어난 새 종교의 뜻있는 해후의 의미를 간직하고 있으며 하나의 진리, 하나의 생명, 하나의 역사 그 하나되는 세계의 바탕에서 제의한 세계 종교연합, 세계 공동시장, 인류의 심전계발등 이 3대 과제는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한국에서 배워간다는 「하나의 세계」와 「감사합니다」라는 그 쉽고 간결한 우리 한국말 속에 다 함축되어 있는 진리의 말씀이라는 것을 늘 새롭게 새기면서 동서 ㆍ 고금 그리고 政 ㆍ 敎同心의 대화가 끊임없이 이뤄져 남북통일과 세계평화가 앞당겨지길 기원한다.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