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법달 /
본사 전문기자
지난 1월 20일부터 28일까지 지진 피해로 30만명 이상이 사망 또는 실종된 아이티 포르트프랭스에 원불교 재해재난구호대 현장조사 활동을 위해 다녀왔다.
이번 피해는 인도양 쓰나미로 인해 주변 5개나라의 총 사망자가 23만명이었던것과 비교해보면 얼마나 피해가 컸는지 짐작해 볼 수 있다.

우리 조사단이 아이티에 도착했을때 지진발생 일주일이 지났지만 주민들은 여전히 지진의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해 공터나 집 까운 도로에 천막을 치고 생활을 하고 있었고 집이 완파된 주민들은 공원, 운동장등 비교적 넓은 평지에 천막을 쳐 거대한 난민촌을 형성하고 있었다. 그간 인도,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버마에 긴급구호활동을 다녔지만 아이티처럼 국가기능자체가 상실될만큼 피해를 입진 않아 사건발생 일주일 후면 복구와 구호활동이 어느정도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었다.

하지만 아이티는 지진이 발생했던 그 시간에 그대로 멈춰버린 사진처럼 참상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어 피해의 강도를 짐작해 볼 수 있었다.

난민촌을 중심으로 국제구호단체들을 통해 식수나 음식물 등은 제한적으로 공급이 되고 있었지만 거리곳곳에는 여전히 물과 빵을 달라는 애타는 절규가 가득했다.

또한 무너진 건물을 들어올릴만한 중장비가 부족해 건물 속에 매몰된 사체를 수습하는 일은 사람들이 힘을 모아 인력으로 진행되었지만 역부족으로 보였다. 그래서인지 사체들이 부패하면서 생기는 냄새가 도시를 가득 메우고 있었는데 인도와 네팔의 화장장에서 그럴싸하게 인간의 죽음에 대해 우아하게 고민하며 맡았던 냄새와는 다른 분명한 현실과 참혹한 죽음의 경계에서 만나는 비극의 냄새였다.
하지만 그속에서도 학교가 다시 문을 열고 시장이 열리며 도로에 차량이 다시 운행을 시작하는등 일상을 찾기 위한 노력은 분주하게 시작되고 있었다.

이번 현장조사는 원불교 재해재난구호대가 발족한 후 처음으로 맞이한 대형재난이였다. 현장조사는 해외구호활동에 있어 효율적인 지원을 위한 필요한 과정이라고 할수 있다. 다른 구호단체들도 소수의 현장전문가들을 사전에 파견해 구호계획을 수립하는데 도움을 받고 있다. 원불교 재해재난 구호대도 국제긴급구호 매뉴얼에 따라 현장조사를 결정했다. 이번 현장조사활동 파견이 결정되어지고 국제기구,UN,구호단체들과 도미니카와 아이티 현지의 NGO 들을 접촉하며 현지 파트너을 도미니카 구호단체와 아이티NGO 로 결정해 현지조사활동에 활용할수 있었던 것은 원청과 원대연 선배인 강대훈 선배의 역할이 컸다. 그는 인도, 캄보디아 평화봉사활동을 통해 나에게 Localization을 학습시켰다. 잠자리, 먹을 것, 입는 것, 생각을 나누는 연대는 철저하게 그 지역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 이었다.

이번에 인연을 맺은 현지인들이 우리뿐만 아니라 아이티 구호활동을 준비하는 이웃종교인들과 구호단체들에게 귀중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우리가 연결역할을 해 많은 단체들이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 아이티 현장조사시 물품지원을 위해왔던 영국의 구호기관 트럭이 난민들의 위세에 눌려 돌아가려할 때 난민숫자보다 훨씬 많은 양의 물품을 실은 트럭을 간파하고 설득해 구호물품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했던 현장판단은 인도, 인도네시아, 파키스탄에서 구호활동을 이끌었던 정상덕 교무의 지혜에서 비롯되었다.
현장조사는 사전에 조사된 정보와 현장의 종합적인 상황이 빠른분석과 결정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한다. 이번 아이티 현장조사 8일을 위해 지난 10년간 평화의친구들 활동을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10년을 8일에 우려내는 10년묵은 茶 오래묵었다. 하지만 20년 30년 이상된 차들이 나와야 한다. 그래야 10년짜리 5년짜리 3년짜리 1년짜리의 모델이 된다.

아이티 현장조사보고회와 대책협의회를 통해 교단은 긴급물품지원과 아울러 아이티 어린이들의 교육지원을 하기로 하였다.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자력을 양성시키는 일 그리고 타자녀교육을 통해 선교나 교화를 그릇에 담는 구호활동보다는 보다 국한이 넓은 대자비와 인도주의 정신 삼동윤리의 가치를 나누는 일 이것이야말로 원불교 구호활동의 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 돕는 것에 그 어떤 정치적, 종교적 이유에 앞서 도움을 실천하는 그룹이 원불교 이어야 한다.

아울러 우리가 아이티 현장조사에서 만났던 국제기구, UN 등의 중간 실무자들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청년들이었다. 이들이 구호활동을 조정하며 군대를 움직이고 전략을 세우고 판단을 하고 있었다. 청년부재론은 그들의 신념과 감성을 펼치고 이끌어내는 장을 만들어주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한다. 조계종 의료봉사단이 아이티로 파견되어지는데 그 실무를 ‘더프라미스’라는 불교 국제구호단체가 맡아 진행한다. 그속에서 젊은 불교인재들은 국제구호 활동 전문가로 성장해 나갈 것이다.

아이티는 지금 자력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처참한 상황에 처해 있다. 우리가 지금 아이티와 함께하고자 하는 마음이 1년 뒤 10년 뒤에도 기억될 수 있도록 하는 진심어린 나눔과 어린이들의 결연과 교육사업이 이어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원불교 재해재난구호대 아이티 지진 현장조사팀장,  사)평화의친구들 사무국장)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