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30: 원불교에서도 제사를 지내나요?

답: 제사는 유교의 독점물 같이 생각하기 쉬우나 우리 원불교 신앙의 대상이 4은( 천지은, 부모은, 동포은, 법률은)으로 되어 있는 바와 같이 부모의 은혜를 중시하는 면에서는 유교에 못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사를 중시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입니다. 그러나 매년 지내는 일주기 제사(원불교에서는 열반기념제)보다는 인간이 죽어서 49일 내에 다음 생을 받는다는 불교적 신앙에서 49천도재를 중시하고 있습니다.

불교에서는 사람의 목숨을 마친 후 보를 받지 못하면 중음에 머무르게 되는데 이 중음의 수명은 7일이 극하면 죽었다가 다시 생하며 생연을 얻지 못하면 7일 만큼씩 전회합니다. 그리하여 7.7일(=49일)에 이르면 중음은 그가 지은 죄업에 따라 정해진 방향으로 보를 받게 됩니다.

따라서 친속들은 이 기간 동안 죽은 이를 위해서 지극하게 재를 지내면 죽은 이의 악업이 소멸되어 좋은 데 왕생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천도재는 가정에서 지낼 수는 있으나 많은 분들의 기를 모은다는 의미에서 법당에서 1주일에 한번씩 7재를 모시게 됩니다.

49재를 통해서 영가로 하여금 극락왕생 하도록 천도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교단적으로는 대종사님이 열반하신 6월1일에 추모하는 '육일대재', 제 명절을 합쳐서 기념하는 동시에 선조에게 향례를 올리는 12월1일을 명절대재라고 대종사님을 비롯한 대각여래위에 오르신 영가 뿐 아니라 이름 없는 영가에 이르기까지 법계향화가 한없는 세월에 길이 유전하게 하자는 향례를 모시는 것입니다. 제사를 지내느냐 안 지내느냐가 종교의 성격을 나타내는 데 천주교와 개신교를 구분하는 방법이 제사여부에 달려 있는 것입니다.

종교개혁의 시발점이 된 천주교의 면죄부 판매에서 개신교와 천주교가 구분되는데 개신교는 천주교가 인정하는 "산자가 죽은 자를 위해서 기도한다"는 것을 부정하면서 탄생된 종교이기 때문입니다. 개신교는 인간은 죄인이기 때문에 죄인의 몸으로 죄인의 죄를 위해서 기도(제사)를 지낼 수 없다는 생각에서입니다. 오직 "의로운 피, 예수님"으로 말미암지 아니하고서는 주께로 갈 자가 없다는 사고에서 연유합니다.

이와 같이 제사를 지낸다는 측면에서 천주교는 같은 기독교 계통인 개신교 보다도 원불교에 친밀감을 갖는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종교화합의 장인 삼소회도 우리 원불교의 정녀와 천주교 수녀 그리고 불교의 비구니들이 만든 단체인데 여기에 개신교가 참여하고 있지 않습니다.

일찍이 순자는 "제사란 추모의 정이고 참마음과 믿음과 사랑과 공경을 지극하게 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고인을 이지적인 면으로 보면 죽은 사람은 다시 살아 돌아올 수 없고, 영혼의 존재 또한 증명된 바가 없으며, 미신이라고 까지 말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제사는 교리 측면에서 보면 고인의 은혜를 되새기면서 어떤 형태로든 갚으려고 하는 마음 씀씀이가 결정된 지은보은의 생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양대·중곡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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