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은님만 믿고 갑니다"

한국 사회에서 예술을 업으로 삼는 이들에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배고픔일 것이다. 예술과 예술가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많은 예술가들이 배고픔과의 줄다리기에 지쳐 그 꿈을 접고 쓸쓸히 사라지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사은님만 믿고 간다"고 자신있게 말하며 연극배우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한 청년이 있다.

연극배우 한상돈(원남교당 교도). 그에게도 배우란 직업은 결코 평탄치 않은 길이었다. 한 교도 역시 자신의 앞에 놓인 현실에 군제대 후 선택의 갈림길에 서기도 했다. 그랬던 그가 지금 이렇게 당당히 외칠 수 있었던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는 자신에게 큰 고비가 두 번 있었다고 말한다.

연기에 발을 담그고 무대의 맛을 알기 시작한 뒤로 그에게는 언제나 비판보다는 잘한다는 칭찬이 뒤따랐다. 러시아의 유명한 쉐프킨 연극대학에서도 그는 지도자들로부터 칭찬을 받는 훌륭한 학생이었다.

한 교도는 "한국에 돌아올 때만 해도 바로 성공할 줄 알았죠"라고 그때를 회상하며 크게 웃었다.
그러나 그가 부딪힌 현실의 벽은 냉엄했다. 방송국 연기자 모집에서도 극단 입단 심사에서도 연거푸 낙방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그는 "자신감과 기대가 컸던 만큼 상처도 컸지만, 훈련을 통해 힘든 것도 한 계단 오르기 위한 과정이란 걸 깨닫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얻었다"고 말한다.

그가 힘을 얻고 다시 일어설 즈음 러시아 유학을 추천했던 강사로부터 뜻하지 않은 입단 제안을 받았다. 여느 극단보다 좋은 대우와 훌륭한 연습실 등을 갖추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땅에서 세계적 연극을 만들겠다'는 강사의 비전이 그의 마음을 흔들었다.

"그런데 문제는 교회에서 운영하는 극단이었어요. 그리고 강사선생님도 제가 개종하기를 원하셨고요."

자신의 꿈과 믿음에 대하여 저울질하던 한 교도는 혼란한 마음을 안은 채 상사원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가자마자 좌산상사님께 원불교는 어떤 종교인지, 왜 좋은 종교인지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다시 여쭤봤어요. 그리고요? 과감하게 제안을 거절했죠."

이렇게 두 번의 고비를 겪고 나니 비온 뒤 땅이 굳어지듯 신심은 더욱 굳건해졌다. 이때부터 한 교도는 자신의 능력을 교단을 위해 대종사님의 뜻에 따라 사용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남이 시키지도 않은 일을 줄곧 잘한다. 원남교당 청년회를 나가며 연극반을 만들어 법동지들에게 연극을 지도하는가 하면 이제는 원불교를 알릴 수 있는 영화를 준비 중이라고 한다.

그는 "21세기는 문화의 시대인 만큼 원불교 안에서도 많은 문화예술 작품들이 나와야 하지 않겠냐"며 "그 중에서도 전공분야가 아닌 영화를 택한 것은 영화는 한 번 만들면 얼마든지 배포가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원불교를 널리 알리고 싶은 그만의 작은 욕심이다.

더욱이 그는 바쁜 와중에도 틈을 내 본지의 '대중문화 읽기'코너를 통해 독자들과 만나고 있다.
바쁜데 짬을 내서 칼럼을 쓰는 것이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가 대답했다.

"사실 글 쓰는 거 쥐약이에요(핫하하). 그래도 한 사람이라도 제 글을 통해 공부심을 얻고 교화에 도움이 된다면 써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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