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성적 제도
신앙 수행의 성숙한 도인들은 교단의 저력
법위승급은 공의 거친 체제로 전환돼야

 . 공부성적
 공부성적이란 교도의 신앙과 수행 정도를 여섯 가지 단계로 나누어 놓고 가장 초급인 보통급에서부터 상위 급을 특신급 그 위를 법마상전급, 법강항마위, 출가위, 최상위 급을 대각여래위로 하여 평가하고 사정하는 고정을 말한다.
. 공부성적 사정 현상
 여섯 가지 공부등급 중에서 특히 항마위 이상의 법위를 중심으로 생각해 보자. 정전에서 항마위는 법마상전급 조항을 일일이 실행하고, 육근을 응용하여 법마상전을 하되 법이 백전 백승하며, 우리의 경전의 뜻을 일일이 해석하고 대소 유무에 걸림이 없으며, 생로병사에 해탈을 얻은 사람이요라고 밝혀 있다. 대종경(변의품 34장)에서는 법강항마위는 견성을 해야 될 수 있다고 하였다. 대산종법사게서는 항마위로서 남의 스승이 될 수 있다고 하였다. 출가위는 대소유무의 이치를 따라 인간의 시비이해를 건설하며, 현재 모든 종교의 교리를 정통하며, 원근 친소와 자타의 국한을 벗어나서 일체 생령을 위하여 천신만고와 함지 사지를 당하여도 여한이 없는 사람의 위이며 제법 주이다. 대각여래위는 대자대비로 일체생령을 제도하되 만능 만덕이 겸비하고 자유자재한 대각도인이라고 하였다.
 모든 원불교인 들은 이 같은 인격을 자아의 이상적 모델로 여기고 닮아가고 합일하기이하여 신앙과 수행을 통한 끊임없는 종교적 체험을 반복해 가는 과정에서 성숙성과 보람을 실현해 가는 것이다. 이 같은 삶은 지극히 주관적이고 주체적임에 틀림없다.
 대산종법사께서 취임한 이래 법위향상 운동을 강력하게 추진해 왔던 이유는 법위가 향상되고 신앙과 수행으로 성숙된 진리적이고 사실적인 도인들이 많이 배출되는 것이 교단의 기본적 자산이요 저력이라 보았기 때문이라고 짐작된다. 그러나 법위 향상 운동은 구체적인 성과를 요구하게 된고 그것은 결국 법위의 가시화현실화를 기대하게 됨으로써 여러 가지 긍정적이고 기능적인 점 못지 않게 비판적이고 역기능적인 점이 나타나게 된 것이다.
. 공부성적 사정의 문제점
 법위의 현실화에 야기되는 몇 가지 문제점을 생각해 보자.
 첫째 법위의 대량화에 따른 교법에 대한 신뢰감의 감소이다. 교전에 밝혀있는 법위에 대한 내용과 가시화된 정사, 원정사와의 거리감등의 시각이 그것이다. 둘째의 공부표준과 성불 서원대상의 문제이다. 교전에 밝혀있는 법위 내용은 모든 원불교인들이 마음공부 표준으로 사고 속 깊은 수행과 신앙을 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법위사정을 통하여 살아있는 정사와 원정사가 우리 주위에 출현하므로 써 이제는 그 분을 우리의 공부표준으로 삼고 성불 서원의 대상으로 삼고 공부를 하여야 한다. 그러나 과연 그 분들 모두를 공부표준과 성불서원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느냐하는 점이다. 셋째 평가기준에 대한 객관성 보편성의 문제이다. 사람이 사람을 평가하게 되는데서 부득불 야기되는 주관성 개재에 따른 객관성과 보편성의 약화 문제이다. 교단평가와 사회평가의 불일치점이라든지 더욱이 당대에는 역점에는 역적으로 물렸던 분이 후대에는 충신으로 존경받는 경우도 우리 역사에는 흔히 볼 수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그러므로 역사가들은 인물 사후 1백년 후에 그를 제대로 평가 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이다. 넷째는 법위사정의 제도화에 따르는 법위등급 본래 취지와 달라지는 문제이다. 법위 향상을 내면적 신앙심과 수행심을 향상시키기 이하여 스스로 노력하고 함께 권장하는 숨은 공부풍토 조성과 그 같은 숨은 공부인을 격려하려는 본래 취지가 그것을 가시화현실화함으로써 스승과 제자간이나 선후배간이나 동년배간에 당락의 차별적 사실이 공개되고 그에 따른 예우와 호칭이 달라짐으로써 동지간의 위화감이 생기고 불신이 생겨 교단 화합에 장애가 되기도 한다. 평생을 성실하게 이 공부 이 사업을 해 왔다고 생각하는데 어느 날 갑자기 너는 법사가 아니다(항마위), 원정사가 아니다(출가위)라는 평가가 알려짐으로써 느끼는 허탈감 소외감을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 더욱이 상위 법위에 오른 분 중에서 인격적 신뢰를 인정할 수 없을 때 이 같은 허탈감은 분노 감으로 끓어오르게 되는 것이다. 다섯째는 공의수렴의 절차와 과정이 폭넓게 마련되지 못한 점이다. 특히 항마위 출가위 등의 사정에서 이 문제는 심각하다. 흔히 공의라 하면 수위단회, 법위사정위원회 등이 있으니 별문제 없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사실은 그렇지 못하다. 아무리 수위단회라 하여도 그 하위 단의 공의수렴 고정이 없고, 또 그 하위 단은 그 하위 단의 공의수렴과정이 없는 현실에서 현행 수위 단은 상의하달하고 하의 상달하는 통로가 없는 머리만 있는 수위 단인 점에 공의수렴의 여과장치가 충분치 않는다는데  문제가 있다.
. 개선점
 현행 공부성적 사정 제도는 일차적으로는 개선할 필요가 있다. 개선점은 현행의 법위 사정은 사정위원회의 사정이 아니라 보다 객관적인 조건을 마련하여 법랍, 연조, 그 직장, 교당, 교화 단의 공의를 거쳐 합리적 체제에 의하여 승급할 수 있는 제도로 전환되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지난 원기 73년 법위사정을 앞두고 원불교학과 교수일동이 종법사께 건의했던 내용 즉 생존자에 대한 출가위 사정의 보류(사후 사정을 의미함)와 대봉도는 법랍 40년 이상 나이 70세 이상인 분으로 하여 주십사했던 내용을 여전히 개선점으로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혹자는 대산종법사께서 법위 사정을 누차 강조하신 뜻과 다르다고 오해 할 분도 있을지 모르지만 종법사님의 근본 취지도 숨은 속 깊은 공부 풍토를 생명으로 알고 그 정신을 살리기 위하여 법위 향상을 강조했을 줄 믿는다.
 교학을 연구하는 교학도의 입장에서는 그에 따라 나타나는 여러 가지 형태의 문제점을 우려하고 그 같은 문제를 교학적으로 검토하므로 써 종법사의 본의를 더욱 살리는 길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는 것이 교학자의 사명이라고 여겨진다.
서경전 <교무원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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