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융한 불법으로 세상에 두루 활용하게 하심

대종사께서 대각을 하신 후 과거 여러 종교의 경전을 보시고 '내가 알게 된 바를 옛 성인들이 이미 알았다'고 하셨고, 더구나 불법은 근본 진리를 가장 잘 밝혀서 '서가모니 부처님은 성인 중의 성인'이라 추앙하시면서도 다시 회상을 펴신 이유는 무엇인가?

그 뜻을 헤아려 봄에 있어 중요한 열쇠가 되는 것이 바로 '시대'가 갖는 특성이다.

성자들께서는 '때를 따라' 이 세상에 출현하신다고 하셨다. 대종사께서 이 세상에 오신 '시대'의 특성은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가장 포괄적인 의미를 정전 '개교의 동기'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는 지금 과학의 문명이 크게 발달됨에 따라 물질세계가 그야말로 천지개벽을 이루는 전례 없는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이곳 33장에서도 이 시대의 특성을 '인지가 발달되고 생활이 향상되는 시대'라 하셨다.
과거 부처님께서는 출가 수행자로 하여금 의식주를 비롯한 모든 세간의 낙을 멀리하도록 하셨다.

혼인에서부터 모든 수용품에 이르기까지 철저하게 금하는 풍토가 조성되었고, 심지어 오늘날까지도 출가수도인은 그 부모조차도 만나지 않음을 미덕으로 여기고 있다.

그러나 대종사께서는 출가수도인도 정당한 직업을 갖도록 하셨고, 의식주 도 분수에 맞게 수용하며 피로 회복을 위하여 소창도 하라 하셨다.

계급 차별이 극심했던 인도 땅에서 왕자의 신분으로 일체를 버리고 출가하시어 걸식 수행의 본을 보이심으로 후래 출가 수도자로 하여금 무소유의 생활로 해탈하게 하심은 인지가 미개하고 정신력이 미약한 과거 시대의 교화법이다.

이에 비해 대종사께서는 일체의 모든 물질문명을 잘 선용하도록 길을 열어주셨으니, 이는 인지가 크게 발달되고 생활이 더욱 향상되는 '이 시대'에 적합한 원융무애의 교화법인 것이다.

어느 한 분야도 막히지 않는 사통오달의 법으로 개인에서부터 세계에 이르기까지 두루 활용하여 살리심이 대종사님 법의 주체이다.

'과거 시대에는 모든 교법이 각각 편협한 지역에서 일어나 그 시대의 인심에 맞추어 성립되었으므로 비록 일면에 치우치는 법이라도 능히 인심을 지도할 수 있었으나, 앞으로는 세상의 교통이 더욱 열리고 시대의 사상이 서로 교환되므로 사면을 다 통하는 원만한 법과 과불급이 없는 바른 법이 아니면 대중의 마음을 두루 지도하기 어렵다'<정산종사 법어, 도운편 7장>

<성지송학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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