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타원 정진숙 법사편 <18>
마지막 임무
심전 가꾸며 개척의 역사에 참여한 보람

사진> 발타원 정진숙 법사
 원기 74년 1월 나는 소남훈련원 상임고문이란 발령장을 받게 되었다. 소남훈련원은 미개척지로써 할 일이 너무 많았다. 막연한 기대로 나의 어깨는 무겁게 내려앉았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물론 그동안 많은 터전을 닦아 놓았기 때문에 그 터전 위에 닦아나가면 되지만 경제적인 힘이 너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나는 여기에서도 하면 된다는 신념하나로 임하게 되었다. 훈련 지로써 야영장도 만들어야했고 많은 훈련생을 수용할 수 있는 숙소 마련도 당면 과제였다. 운영관리가 꼭 돈으로만 다 되어지는 것은 아니다. 나는 밤낮 없이 자라는 잡초를 뽑으면서 「심전계발」의 의미를 실감하게 되었다. 마음 밭에 자라는 잡념을 제거하는 일과 다르지 않았다. 고되고 힘들어 게으름이 날 때면 대종사님의 은혜를 생각하고 나의 이 몸이 부서지는 일이 있어도 무슨 여한이 있겠는가 하는 생각으로 그 일 그 일에 일심을 다하려고 했다.
 위법망구 위공망사의 좌우명을 깊이 마음에 새기면서 개척의 역사에 참여한 보람을 가꾸려고 했다. 그래서인지 몸은 한없이 피곤해도기쁨은 용솟음쳤고 빚지지 않은 생활을 한다는 안도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심 없이 하고 보니까 전후좌우에서 도와주는 사람들이 많았다. 특히 종로교당 윤타원 남하원행 님의 보은정신은 이 터전의 값진 도약을 이루는 계기가 되었다.
 윤 타원 님은 몇 년 전 이곳 훈련원을 방문했을 때 숙소가 부족하여 세 번이나 옮기면서 10일간을 보냈는데 이때 종법사님께서 건물 신축을 말씀하셨다고 한다. 윤타원님은 30여년이나 긴 세월을 이 도문에서 공부하며 전무출신의 서원을 세우신 분이다. 그래서 많은 도반들과 인연을 걸고 싶은 간절함에서 자신이 몸담고 있는 서울보은회의 도움을 얻어 소남훈련원에서 하원정사를 짓고 살림을 도맡아 하고 계신다. 이곳 숙소는 1백여명의 아이들이 숙박할 수 있는 장소가 되었다.
 금년 여름 소남훈련원을 거쳐 간 수많은 훈련 객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고 편안함 잠자리 마련에 분주하게 활동하셨다. 앞으로 야영장 마련하는 데도 최선을 다하려 하신다.
 앞으로 이곳은 전라남도뿐만 아니라 전국 규모 내지는 국제 훈련장으로까지 발전시켜 많은 사람들이 심신을 닦아나가는 도량으로 건설해야 하리라 생각된다. 이 훈련 문제는 교정원 훈련 부에서 청소년훈련장을 마련다각도로 심혈을 기울이고있다.
 특히 내년에는 전국 청소년 훈련 시설 자들의 모임을 이곳 소남청소년훈련원에서 개최하게 되어 자못 기대가 크다.
 얼마 전에는 소남선생님 자제 분인 원광대학교 김재백 부총장 님께서 훈련원 운영기금의 터전으로 30여만 평의 임야를 희사해 주셨다. 이곳은 숙승봉 뒤쪽에 있으며 푸른 바다가 훤히 내려 다 보이는 좁은 터전이다. 앞으로 수도원이나 농장을 경영해도 좋으리라 여겨진다.
 요 근래 세상사람들은 살기가 좋아져서인지 관광 철이든 아니든 가족단위 또는 친구들과 어울려 자연을 찾아 여가를 즐기는 일들이 많아졌으므로 이곳을 종교의 정서적 함양과수양지로 활용하면 더 없이 좋은 곳이다.
 날로 거칠어 가는 사회현상을 보면서 나는 청소년들에게 도덕성 훈련을 절감하게 되었다 그동안 이곳 저곳 다듬고 가꾸는 비용, 그리고 운동장 시설 등 공사에도 나는 여러 곳의 교도님들께서 챙겨주신 시봉금으로 많은 도움을 받게 되었다. 나는 이제 늙었으므로 양양한 앞날을 기대하는 젊은 후진들에게 희망을 건다. 그러나 무조건 세월이 해결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힘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하고싶은 것이다. 계문을 소홀히 해서는 더욱 안 된다.
 아무리 어려운 교화라 해도 교역자 정신에 달려 있는 것이다. 후진들은 현대 교육을 받았으므로 잘 하리라 믿지만 종교사업은 현대교육이나 지식만으로는 안 되는 일이다. 생생한 창립정신을 현실에 되살려 나가야 하리라 믿는다.
 이곳 훈련원은 간혹 지쳐있는 사람들이 찾아 들기도 한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한 이렇게 찾아드는 사람들에게도 활력을 불어 넣어주어 용기와 인내로 자신의 길을 개척해 나가도록 해주고 싶은 것이다.
<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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