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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 수필
수상 수필
  • 김의균
  • 승인 1991.11.04
  • 호수 66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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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디가 굵은 손
  원기 76년 어느 날, 오늘은 내가 외래진료를 하는 날이었다. 오늘 수도원의 원로 법사님 한 분이 진찰을 받으러 오셨다. 평소에도 가끔 뵙는 분이고 항상 인자하신 인품과 깨끗하고 정갈하신 분위기에 천상이 이런 분들이 계시는 곳이겠구나 하고 느끼고 있었다.
 특히 그 분의 얼굴은 연에도 티없이 맑고, 좋은 빛깔과 환한 웃음으로 오랜 연륜의 깊은 주름살을 제외하고는 나이 어린 소녀의 얼굴을 연상케 하신 분이시다. 그런데 손이 아프시다고 하시어 내가 손을 잡고 진찰을 하여보니 그분의 손은 피부는 깨끗하였으나 손마디가 굵고 전체적으로 억센 손을 가지고 계셨다. 얼굴은 가녀린 소녀 같으시고 말씀도 조용조용히 하신 분이기에 손도 가냘프고 부드러우리라고 생각하였던 나는 내 기대와 완전히 다른 손을 잡고는 마음에 크게 느낀바가 있었다. 대종사님을 친견하신 이 분이 그때부터 얼마나 열심히 일을 하여 왔으면 이렇게 손 매듭이 굵어졌을까. 그분이 지내오신 각 교당과 총부와 원광학원에 그분의 손마디를 굵게 한 자취가 곳곳에서 남아 숨쉬고 있을 것 같다. 오늘의 원불교의 발전은 이분들의 억센 손에 의해 이뤄졌음을 이 순간 마음으로 다시금 확신하였다.
 손으로는 궂은 일 좋은 일 가리지 않으시고 하시면서도 마음에는 상을 두시지 않으셨기에 얼굴은 항상 맑고 티가 없으셨으리라. 손으로는 교도들이나 교당의 소소한 작은 일들까지도 다 챙겨 보살피시면 서도 항상 마음엔 대자리를 잊지 않으셨기에 얼굴은 이렇게 온화하시리라. 손으로는 일상에 나타난 모든 사물과 일들을 쉬지 않고 다듬으시면 서도 항상 마음엔 자로 체 잡으시기 때문에 얼굴은 이렇게 평안하시리라. 나는 잠시 내 자신을 돌이켜 본다. 내 손은 얼마나 내 이웃에 부지런하였고, 직장에, 사회에, 국가에, 회상에 공헌하였는가. 반면 내 얼굴은 얼마나 상을 내고 자리와 자리에만 얽매이고 국집 하여 불평 투성이 아닌가. 또 우리는 지금 너무 머리와 입으로만 사업하고 수도하고 있는지 않은가. 어느 때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부드러운 손, 가냘픈 손, 보기 좋은 손, 일을 하지 않는 손이 대접받는 시대가 되어 버렸다. 또 우리의 얼굴은 어떤가. 자기의 흉한 마음이 노출되는 것이 부끄러워서인지 화장품 성형수술로 자꾸 가면을 두껍게 하고 있고 몸에 좋다는 것만 탐닉하여 너무 번지르하다. 모든 것이 거꾸로 가는 세상이다. 나는 우리 원불교인은 교무님들이나 교도님들이나 모두 좋은 얼굴, 부지런한 손을 가졌으면 좋겠다. 또 우리 원불교의 법위사정과 사업등급 평가는 각자의 얼굴과 손을 참조하면은 안될까. 영화 25시에서 안소니퀸이 게르만인의 표준얼굴로 선택되고 나서 지금 기묘한 표정은 지금까지도 오래 가슴에 남아 잇는 인상이다. 우리도 원불교인의 표준을 정한다며는 열심히 법 공부하여 부처님같이 좋은 얼굴을 가지고, 열심히 봉사하고 일하여 농부와 같이 억센 손을 가진 사람으로 한다면 어떨까.
김의균(교도원광의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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