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풍을 불리는 주인공이 되라

봄에는 동풍이 불어 만물의 싹을 틔우고 여름에 남풍이 불어 만물이 무성하게 자라게 하니 동남풍은 곧 만물을 살리고 키우는 자애로운 어머니와 같다.

가을에는 서풍이 불어 만물로 하여금 모질게 여물어 결실을 내게 하지만 동시에 말라 죽게하니 겨울에 북풍이 불 때면 세상이 죽음의 본향으로 돌아간다.

천지에 이는 바람이 만물을 화육(化育)하기도, 숙살(肅殺)하기도 하면서 변화를 일으키듯 대종사께서는 세상을 교화하고 다스리는 법도 크게 두 가지로 구별하여 말씀하셨다.

도덕에 근원하여 사람의 마음을 감복케 하여 교화하는 종교는 만물을 살리고 키우는 동남풍에 비유하시고, 법에 근원하여 일의 결과를 따라서 상과 벌을 엄정하게 적용하여 다스리는 정치는 만물을 모질게 여물도록 하지만 죽음으로 돌아가게 하는 서북풍에 비유하셨다. 곧 동남풍은 성현 군자의 바람이요, 서북풍은 영웅호걸의 바람이다.

두 바람이 각각의 역할로 만물을 변화시켜가듯, 세상을 다스리는 법도 도가(종교)의 역할과 법률가(정치)의 역할은 각기 다른 것이다.

과거 부처님과 성자들께서도 모두 이 동남풍 불리는 방법을 가르쳐 주셨고, 대종사께서 간곡하게 가르쳐주신 우리의 교법 또한 물질 개벽시대에 적중한 '동남풍 불리는 비법'인 것이다.

'제군이 선중(禪中)에서 배운 사은사요나 삼강령 팔조목이나 그 외에도 솔성요론, 삼심계문 등 모든 배운 것을 그대로 실행한다면 누구에게든지 당하는 대로 유익은 줄지언정 해독은 조금도 없을 것이며 상생은 될지언정 상극은 없을 것이니, 그것이 도덕풍이 아니고 무엇이며 동남풍이 아니고 그 무엇이랴. 그러므로 나는 상생의 도를 배운 제군에게 동남풍이 되라고 한 것이다.'<회보 16호 이공주 수필>

엄동설한에 온갖 고통을 받던 모든 생령들이 동남풍의 훈훈한 기운으로 일제히 소생하는 것과 같이, 공포와 원망과 상극과 죄고와 타락에 싸인 일체 중생을 안심과 감사와 상생과 해탈과 갱생을 얻게 하여 살리는 것은 말로써 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교법을 공부하고 실천하여 먼저 내 마음이 화하고(心和) 기운이 화하여(氣和) 사람뿐 아니라 전 생령까지도 대하면 대하는 대로 화하도록 해야 한다.

반목과 원망과 죄고로 뭉친 춥고 매서운 기운이 풀려서 만 생령이 기지개를 펴고 나와 활력을 얻도록, 훈훈한 바람을 일으키는 주인공이 되라 하신 대종사님의 간절한 당부 말씀이다.

<성지송학중학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