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재해재난구호대 13명, 정성스런 손길 펼쳐

현지 구호활동과 학교 지원사업 약정서 체결

▲ 원광대 군산의료원 김영진 교수가 환자들의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원불교재해재난구호대가 중앙아메리카에 위치한 아이티 구호활동을 위해 기나긴 길을 나섰다. KE085편으로 2월28일 오후 7시(현지시간) 뉴욕 케네디 공항에 도착한 후 미주동부교구 뉴욕교당으로 이동했다. 교당에 도착하여 정연석 교구장을 비롯 교무진들과 봉공회원들에게 인사를 하면서 이번 방문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봉공회원들이 정성껏 마련한 저녁공양을 했다. 오랜 여정 때문인지 꿀맛이랄 수 밖에.

3월1일 새벽 3시55분 뉴욕 케네디 공항에 도착하여 수속을 밟고 DL493편으로 도미니카 공항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도미니카 현지NGO 단체인 service for peace 회장을 맡고 있는 조안 일행을 만나 호텔로 이동하여 1박을 했다. 시설은 우리나라 장급여관 수준이었다.

이어 3월2일 아침, 옷가지와 학교기자재, 구호물품을 실은 콘테이너와 트럭, 의료물품과 짐을 실은 픽업트럭, 밴으로 7시간의 기나긴 구호여행을 시작했다. 그러나 아이티 국경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짐을 실은 콘테이너와 트럭의 물품이 문제가 되어 국경 통과가 일단 저지 됐다. 여러 가지 노력에도 불구하고 세관원들의 입장은 단호했다. 4시간의 기다림이 이어졌다. 할 수 없이 밴과 의료물품을 실은 픽업트럭으로 아이티를 향했다. 2시간 20분을 이동하여 오후 7시 도미니카 영사관에 도착하여 영사관 내에 텐트를 치고 숙식을 했다.

의료봉사 활동
3일 구호활동을 펼치기 전 오전 7시55분 영사관을 나와 병원으로 이동했다. 거리에는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더미와 길가에 널려진 쓰레기들이 주변 환경을 짐작케 했다.

오전9시10분 포르토프랭스 대통령궁 인근에 위치한 Asmed 클리닉에서 진료를 시작했다. 밖에는 진료를 받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이 계단을 가득 메웠다. 병원안에는 더운 열기와 이들의 열기가 더해 답답한 감마저 들었다. 4일에도 계속해서 진료를 시작했다.

원광대 군산의료원 김영진 교수와 박세영 피부과 전공의, 이차미 간호사와 이이성 교무는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오로지 정성으로 임했다. 이로 인해 내과, 소아과, 피부과 등 909명의 시민들이 혜택을 받았다.

김 교수는 "의료봉사활동이 계획대로 이뤄져 다행이다"며 "약을 5일밖에 주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박 전공의는 "태어난지 3주가 된 아기의 웃는 모습에서 아이티의 희망을 발견했다"며 "시설들이 제대로 복구되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나타냈다.

이들 외에도 현지 NGO를 비롯 문진을 맡은 세종대 전미경 학생과 용인외국어고등학교 전미나 학생이 불어와 영어를 통역하며 의료봉사활동을 도왔다. 전미나 학생은 2월 한 달동안 시간날 때 마다 지하철 분당선과 1호선 5호선에 아이티 돕기 모금활동을 펼쳐 2백50만원을 모아 이번 아이티 활동에 지원하기도 했다.


구호활동
4일 오후 2시경 콘테이너와 트럭이 아이티 국경을 통과했다는 소식이 들려 구호대원들이 환호성을 울렸다. 오후9시 아이티 NGO 단체인 유엔을 향한 아이티 시민행동 회장을 맡고 있는 고던 집에서 쌀, 생필품 등 7가지를 묶는 구호팩 작업을 시작했다. 델마지역 800가구에 전달하는 작업은 새벽까지 이뤄졌다. 5일 오전 7시 쿠폰분배를 시작하여 오전 7시55분부터 물품을 전달하기 시작했다. 아이티 NGO와 도미니카 NGO회원들이 공동연대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였다.

사)평화의친구들 윤법달 사무국장은 "도미니카와 아이티 NGO회원들이 협력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며 "원불교재해재난구호대가 이러한 만남을 주선한 만큼 삼자가 공동으로 협력적 관계를 세우고 공동프로젝트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품 전달이 시작되자 쿠폰을 받지 못한 시민들이 몰려들었다. 몇차례 중단하는 사태가 일어났으나 물품 전달은 평화롭게 진행됐다.

옆에서 물품 전달을 돕고 있던 평화의친구들 김기남 해외사업팀장은 "앞으로 국제구호활동은 개발 지원사업쪽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원불교적 가치를 세워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지원식 및 어린이 결연식을 위해 INDEX TV SHOW로 향했다. 이곳은 TV와 라디오 방송을 함께 하고 있는 곳이다.

학교지원식 · 어린이 결연식
INDEX TV SHOW도 강진의 여파를 벗어나지 못했다. 벽채에 길게 늘어진 금이 몇군데 보였다. 주변 담은 무너진 상태였다. 현관 앞 광장에서 원불교봉공회가 지원한 10명의 아이중 4명이 어머니와 함께 앉아 있었다. 이번 지진으로 아빠를 잃은 가족들과 어렵게 살고 있는 가족들이다. 삼동회인터내셔널도 아이티 어린이들과 결연사업을 할 예정임을 밝혔다.

이 자리에서 조안, 고던, 김미진 대장이 공동으로 협력관계를 증진하기 위해 아이티 학교지원사업 약정서(MOU)를 체결했다. 약정서에 따르면 '1차로 학교 지원과 관련해 임시학교 건물(컨테이너)을 한국 원불교가 제공하고 아이티에서는 학교 부지를 선정해 3월 말까지 학교를 개교할 수 있도록 한다. 학교이름은 3자가 합의하에 결정하도록 한다"고 되어 있다.
이에 따라 구호대가 마련한 콘테이너와 학교비품을 임시 장소에 내려놓았다.

학교 건립사업은 "학교 건립과 관련해 3자가 협의하에 보다 깊은 논의를 해나간다"고 발표했다.
이어 고던 집으로 이동하여 아이티 구호활동을 마무리 지었다. 김미진 대장은 이번 봉사활동과 관련 "아이티가 하루속히 복구가 되기를 기대한다"며 "많은 것을 전하고 싶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아 아쉬움이 있다. 그래도 구호대원들을 잊지 말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고던은 "아이티의 젊은이들과 어린이들을 대표해서 감사하다는 말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 원불교재해재난구호대가 아이티 학교지원식 및 어린이 결연식을 했다.

앞으로의 과제
6일 도미니카 공항에서 DL494편으로 뉴욕 케네디공항을 경유하여 LA공항으로 이동하는 과정을 거쳤다. 다시 LA공항에서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니 8일 오전6시10분. 장장 25시간이 걸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호대원들은 의욕이 넘쳐 보였다.

그러나 '구호사업은 1회성 행사로 끝나서는 안된다'는 것이 참석한 구호대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이에따라 구호대는 향후 방향 정립을 위해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봉사자 교육과 재가 출가교도를 망라한 인재육성 사업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고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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