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장-3: '수보리야 인욕바라밀을 여래가 인욕바라밀이 아니라고 설할 새 이것을 인욕바라밀이라고 이름 하나니, 어찌한 연고 인고 수보리야 내가 옛적에 가리왕(歌利王)에게 신체를 베이고 끊어냄이 되었으되 내가 그 때에 아상도 없고 인상도 없으며 중생상도 없고 수자상도 없었노라. 어찌한 연고 인고 내가 옛날에 마디마디 끊어 냄이 될 때에 만일 아상·인상·중생상·수자상이 있었으면 응당 진심과 원한심을 내었으리라.'

옛날에 가리왕이라고 하는 사람이 신하와 궁녀를 거느리고 사냥을 나갔다가 점심을 먹은 후 식곤증에 잠시 잠들었다가 깨어보니 신하와 궁녀들이 보이지 않았다. 찾아보다 궁녀들이 수행중인 세존(인욕선인)에게 꽃을 바치고 절을 하는 이상한 광경을 목격하고 질투심에 눈이 뒤집어 졌다. 이에 화가 난 가리왕이 '무엇하는 사람이냐?' 물어보니까 '네, 인욕수행을 하는 사람입니다.' 하니 '인욕수행을 하는 사람이면 참는 공부를 하는 사람이군. 그럼 얼마만큼 참는 공부를 잘 하나 시험해 보자.' 하면서 거기서 팔을 하나를 끊었다.

그런데 뭐라고 대응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니 더욱 화가 나서 다른 팔을 또 끊었다. 그래도 가만히 있으니 또 다리를 끊고 그래도 가만히 있으니 또 다른 다리마저 끊었다. 그래도 가만히 있으니 나중에는 목을 잘랐다. 그럴 때에 하늘에서 진노하여 가리왕에게 돌비를 내리고 인욕선인의 몸은 원래대로 붙여졌다. 이에 가리왕이 놀래며 깊이 참회를 했다고 하는 그런 일화에 대한 말씀이다.

가리왕이란 범어로 극악무도한 사람을 이른다. 그런 가리왕으로부터 사지를 이리 잘리고 저리 잘리고 그럴 때에 부처님이 아상·인상·중생상·수자상이 없었는데 그것이 바로 인욕바라밀이다.

만약에 거기에서 '내가 참았다'고 하는 그런 것이 있다고 하면 아상·인상·중생상·수자상에 걸려있는 것이기 때문에 인욕바라밀이라고 할 수 없다는 말씀이다.

그런데 무엇으로 그것을 입증을 할 수가 있는가? 만약 아상·인상·중생상·수자상이 있었다고 하면 응당 거기에서 성내는 마음과 한이 되는 마음이 분명 있었을 것이지마는 부처님에게는 그런 마음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나다 하는 것도, 저 극악무도한 것이라는 것도, 나는 수행하는 사람인데 라는 그런 것이 전부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참으로 인욕수행을 하신 것이다.

그래서 야부가 그랬다. "지혜로운 사람은 어리석은 것을 꾸짖을 수가 없다"고, 세 살 먹은 어린아이가 살살 기어서 할아버지 수염을 막 잡아당기는데 그 할아버지가 "요 이놈 어른 수염을 함부로 하냐"고 거기다 대고 꾸중을 한다면 누가 어리석은 것인가? 그래서 성인들께서는 중생의 어리석음으로 인한 것을 꾸짖지 않으시는 것이다.


<만덕산훈련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