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훈련 11과목 자연스럽게 녹아나
현대인들, 선禪 통해 마음 안정과 평정심 유지 갈구

집심·관심·무심·능심의 수행법 제시

현재 정기훈련과 초기 정기훈련은 모든 면에서 다르다. 동하(冬夏) 삼개월씩 실시하던 형태는 현 시대 사회구조와 맞지 않아 실행하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 지금의 정기훈련은 출가와 재가자가 구별되어 훈련을 실시한다는 점에서 초창기 모습과 차이가 드러난다. 우리가 간과할 수 없는 가장 큰 문제는 초기 정기훈련 당시의 본 취지가 그대로 전승되어 내려오고 있는가 하는 문제다. 본사는 3주에 걸쳐 동선 열풍을 되살리는 방향에 초점을 맞추어 연재한다.

1월27일 성주삼동연수원을 찾은 날은 대학선방 선객들의 초롱초롱한 눈빛과 법에 대한 목마름이 묻어나왔다. 대학선방은 말 그대로 선 전문가가 초심자인 대학생들의 선 입문을 도와주며 교법에 대한 신앙과 수행을 체질화해 미세한 마음작용까지도 살펴주면서 정진케 하고 있었다. 젊은 선객들이 점심 후 연수원 운동장에서 지도교무들과 축구경기를 하며 몸의 활력과 단합을 이끄는 모습이 이채롭다.

성주삼동연수원에서 정기훈련을 열게 된 동기는 원기 87년 여름 배내청소년훈련원에서 한 차례 여름선방을 열었던 것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호응이 좋아 방학을 통해 집중적인 선 훈련을 하려는 사람들을 위한 동·하선을 기획해 삼동연수원으로 인사이동하면서 실시하게 되었다.

그동안 청소년 마음공부 아카데미, 동선, 법의모임, 대학선방, 한울안선방 등을 진행해 동선의 분위기를 확산했다.

성주삼동연수원만의 정기훈련 특징에 대해 길도훈 교무는 "진리인식, 성리, 좌선과 행선, 선식과 무시선을 체계적이고 단계적인 훈련을 중심으로 한다"며 정기훈련 11과목이 자연스럽게 녹아나도록 프로그램화했다.
이는 공부를 해야 한다는 당위의 접근이 아니라 인생과 진리, 궁극적인 고민을 서로 나누면서 선객들이 함께 찾아가도록 한 것이다. 성리도 해석이 아닌 내면에서의 성리와 일상에서의 성리행으로 실천적 성리 연마를 시켜 자성의 원리를 해결하여 알도록 훈련한다.

길 교무는 좌선에 대해 "선의 원리와 본질을 추구하고 그 사람에게 가장 자연스런 방법을 제시한다"며 "단전의 위치를 잡는 훈련을 할 때는 가장 효과적인 자세가 누워서하는 것"을 예로 들며 편안하고 행복한 선이 되도록 배려한다는 것이다. 행선과 선식(禪食), 무시선도 마찬가지로 집심(執心)·관심(觀心)·무심(無心)·능심(能心)의 방법을 통해 피부에 와 닿는 수행으로 진전되는 것을 명확히 볼 수 있도록 활선으로 지도한다고.

교단의 선 훈련 방향

교단의 선 훈련의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현대인들의 갈증을 해소시켜 가치 창조의 삶으로 이끌어야 하기 때문이다. 마음의 안정과 본래의 힘을 유지할 수 있는 데 비중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길 교무는 "오늘날 사람들은 대종사님의 당대와는 다르며, 많은 지식과 사회의 의사소통의 방법이 다양화되어 현대인들은 많은 정보를 얻음으로써 문화의 홍수 속에 정신이 고갈되고 있다"고 전제한 후 "현대인들은 영혼의 휴식이 더 필요하며, 온전한 정신을 회복하는 훈련이 우선한 방향으로 다가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현대인들이 원만한 인격(수양력·연구력·취사력) 중 무엇이 부족한지를 알고 그에 맞는 균형 있는 훈련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현대인에 맞는 훈련의 시대화·대중화·생활화에 대한 질문에 대해 길 교무는 "진리·영혼의 문제, 삶의 문제가 오히려 대중의 질문을 많이 받는다"며 "끌림과 집착의 인과보다는 결정보의 인과로 영혼 세계까지 다루어 바람직하게 인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영성에 보다 많은 정보공유와 수행을 요구했다. 그는 "획일적이고 무책임한 강요보다는 초입자부터 숙련자에 이르기까지 체계적인 훈련으로 하나하나 이끌며 자신에게 필요한 공부부터 해 나가도록 지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좌선을 예로 들면서 곧은 자세를 오래 유지하는 사람이 아니라, 선의 내용을 체크해 가는 실질적인 진급에 초점을 맞춰야 된다는 것이다.

길 교무는 "주변에 선을 잘하는 재가교도가 있는데 시간도 들쭉날쭉, 자세도 벽에 기대고 하는데 선정에 들기를 밥 먹듯이 한다. 이런 교도에게 형식을 강요했다면 선에 대한 흥미를 잃고 수행길을 접는 사태가 생긴다"며 선의 진정한 가치 발견을 염두에 두고 접근해야 하는 것이다.


훈련의 방향을 '아는 것이 대세가 아닌 수행을 하는 사람이어야 하고, 나아가 생활의 모습에서 느낄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점을 역설했다. 그러면서 요즘 지식인들은 '오늘 좌선을 몇 시간 하셨어요? 그리고 어떠했습니까? 노력한 결과가 어떻습니까?하고 물을 정도로 수준이 높아졌다'는 이야기다.

동선을 지도하면서 교도나 일반인들의 흡인력에 대해 길 교무는 "공통적인 느낌은 이렇게 체계적이고 면밀하게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고, 훈련을 하는 동안 이렇게 편안하고 행복했던 적이 없었다는 반응"이라고 소개했다.

30년을 교당에 다녔지만 여기에서 좌선 방법을 배우니 이렇게 쉬운 것인지 처음 알았다는 감회도 털어놓는다.

이와 같이 성주삼동연수원의 동·하선은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는 삶의 의문을 추구하며, 어떤 명제에 의한 진리 공식이 아닌 실질적인 영혼의 세계와 삶의 세계를 연결해 주고 이 순간 어떻게 사는 것이 가장 가치 있는 것인지를 대종사님의 공부법으로 가르치는 곳이란다.

길 교무는 "가슴 깊은 곳에서 우러나는 수행길, 그 수행길에서 가슴 울린 고민을 실질적이고 체계적으로 해보려는 몸부림이 바로 이곳"이라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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