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학과 과학이 미치는 공덕

한 부자가 네 명의 부인과 함께 살았다. 첫째 부인은 너무나 사랑하여 한시도 떨어질 수 없었다. 둘째 부인은 남들과 싸워가며 어렵게 얻은 부인이라 보기만 해도 좋고 든든하였다. 셋째 부인은 마음이 잘 맞아 같이 다니며 즐거워하였다. 그러나 넷째 부인은 별로 관심이 없어 하녀 취급을 하며 온갖 일을 시켰다.

어느 날 남자가 먼 길을 떠나게 되었다. 홀로 가기 외로워 사랑하는 첫째 부인에게 함께 가자하였다. 그런데 일언지하에 거절하는 것이 아닌가. 남자는 큰 충격을 받았다. 둘째 부인에게 청하니 더 사랑하는 첫째 부인도 가지 않는데 왜 내가 가느냐며 거절하였다. 셋째 부인은 문 밖까지는 가겠지만 더 이상은 안 된다고 하였다. 실의에 빠진 남자가 넷째 부인에게 말하였다. 평소에 쳐다보지도 않았던 그 부인은 당신이 가는 곳이라면 세상 끝까지라도 따라가겠다고 하였다.

결국 평소에 돌보지 않아 늙고 병들어 몸도 가누기 힘든 넷째 부인이 먼 여행길에 동행하였다.

〈잡아함경〉에 나오는 이야기로 먼 길은 저승길을 비유한다고 한다. 첫째 부인은 우리의 육신을 비유한 것으로 평소에 추울세라 더울세라 배고플세라 애지중지 하지만 외로운 저승길에 스스로는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는다. 둘째 부인은 힘겹게 얻은 재물을, 셋째 부인은 가족 친지를, 넷째 부인은 우리들의 '마음'을 비유한 것이라 한다.

생전에 관심도 못 받으며 온갖 일은 도맡아 하지만 죽은 뒤에도 따라가는 것은 형상도 없는 '마음의 종자'일 뿐이다.

물질문명은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육신 생활의 편리를 가져왔다. 머지않아 가정의 도우미 역할을 할 수 있는 로봇이 상용화될 거라고 한다. 끊임없이 연구하여 더욱 편리한 기구를 만들어 내는 분들에게 감사할 일이다. 그러나 그것은 사용하는 사람에 한하며 때로는 피해가 되기도 하니 시간적 공간적 한계가 있다.

이에 비하여 도덕문명은 형상이 없는 '마음'을 단련하므로 효과는 더딜 수 있지만 모든 사람에게 필요할 뿐만 아니라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피해를 주지 않으므로 그 공덕이 한계가 없다. 도덕으로 천하를 구제하는 일은 시공을 통하여 무한한 것이라, 어찌 물질 문명의 공덕에 비할 것인가!

그럼에도 사람들은 나타난 물질문명만을 좇으며 더 근본이 되는 마음을 단련하는 법에는 관심이 적다. 저승길에도 동행할 '마음'은 점점 늙고 병들어 가는데도 말이다.

성지송학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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