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광대학교 원불교학과 교수로 39년간 봉직하며 후학들을 가르치다 지난달 25일 정년퇴임한 震山 韓正圓 교무(호적명 基斗, 65)를 만났다.

늦깍이 삭발과 관련, 『정년퇴임을 앞두고 인생의 변화를 생각해서 했을 뿐이다』며 『앞으로 여생을 원숙기에 이르는 기간으로 생각하니 참 다행스럽고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학교발전과 관련, 『원광대학교가 지방도시라는 불리한 여건에 있긴 하지만 세계적인 대학이 될 수 있다』고 말하고 『먼저 교수들 각자가 자신이 연구하는 분야에서는 국내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권위자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와 관련하여 독일 튀빙겐대학교에서 한국학을 강의하는 백승경 교수가 그에게 「원불교를 연구하겠다」며 자신이 정리한 자료를 담은 디스켓을 보내며 점검을 요청한 일, 유럽 한국학연구센터소장인 네덜란드 라이덴대학 바라반 교수가 원불교 연구에 필요한 자료를 요청한 일, 동국대 불교학 석사과정에 있는 어느 스님이 학위논문 자문을 받으러 찾아와 장시간을 기다렸던 일 등을 소개했다.

그는 『10월 중순까지만 후학들에게 강의하고 오는 11월경, 미국 템플대학에서 2년간 연구활동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일생을 교육계에서 후진들을 가르치며 기억에 남는 일이 세가지가 있다고 말했다.

첫째가 원불교학과생들을 인솔하고 제주도, 김제 백구, 소록도 등에서 벌인 봉사활동인데 『소록도 봉사활동에서는 예비교역자들의 지고지순한 정신과 활동에 감동받았다』고 강조했다. 두번째는 예비교역자의 생활을 지도하는 기숙사 사감으로서 후진을 양성했던 일인데 『우수한 후진들이 교단을 잘 이끌고 있는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셋째는 대학교당 교감으로 3년간 봉직한 일을 들었다. 그때 원광대학교 직원 중에 전무출신 못지 않게 학교에 애정을 갖고 일할 재가교도를 많이 양성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아쉬움을 표했다.

혹 교역의 길에 학자로서 몸바치고 싶어하는 후배들에게 당부 말씀을 부탁하자, 『정년퇴임에 구애없는 전공공부인 마음공부에 바탕해야 한다』면서 『내생에도 이 마음을 가져가겠다는 각오로 후회하지 않는 공부를 해야 한다』고 단언했다.

후회없는 일생이었는지 묻자, 『후회라면 내가 한 일이 본령과 멀어지는 일을 했나, 내가 안해도 될 일을 했나, 내 인생을 누가 봐도 따라올 만한 일을 했나, 몇 사람만이 할 일을 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고 말했다.

최근 간행한 육조단경공부(六祖壇經工夫) 간행 동기를 묻자, 손을 내저으며 『책이라고 할 것은 없어. 학생들 가르치던 것을 정리한 것이여. 대종사님 정신에 줄맞게 공부하게 하려고. 시간을 두고 좀 더 잘 정리하려고 그래』

끝으로 정년 퇴임 소감을 한마디로『날아갈 것 같다』고 표현했다

그는 1933년 충남 서산 출신으로 원시불교를 전공하여 철학박사를 취득하고 일생을 한국선사상과 원불교사상의 연구로 일가를 이룬 교수로 평가되고 있다

그의 저서로는 「선과 무시선의 연구」 「한국불교사상연구」 「원불교 정전연구」 등 15권의 저서와 다수의 논문이 있다.

교수로 재직하면서 대학교당 교감, 도서관장, 교학대학장, 대학원장, 국제부총장 등을 역임했다.

나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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