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모처럼 한 달 일정으로 한국에 나와 참으로 꿈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직 시차적응이 안된 이유인지는 몰라도 한밤중에 일어나 창문을 통해 보이는 손에 잡힐듯한 산등성이를 바라보며 오랜만에 고향에 돌아온 나그네의 심정을 느껴본다.

인터넷 등 통신의 발달 덕분에 멀리 떨어져 살면서도 한국의 소식을 늘 접하고 살고 있지만, 이렇게 직접 와서 느끼는 새로운 감상이 많다. 사람들이 빠른 변화에 익숙해져 있고,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관공서나 서비스 분야에서 일하는 분들의 겸손함은 아주 대단했고 일처리 속도는 빠르고 편리하다. 너무 겸손하셔서 말소리를 낮추려고 많은 주의를 기울였다. 날로 발전해가는 조국이 자랑스럽고 세상을 리드하는 모범적 국가로 발전해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면을 통해서 부탁도 드리고 함께 필요성을 공감하고 싶은 것은, 최소한 해외에 교무가 나가 교화 활동하는 그 지역의 언어로 하루빨리 교전 번역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11년 전 처음 아르헨티나로 발령받아 떠날 때는 내 손에 스페인어 교전이 없었다. 현지에서 합법적인 체류와 교화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종교단체법인 설립이 필요했고, 현지 변호사와 상의하며 법인 설립을 준비할 때 등록관청에서 대표경전을 제출하라는 요구에 난감해 한 적이 있었다.

그 후 다행히 스페인어 교전이 번역되어 모든 일이 계획대로 진행이 되었다. 만약 군인이 전장에 나갈 때 총이 없다면, 아무리 개인기가 출중한 교무라 할지라도 스승님들과 교도간 법맥을 이어줄 수 있는 법문집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시간이 흐르면서 현지인들과 교류가 시작되고, 법회를 보게 되면서 더욱 현지어로 된 여러 법문집이 절실히 필요하다. 현재 많은 언어로 번역이 되어졌고, 번역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지만 〈정산종사 법어〉 등 여러 종사님들의 법문집 등도 영어뿐만 아닌 국제적으로 비중 있는 다른 언어로 계속적으로 번역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 일에 더 많은 예산과 전문인력이 필요하리라 예상된다.

현지인들과 법회를 보면서 힘차게 소리내어 교전을 봉독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들이 궁금해 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대종사님으로부터 직접 지도를 받은 제자들의 생각과 삶은 어떠할까 궁금해 한다. 그분들의 삶의 지혜를 통해서 자신들에게 처해진 인생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다.

우리 교당에 나오기 시작한지 이제 얼마 되지 않은 '클라우디오'라는 분은 항상 천으로 된 배낭에 교전을 넣을 때 비닐봉지에 담아서 소중하게 가지고 다닌다. 도중에 비라도 내려 책이 젖을까 염려가 되어 그렇게 한다는 것이다. 지구의 반대편 가난한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는 도시외곽으로 이어지는 허름한 전철에서도 스페인어 교전을 손에 쥐고, 대종사님의 말씀에 의지하여 하루를 시작한다. 스스로 잘못된 길을 가다 회의와 좌절로 삶을 포기할까도 생각했던 깊은 절망속에서 교전을 읽고 용기를 얻어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번역된 한권의 교전이 절망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의 인생을 구원하고 있으니 얼마나 감격스러운 일이겠는가!

이번 기회에 역경사업에 전념하시는 분들께도 깊은 감사를 드리고 그리고 이 일이 얼마나 은혜로운 일이며 보람을 느낄 일 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아르헨티나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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