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분단 해소 세계평화의 길

6.25 난리가 일어난지 올해로써 34년을 헤아린다. 이 난리를 일으킨 사건이 무엇이 그리 기특하고 중대하다기로 34년의 세월이 흘러간 이제에 와서까지 잊어버리지를 못한채 되풀이 상기하며 더구나 절치부심 하자하니 곰곰이 생각해 보자면 어처구니 없이 괴로운 노릇이 아닐 수 없다.
6월에 접어들면서 국내의 모든 신문방송들은 6.25사변, 그 전사에 얽힌 비인도적인 만행과 비극 참상을 특집으로 극화하고 혹은 생생한 증언을 통하여 붉은피가 소용돌이치는 이른바 지나간 슬픈 역사의 현장을 조명, 당시를 재현이라도 해주는 듯 일깨워주는데 여념이 없다. 이 때가 돌아오면 으례히 빠뜨리지 않고 해마다 해오는 연례적인 겨레의 몸부림이 과연 어쩔수 없는 큰 병이라고야 하겠지만 언제까지나 아물어 질 수 없는 깊은 상처의 회상이나 하고 있고 비극의 주인공으로 앉아서 증언이나 하는등 이것이 반드시 사실이 아니라거나 천만부당하다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우리들이 해야할 일이 고작 이 뿐이겠는가. 지금쯤 이러한 짓들은 일찍이 끝나버린 불행했던 역사의 한 토막으로나 남아있을 따름이어야 한다. 우리들의 지금 사는 처지, 지금 사는 현실을 돌아다 볼 때 우리들의 얼굴은 분단의 고통과 이산의 몸부림으로 거의 몰라보게 찌들어져가고 있다는 자신의 독백이나 자탄을 듣는다는 것이 못내 안타까울 뿐이다.
6.25가 터진지 34년, 그리고 이 나라가 38선을 경계로 갈라진지 벌써 39년이니 세월이 무상하다한들 세상에 이럴수도 있단 말인가. 10년도 아니고 그 배를 더한 20년도 아니고 인생일대를 훨씬 넘겨버렸으니 잃어버린 시간, 그 소중한 혼과 삶의 맥박은 어디에서 찾고 그 언제에나 잊게 된다는 것인가. 그러나 우리들은 너무나도 냉철하고 지엄하기까지한 이 역사앞에서 무슨 영탄이나 하고 되지도 않는 부질없는 환상을 그리는 식으로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올바른 擧止가 될 수 없으려니와 아무리 주어진 세상 던져진 인생이라고 아무렇게나 무책임하게 더구나 부당하게 살아 나갈수는 없다. 이 역사와 진리의 뜻을 꿰뚫어 보고, 참으로 일으켜 세워야 할 이 시대의 사명이 시대의 과업이 무엇인가를 자작하고 먼저 스스로 그 일을 하고 전체의 삶으로 그 뜻을 이끌어 나가고자 하는 것은 이 시대에 지워진 하늘의 명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하늘의 명이라니 그것은 허공법계 육도사생 그 총체적인 삶을 통한 전체적인 뜻이라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시대의 절실한 얼굴과 그 목소리를 짐즛 외면해버린다거나 올바로 보고 올바로 듣지 않고 그 바른길을 거스리는 행위는 곧 역사의 패륜행위다. 이제 그 누가 뭐라해도 금세기 인류역사의 최대비극은 우리나라 남북분단의 역사라는 사실을 저버릴 수 없다. 따라서 앞으로 세계평화의 발단이라는 것도 남북의 통일(이 나라 국토통일)의 성취에서 비로소 그 진로가 트이게 될 것이라고 보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며 어느 개인, 어느 사회, 어느 집단, 어느 나라든 저에게 내재한 분열 분단의 상극성을 해소하지 않는한 평화는 정착될리 없고, 상생 ㆍ 보은의 기틀만이 지금 이후 만대의 우주사를 이끌어나갈 새 질서라는 사실에 입각하여 남북분단 극복으로부터 인류의 대화합과 세계평화의 길을 열어나가는 모범을 보여줘야겠다.
통일을 달성하는 것은 평화적 방법이라야 한다. 통일 목적만 성취되면 평화가 되는 것이 아니다. 근원적 평화바탕에서 통일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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