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병맥을 진단하시다

주산종사께서 수필, <회보>36호(원기 22년 7월)에 발표된 법문으로 교의품 34장과 35장으로 나뉘어 정리되었다.

부처님께서 인생은 괴로움의 바다라 하셨는데 그 원인 중 하나가 병으로 인한 고통이다. 육체의 병은 고통을 감지하므로 쉽게 인식할 수 있으나, 정신에 병이 들면 상당히 깊어져도 자각하기 어렵다. 환자가 정신에 병이 들었음을 스스로 인식만 하여도 치료가 가능하다고 하며 더하여 정확한 진단이 따라야 할 것이다.

대종사께서는 '이 세상이 병 들었다'고 경고하셨다. 밖으로 찬란한 물질문명의 발전만큼이나 비례하여 안으로 인류의 정신의 병은 더욱 깊어져서 이대로 방치하면 장차 구하지 못할 위기에 빠지게 될 것임을 크게 걱정하셨다.

요즘 세태를 보면 부모와 자식의 천륜도 무너져 가고 있다. 돈 때문에 자식이 부모를 해하는 일도 다반사로 일어나고 부부가 보험금에 욕심을 내어 목숨을 담보로 삼는 일도 이젠 별 뉴스거리가 되질 않는다. 인터넷으로 인한 청소년들의 문제는 나날이 심각해져 가고 있으며, 자연 환경의 급속한 파괴로 인하여 머지않아 큰 위기가 닥칠 거라 하고 실지로 그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음에도 대부분 먼 나라 일처럼 여기며 여전히 소비에 전력한다.

이 모든 문제의 근원이 어디서에서 시작이 됐을까? 치료에 앞서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의술에 있어 신의 경지라 불린 '화타'는 환자의 얼굴색과 증세만으로도 질병의 경중과 치료 가능 여부를 판단하였다고 한다. 세상에 혼재된 이 모든 문제의 양상을 어떻게 진단 할 것인가?

대종사께서는 세상의 갖가지 혼재된 증상들을 보시고 다음과 같이 진단을 내리셨다. 바로 '세상이 돈병, 원망병, 의뢰병, 배울 줄 모르는 병, 가르칠 줄 모르는 병, 공익심 없는 병이 들었다'고 하신 것이다.

'내가 한 생각을 얻은 뒤 이 세상을 둘러보니 몇 가지 무서운 병이 든지 오래 되었더라. 그 병을 낱낱이 드러내어 치료하여야 할 것인 바, 첫째는 자기가 남의 오장육부를 태워서 죽게 하는 원망병이요, 또는 자신의 힘을 무력하게 하여 자연히 말라 죽게 하는 의뢰병이요, 또는 소경에게 길 인도를 시켜서 대중이 함께 함정에 빠져 죽게 하는 불합리한 차별병이요, 또는 좋은 인물을 그대로 썩어 죽게 하는 안 가르치는 병이요, 또는 제 몸 제 가정만 알다가 죽게 하는 협심병 등이었다. 이 병을 낫게 하지 아니하고 그대로 두고 보면 이 세상 사람들이 한꺼번에 죽을 땅에 들게 되겠으므로~' <선외록 78쪽>

성지송학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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