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비의 맛, 법성포의 천연적인 기후 조건 덕입니다"

보답하는 마음으로 손님 대해
교당 활동에도 열심, 무료급식소 도와

영광 법성으로 가는 길은 온통 하얀색이다. 한마디로 눈밭이다. 차량도 엉금 걸음이다. 법성에 도착하니 굴비를 판매하는 가게가 줄지어 서 있다. 등록된 곳만 300여 곳. 가게문을 살며시 열자 법성교당 김희도(46)·정혜란(42)부부 교도가 반갑게 맞는다.

자리에 앉자 김 교도는 부인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은근히 부부애를 과시하는 모양새다. "참조기 가공은 남자 혼자 할 수 없는 사업입니다. 안사람 덕분에 모든 일들이 수월하게 이루어집니다."

그동안 부인인 정 교도는 전화주문은 물론 구매한 조기를 다듬는 작업을 계속해 왔다.
이 부분에서 전문가 수준이다. 법성에 정착한 것이 2000년. 벌써 10년째이니만큼 숙달된 솜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하다. 즐거운 삶을 살고 있다.

이런 모습은 남편을 따라 새벽녘에 몇 차례 방문했던 수협위판장의 풍경을 묘사하는 그의 말에서 잘 표현된다.

"이곳에서 살아 숨쉬는 모습을 느낍니다. 사람들의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힘을 얻을 때가 많습니다."
여기에서 생활의 활력을 찾는 것은 김 교도 역시 마찬가지다. 마음이 즐거워야 신선한 국내산 고기들을 구매할 기회가 많은 것을 그는 알고 있다. 조기 나는 철에 더욱 분주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11∼3월에 비축해 주어야 고객들의 주문량을 맞출 수 있다.
이 시기에 법성, 군산, 목포, 여수, 마산, 부산, 추자도, 제주한림 등을 찾는 것도 다 이런 이유다. 바쁠 때는 해당 수협 중개인을 통해 구매하기도 한다.

그런 후 가공공장으로 직행한다. 이때 파지나 조그마한 조기들은 잘 손질하여 무료급식소에 보내주고 있다. 전주, 광주, 부산, 서울 지역 등 5곳. 따뜻한 마음이 전해진다.

"종교를 떠나 기독교, 천주교에서 운영하는 곳에 1달에 1번씩 보내고 있습니다. 별 것도 아닌데 잘 받았다는 전화가 오면 오히려 부끄러워집니다."

김 교도는 염장 과정에 대해서도 자상한 설명을 이어갔다. 소금은 1년 이상 저장하여 간수가 빠진 염산, 백수, 고창 구시포 소금이 쓰여진다는 점을 강조했다. 염장에 자신이 있다는 이야기다.

"각 공장마다 염장하는 방법이 다를 수 있습니다. 저희 공장의 경우 조기의 크기에 따라 작은 고기는 소금을 뿌리고, 큰 고기는 소금을 뿌리는 것은 물론 아가미에 소금을 채우는 섭간을 합니다. 그런 후 조기의 길이, 무게, 크기에 따라 선별작업을 해요."

선별과정을 거친 조기들은 크기에 따라 10마리, 20마리로 엮는다. 비닐끈과 지푸라기를 넣어 엮기가 끝난 굴비는 일급수에 4∼5회 이상 세척한다. 이어 건조과정을 거치는 것은 필수. 김 교도는 이 시기에 맛이 결정된다고 보았다.

"굴비가 맛있는 것은 법성포의 천연적인 기후 조건을 빼 놓을 수 없습니다. 습도와 일조량이 뛰어납니다. 낮에는 건조가 이루어지고 밤에는 숙성이 되는 만큼 맛이 뛰어납니다. 그런데 마릿수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입니다. 1만원에서 70만원까지 있어요."

이처럼 굴비는 조기의 한 종류인 '참조기'를 말린 것이다. 굴비는 주성분이 단백질이고 지방, 칼슘 등 무기성분이 골고루 포함돼 감칠맛을 내고 식욕을 촉진시킨다는 것이다. 원광굴비도 이 맛을 내기 위해 직접 가공하는 부단한 노력을 계속했다. 우측 벽면에 걸려 있는 깨끗한 굴비 얼굴사진에서 그의 정성을 엿볼 수 있다.
"사진동아리 활동을 하는 부인이 가공공장에서 찍은 것입니다. 굴비들이 세상나가기 직전의 모습이라고 해요.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져요. 요즘은 명절을 앞두고 있어 바쁘지만 굴비들과 제수용품이 세상 구경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자 합니다. 이것은 고객들에게 정성껏 보답하려는 마음입니다."

그의 말에서 고객사랑을 읽을 수 있었다. 냉장 보관된 굴비들의 소중함을 아는 그에게 있어 고객은 제1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의 이런 한결같은 마음은 교당봉공회 활동에도 여실히 나타나고 있다. 마침 가게 밖에서 매달려 건조되고 있는 고기들에 눈길이 갔다.

지역에 따라 제사상에 올려지는 서대와 일식집에서 많이 사용되는 부세다. 부지런한 부부의 일상이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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