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진<훈련교무>
선요가한국어사물탈춤태권도 등으로
원광한국학교 어린이 75명 우리 것 익혀

모스크바 교화 개척지의 교당은 레닌 스키 프로스펙트라는 곳에 위치해 있다. 거기에는 구소련인으로서 인류 최초의 우주인이었던 유리 가가린의 업적을 기려 만든 매우 높은 곳에서 위로 향하듯 서있는 동상이 있다.
 원광 여름 한국학교의 장소는 강꼬보라는 곳에 있는(교당에서 자동차로 20분 거리) 고려인 학교에서 행하였다. 그 학교는 러시아내 8개 민족학교 가운데 하나로서 (지난번 총부를 다녀간 엄 넬리씨가 교장선생님으로 있는 학교) 800명의 학생이 있으며 그중 절반이 고려인이고 절반이 슬라브족이다. 마침 학교가 방학이어서 그 학교를 빌려서 우리 여름학교를 연 것이다.
 처음 예상은 약 사십명 정도의 인원을 네 반으로 나누어서 하려고 했으나, 그 동안 주말에 해왔던 원광학교에서 교무님들의 정성과 믿음이 그들에게 작용한 탓으로 처음 계획이 대폭 수정되어 75명의 어린이들이 입학하였다.
 여름 학교는 한국의 전통문화를 전하고 더불어 한국어를 가르치는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전체를 4개 반으로 나누어 유치부와 1, 2학년을 천지반(13명, 박 진은 실습교무가 담임 선생님)으로 하고 2, 3, 4학년을 부모반(11명, 담임은 전성공 실습교무)으로 하고 5, 6, 7학년을 동포반(24명, 담임 김국진 실습교무), 그리고 8학년 이상을 법률반(27명, 담임 이건종 실습교무)으로 편성하였다. 참고적으로 러시아에서의 학교 편재는 1학년에서 12학년까지로 12학년은 고3학년에 해당한다.
 그래서 오전엔 10시에 시작하여 20분간 체육관에 모두 모여 선명상과 요가를 하고, 한국어 수업을 50분간하며 한국어를 심화시키고 연습시키는 연극수업을 50분간하고 12시에 점심 식사를 하였다. 그리고 오후엔 13시부터 사물강습이 한 시간 이루어지고 취미 활동이 한 시간 이루어졌다. 사물강습은 장구꽹과리북소고로 나누어서 배우고 가르치는 장을 마련했으며, 취미 활동은 태권도 반과 탈춤민요 반으로 나누어 시간을 가졌었다.
 선명상과 요가시간은 아이들이 처음으로 선이라는 것을 접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요가 또한 매우 흥미 있어 하였다. 또한 이때 학부모님들(주로 원불교교도)도 같이 참가하여 원불교적 문화를 접하는 소중한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좋은 시간이었다. 아이들의 한국어 수준은 저학년일수록 낮았으며 고학년은 간단한 회화정도는 통하는 정도였다. 수업시간엔 처음엔 어머니들(주말 학교에서 백상원, 한은숙 교무님 반으로 꾸준히 공부해온)을 통역으로 참관케 하였으며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는 전혀 통역 없이 수업을 이끌어 나갔다. 꾸준하게 2년 내지 3년만 열심히 공부한다면 능숙하게 한국어를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은 것 같다.
 회화 위주로 교재를 직접 만들어 사용하였다. 연극은 발성연습과 자신감을 기르는 시간으로 그곳 아이들이 소극적이고 수줍음이 많아 기질 수양에 도움을 주고자 하는 목적으로 아이들의 한국어 공부에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풍물 가르치는 시간은 각자가 배우고자 원하는 악기를 배우게 하였다. 러시아에 들어가면서 우리는 장구 5개, 북 5개, 꽹과리 11개, 징 2개를 직접 들고 들어갔다. 그리고 나중에 화물로 소고 20개가 도착하였다. 그리고 치복을 20개 준비해 갔다. 기본적인 가락은 거의 다 습득할 수 있게 하였으며 나중에 20명을 선발하여 모스크바 동남풍이란 이름도 붙여 주었다.
 취미활동으로 행해진 태권도와 탈춤 민요 역시 아이들이 매우 흥미를 가지고 참여하였다. 태권도는 도복이 이미 준비되어 있는 상태였다. 그러나 수가 복족 하였었다. 60벌이 있었으나 현재는 20여벌만 남아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에 보급된 태권도를 보면 상당히 다른 느낌을 갖게 한다. 그것은 초기 보급이후 몇 번의 굴절이 있어서이다. 일본의 가라데와 섞인 형태이고 용어는 또한 북한과 섞인 듯이 보였다. 주말학교에서 태권도를 가르쳐 왔었으나 처음엔 아이들이 흥미를 가지고 했으나 차츰 흥미를 불러일으키며 진행된 과목중의 하나였다. 그리고 탈춤 민요는 같이 이루어졌으며 매우 힘이 든 중에서도 열심히 임하였다. 장구의 가락에 맞추어 흥이 나게 진도 아리랑을 부르고 팔짝팔짝 뛰는 아이들의 얼굴에 흘러내리는 구슬방울들은 미래의 러시아에서의 일원대도의 작은 싹의 영롱한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태권도는 주로 남학생들이 참가를 하였고, 탈춤 민요는 주로 여학생들이 참가하였다.
 취미 활동이 끝나면 종례 시간을 각 반별로 가졌다. 이 시간에는 각 반에서 전달 사항이나 필요한 사항을 할 수 있게 하였다. 특히 좋은 습관 기르기의 체크는 하루를 반성케하는 시간이었다. 정전의 유무념 사항을 응용한 것으로서 7가지의 사항을 정해 놓고(고학년은 전부, 저학년은 3, 4개만) 체크 할 수 있게 함으로써 수업에 집중케 하고, 어렸을 때부터 좋은 습관을 길들이기 함으로써 세상에 필요한 사람이 되게 지도하고자 하였다. 그리고 이 시간에 노래 배우기, 단전 호흡 배우기 등을 통하여 의미 있는 시간을 갖게 하였다. 그러면 15시 30분 정도가 되고 아이들은 식당에서 간식을 한 다음에 집으로 돌아가도록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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